도덕이 밥먹여주냐? 응! 몰랐냐?

누가 경제를 살리는 지도자가 될 것인가 2에 해당하는 글입니다.


주말에 가족들과 점심을 먹는 중에 틀어 놓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서울대학교 교육학과문용린 교수라는 분이 나와서 도덕 지능(morality quotient)에 대한 얘기를 하는걸 유심히 들었다. 이분의 말씀인즉슨 사람이 성공하는 데 있어 그동안 지능지수(IQ: Intelligent Quotient) 즉 지적 능력이 중요시 되었지만 모든 사람이 다 똑똑한 현대 사회에서 그것만 갖고는 안되기 때문에 그동안 감성지수(EQ: Emotional Quotient)니 사회지수(SQ: Sociality Quotient)니 하는 것들이 얘기되어졌는데, 앞으로 중요한 것은 "도덕 지능"이라는 것이다. 방송사에서 요약해 놓은 내용은 아래와 같다. (8월 26일 방송분)


<뉴스초점 2>

: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나면서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경쟁 사회 속에서 경쟁력 있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덕적 능력, 즉 도덕 지능을 키우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한다. 도덕 지능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등을 알아본다. * 문용린 교수 (서울대 교육학과)


내가 능동적으로 해석한 이 분의 철학은, 말하자면 '좀더 적극적인 도덕적 행위 판단 능력' 정도라고 보여진다. 즉 누구나 알 수 있는 도덕적 기준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이 기준을 지키기 어려운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자신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판단을 내려 행위의 일관성 및 도덕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방송에서 예를 들어 설명되어진 것은 친구와 어디 놀러가기로 약속을 했는데(선약) 그 뒤에 선생님이나 부모님과의 중복된 약속이 잡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능동적으로 판단해서 행할 수 있는 능력 같은 것인데, 이건 그닥 설득력 있는 예가 못된 것 같고, 나 같으면 반에 왕따를 당하는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를 편들자니 자신도 따돌림 당할지 모르겠고 하는 상황에서 이 친구를 돕기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를 능동적으로 판단해서 행할 수 있다면 이 아이는 도덕 지능이 뛰어난 것이다, 라고 예를 들고 싶다. 왕따를 당하는 친구를 돕고 싶었지만 상황논리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따에 동참을 했거나 그냥 소극적으로 외면하는 걸로 그쳤다면, 이 아이는 적극적으로 도덕/윤리를 저버린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도덕 지능은 부족한 것이 되는 거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


자고 나면 터지는 비리의 홍수 속에서도 꿋꿋이 지지율 1위를 지키고 계시는 모모 정당 대선 후보님을 지지하는 분들의 대가리머리 속에 박혀 있는 개념 중의 하나가, 대통령이 무슨 성인 군자 뽑는 거냐, 큰일 하다 보면 손도 좀 더럽힐 수 있는 거 아니냐 하는 거다. 도대체 얼마나 큰일을 하셨길래 그렇게 냄새 나는 똥을 양손이 모자라 온몸에 묻히고도 나아가 일족들에게까지 묻히셨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하여간 이러한 경력에서 드러난 "능력"이 나라 경제를 살려 그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거라고 생각하는 사고는 언감생신, 잘못 생각 내지는 착각한 것도 아니고 아예 180도 반대로 생각하시는 거다.


누차 강조하지만 때는 바야흐로 21세기요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이런저런 기준으로 살펴 봤을때 대략 10위권을 들락날락 하는 수준이다. 굳이 엔론 사태나 이로 인해 촉발된 사베인스-옥슬리 법안이나 혹은 우리나라 금융권에서도 많이들 고민 중인 바젤II 같은 걸 들이댈 필요도 없다. 저 아래 끼니 걱정하는 나라들 사이에서 벗어나 치고 올라올 때에야 도덕이건 뭐건 일단 돈이나 벌어들이면 됐었고 윗동네에서도 그러고들 노나 보다 했었겠지만, 이제 우리가 오매불망 동경하던 선진국들과의 경쟁에서는 도덕 윤리 이거 안 지키면 첨부터 아예 끼워주지도 않을 뿐더러, 혹 어거지로 비집고 들어간다 하더라도 규칙 제대로 안 지킨 것이 들통나는 순간 독박 덤테기로 씌워서 엄동설한에 쪽박 차고 쫓겨 나게 되어 있는 거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분과 그분을 지지하는 분들이 내세우는 도덕이 밥먹여주냐? 라는 질문에 대해 응! 몰랐냐? 라고 대답해 주고 싶은 거다.


물론 이 글은 자칭 '무규칙 이종예술가'인 김형태 님이 쓰신 '예술이 밥먹여주냐? 응! 몰랐냐?'라는 희대의 명문에서 착안한 거다. 2003년에 씌인 글인데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이고 노무현 정부 초기이니 요새 같이 빠르게 돌아 가는 인터넷 세상에서 약간 삭은 글일 수도 있으나, 지금 2007년,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를 돌아보며 다시 읽어봐도 여전히 아니 그때보다 훨씬 더 유효한 글이다. 이 글이 실린 책 "너, 외롭구나"는 내가 진로 때문에 고민하는 후배들이 있을 때마다 사주곤 하던 책인데, 구체적인 고민이 없으신 분들이라도, 20대건 30대건, (40대는  잘 모르겠음) 한번씩 읽어 보면 뜨끔!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 볼만한 계기가 되니 일독을 권합니다. 돈이 아깝다거나 지금 당장 읽어 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구요.

예술이 밥먹여주냐? 응! 몰랐냐?


그동안에야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에 맞는(기업을 경영해 본 사람이라야 나라 살림을 잘 할 거라니 이 얼마나 단세포적인 발상인가) 후보가 없다보니 뜬금없이 마릴린 명박 형님이 '경제대통령 깜'이라는 몸에 맞지 않는 껍데기를 두르고 계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는데, 이제는 그동안 척박한 대한민국의 기업 환경에서도 적극적으로 도덕경영, 윤리경영을 실천하면서 회사도 성장시킨, 그럼으로 해서 본인과 직원과 주주 등 회사와 관련된 모두를 (미국식 경영용어로는 'stakeholder'라는 말을 쓴다) 행복하게 만든 진짜 제대로 된 CEO 경력을 갖춘 사람이 후보로 나섰으니, 이제 껍데기는 벗어 두고 가셔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물며 이 새로운 얼굴이 내세우는 모토가 "재벌 중심의 껍데기 경제가 아닌 인간 중심의 진짜 경제"임에야. 그의 경쟁력은 단순히 평사원에서 출발해서 CEO까지 올라갔다는 게 아니라, 그가 갖고 있는 경제에 대한 올바른 철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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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vincent

2007/08/27 12:25 2007/08/2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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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주의와 경제성장, 부패와 무능의 함수관계

    Tracked from ego + ing 2007/10/22 17:50 Delete

    얼마 전 한 종이 신문사에서 이런 설문조사를 했다. "민주주의와 경제성장 중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압도적인 유권자들이 경제에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경제와 민주주의는 대립..

Comments List

  1. 민들레 울 2007/08/28 09:59 # M/D Reply Permalink

    좋은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동감입니다.

    -----------

    안녕하세요?
    덧글 수정 좀 할께요.
    어제 밤에 만취가 돼서 이상하게 덧글 달아놨네요.
    ㅠㅠ;;''
    어처구니 없군요.

    그래서 수정하는 것입니다.
    부끄럽네요^^

    1. 빈센트 2007/08/28 12:16 # M/D Permalink

      괜찮습니다 ^^

  2. croydon 2007/08/28 11:17 # M/D Reply Permalink

    도덕이 밥먹여주고 예술이 밥먹여주고
    사실 밥보다 더 맛있는 것들을 가져다 주는데
    그걸 모르고
    "돈만 맛있다고 쫓아다니는 사회"가 된지 오래죠.
    잘 읽고 가요..

    1. 빈센트 2007/08/28 13:08 # M/D Permalink

      그러게요 돈보다 밥보다 맛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다들 돈, 돈, 하느라 어떻게 사는게 잘 먹고 잘 사는 건지 잊고들 있는 것 같습니다

  3. 미디어몹 2007/08/28 16:57 # M/D Reply Permalink

    빈스 회원님의 포스트가 미디어몹 헤드라인에 링크되었습니다. 다음 헤드라인으로 교체될 경우 각 섹션(시사, 문화, 엔조이라이프, IT과학) 페이지로 옮겨져 링크됩니다

    1. 빈센트 2007/08/31 03:31 # M/D Permalink

      어익후 감사합니다. 금새 밀려난 모양이지만... ^^;;

  4. 내멋대로 2007/08/28 22:53 # M/D Reply Permalink

    명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죠.. 이제 누가 '도덕이 밥 먹여주냐?'고 묻는다면 '응'이라고 대답할 수 있겠네요.. ^^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1. 빈센트 2007/08/31 03:30 # M/D Permalink

      다행입니다. 많이 많이 퍼뜨려주세요~ ^^

  5. Sol 2007/08/30 10:55 # M/D Reply Permalink

    100% 동의하는 바입니다. 어제 수업시간에도 전 학생들에게 정직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파 했습니다. 정직. 도덕. 그게 밥먹여주는 시대입니다.

    1. 빈센트 2007/08/31 03:31 # M/D Permalink

      3학년 수업이면 선거권이 있는 학생들이겠지?

  6. 완두콩 2007/10/01 10:08 # M/D Reply Permalink

    오랜만에 블로그질을 하는 중..
    퍼가옵니다..^^

  7. egoing 2007/10/22 17:54 # M/D Reply Permalink

    보내주신 트랙백과 댓글 잘 받았습니다. 암시적인 방법을 동원해 도덕과 능력의 반비례 관계를 유권자들에게 주입하려는 시도를 보니 참으로 갑갑합니다.

  8. 대네브 2007/12/06 17:40 # M/D Reply Permalink

    와우! 정말 귀에 머리에 쏙쏙 박히는 좋은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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