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이라는 동네가 아사리판이기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듯하여, 미국이건 프랑스건 대한민국이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따지고 보면 결국 오십보 백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미국의 정치 관련 뉴스를 보면 'bipartisan',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초당적' 즉 정파의 이익을 따지지 않고, 정도에 해당할 만한 형용사가 빈번히 등장하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초당적 협력이 안되고 있다는 반증 아니겠는가.
허나 내 보기에 결정적인 차이는 있다. 소외 정치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자신의 그것과 상반되는 정치적 견해에 대한 공격은, 네 방법은 틀렸다 혹은 너는 잘못 생각하고 있다, 라는 거다. 가령 한쪽에서는 부자들이 돈을 더 잘 벌도록 해주면 나라 경제가 전체적으로 성장하니까 가난한 사람들도 잘 살게 될 거라고 말한다. 반대쪽에서는 아니다, 그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균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분배에 더 역점을 두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어느 쪽이던 네 방법은 틀리고 내 방법이 옳다라는 거다.
반면 대한민국에서의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공격은, 표면적으로는 감춰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종국에는 상대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귀결되기가 태반이다. 한쪽에서는 반대쪽을 종북주의자 빨갱이 간첩 등등등으로 몰아 붙이고, 당하는 쪽에서는 또 상대쪽을 자국보다는 미국 또는 일본의 이익에 봉사하는 매국노 친일파 숭미주의자라고 비난한다. 엄밀하게 따지면 매국노나 간첩 모두 말하자면 반역죄인데, 내가 알기로 어느 나라건 기본적으로 반역죄는, 정말로 그러하다면, 사형에 처하는 것이 당연한 중대 범죄이다.
너의 생각은 잘못되었고 그에 기반한 너의 정책 또한 국가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권력 및 권한을 내려 놓고 물러 나라, 라는 것과 너는 간첩이다 또는 매국노다 즉 나라 팔아 먹는 놈이다, 라는 것은 와아아아안전히 다른 차원의 비난이다. 곰곰히 따져보면 끔찍하지 않을 수 없는 소리다.
치욕적인 피식민의 역사를 가진 나라들이 어쩔 수 없이 갖는 한계다, 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운 조국의 현실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만 있다면 단숨에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나라라는 것이, 해외에서 보면 더 명징히 보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Posted by vinc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