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내 노숙자 단속 및 예방 대책(보도 자료)
내가 아내와 살고 있는 집은 종로 구청 뒤편이라 가장 가까운 전철역은 종각역이지만, 직장은 삼성역 근처에 있어서, 보통 을지로입구역에서 2호선을 타고 동쪽으로 돌아 삼성역까지 출퇴근하는 루트를 사용하고 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가 서울역에 있는 롯데마트라 주로 여기를 이용하고 또 주말에는 기차로 지방이나 시골에 가는 일이 많아서 서울역도 비교적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즉 내가 주로 이용하는 전철역은 종각, 을지로입구, 삼성역, 서울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장로가 시장으로서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하겠다고 간증하던 시절의 서울시 자료에 의하면 14개 주요 노숙역(서울①④를 1개로 치면 10개 주요 노숙역)이 서울①④, 시청①②, 종각, 종로3가①③, 을지3가②③, 잠실, 삼성, 서울대입구, 을지로입구, 회현...이라고 하니, 주요 노숙역 14개 중 5개 혹은 10개 중 4개가 내가 아침저녁으로 거의 매일 이용하는 전철역 들이다. 가히 노숙자와 함께 하는 일상이라고 할 만하다... 당연히 노숙자들과 지겹도록 마주칠 수밖에 없고 나랑 상관 없는 사람들일 수 있음에도 매번 마음이 무겁다. 누가 저들을 저 지경으로 내몰았을까...?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면, 선진국이라고 해서 노숙자가 없는 건 아니다. 내가 가본 적이 있는 도시들만 쳐도 뉴욕은 물론이거니와 런던 샌프란시스코 멜버른 심지어는 동경조차도, 노숙자가 서울보다 많으면 많지 적지는 않다. 싱가폴에선 못본 것 같다. (사실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할 만한 나라들은 북유럽 쪽일 것 같은데 그쪽엔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왜 선진국으로 갈 수록 노숙자가 많은 거지? 내가 복지문제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대체로 보면 선진국에는 노숙자가 많고 후진국에는 거지가 많다. 즉 선진국에서는 사회안전망이 확충되어 있다보니 아무리 가진게 없어도 의식주 중에 일단 생명 유지를 위해 가장 절박한 食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기 때문인 걸까? 반면 후진국에서는 사람이 굶어 죽던 말던 자기들끼리 먹고 사는데 바쁘다보니 구걸이라도 해서 최소한의 생존 유지를 해야 하는 걸테고.
얘기가 다른 데로 샜는데 하여간 우리나라에서도 오히려 지방보다는 서울에 노숙자가 훨씬 많다. 시정을 챙기는 입장에서 당연히 골치 덩어리가 아닐 수 없는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땅박 전 서울 시장 재직 당시인 2005년 1월에(굉장히 추운 겨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서울시가 발표한 지하철 노숙자 대책이라는 것은 참으로 황당하기 짝이 없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보도 자료는 대략의 개요만 나와 있고 첨부된 hwp 파일에 자세한 활동 및 대책이 소개되어 있는데, 눈에 띄는 부분들이...
○ 단속 및 계도 활동의 한계
- 공사 직원에게 사법권이 없고 노숙자의 인권문제로 인해 강제 추방 등에 어려움
[중략...]
○ 상습 노숙지역 물청소 실시
- 방뇨로 인한 악취해소 및 물청소로 인한 노숙사전 차단 효과
[중략...]
○ 서울시의 단속강화 및 강제추방 등 행정조치 필요
- 역사 밖으로 강제추방 조치 가능토록 법적처벌 근거 필요(인권문제 해소)
......
물청소 실시
물청소 실시
물청소 실시
물청소 실시
물청소 실시
물청소 실시

사진 출처: http://blog.jinbo.net/noorz/
... 정신이 아뜩해 온다. 이게 웬 개념은 안드로메다로 보낸 대책이란 말이냐. 대책안 내용 중에 보면 문제점 중에 "혹한기 노숙자 동사 가능성 등"이라는 항목도 분명히 있는데, 아니 엄동설한에 물청소를 해서 노숙자를 "역사 밖으로 강제추방" 해 버리면 그들은 밖에서 얼어 죽으라는 얘기인 건가? 일단 지하철 역사 안에서 죽지만 않으면 되고 밖에 어디 안 보이는데 쳐 박혀서 얼어 죽건 쪄죽건 아무 상관 없다는 얘기인 건가?
대책안을 보면 부끄럽게도 "인권"이라는 단어가 3번이나 나온다. 당시 서울시가 생각하던 "인권"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권이 아니라, 오로지 시정 업무를 집행하는데 있어 방해가 될 뿐인, "해소"해야 할 걸림돌에 불과한 것을 알 수가 있다. 즉 노숙자들이 얼어 죽건 말건 쾌적한 지하철 역사 환경을 위해 그들을 강제추방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만 마련되면 인권문제는 "해소"되는 것이다.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노숙자 문제를 다뤘던 경험을 자기 주장에 인용했다고 한다.
"노숙자에게 잠자리와 먹거리를 제공했지만 노숙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 자활 의욕을 북돋워 주는 교육과정을 거쳐 그들에게 맞는 일자리를 제공했을 때 비로소 희망을 가졌다. 노숙자 몇 명에게 일자리를 주고 하루에 5만원의 일당을 현금카드에 담아준 적이 있었다. 당일 술 마시는 데 5만원을 다 써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하루 인출할 수 있는 한도를 1만원으로 제한했다. 그리고 나머지 4만원에 대해 6%의 금리 우대를 해주었다. 그리고 1000만원을 모으면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미래가 없어 보이던 그들도 가족을 되찾을 의욕을 갖고 자활 능력을 갖춰 사회적 낙오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사회적 낙오자에서 벗어난 분들이 과연 정말로 계시기나 한 건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분들은 혹시 "위장노숙자" 아니었을까...?

밥퍼 MB - 노숙자배식에 참여한 이명박 후보
위 사진의 출처는 이명박 후보 진영의 블로그 중 하나인데(http://blog.daum.net/mbshow/940859) 블로그 메인 타이틀이 "이명박의 쇼를 하라!"이다. 타이틀 누가 지었는지 참... 정말로 쇼를 하고 있다. 제목지은 사람이 X맨인건가...?
유인촌 씨와 이명박 후보 사이에 계시는 분은 "지거스님"이라는 분이라는 데 사진 밑에 아래와 같은 글이 붙어 있다.
100人의 전사 지거스님 캠프에서 알립니다.
이명박 후보께서는 추운 겨울이면, 집도 가정도 없는
노숙인들을 많이 걱정해 주셨습니다.
김윤옥 사모님께서는 노숙자배식봉사에 늘 열심이셨죠..
(사모님의 밥퍼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 하지요.^^* )
허허허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Posted by vinc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