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마도) 성인이 되고 난 이후로 이렇게 웃긴 영화는 처음 봤습니다. PMP에 담아서 지하철 출퇴근 길에 봤는데(이런 영화를 집에서 보다간 아내한테 바보 취급을 받을 것 같아서요), 주위 승객분들이 좀 황당하셨을 겁니다. 오죽하면 내릴 정거장을 지나쳐서 2호선 순환선을 거의 한바퀴 돌아 버렸다니까요.
여기서 잠깐. 록 음악을 시끄럽기만 한 저질 음악으로 생각하거나, 패럴리 형제 류의 화장실 유머 내지는 오바하는 코미디를 짜증나 하시는 분들은 패스입니다.
......
"Tenacious D"는 실제로 잭 블랙이 Kyle Gass라는 그의 동료 배우 (무명 시절에 LA의 극단인 "Actor's Gang" - 팀 로빈스가 운영하는 - 에서 만났다고 하더군요)와 함께 결성한 2인조 밴드의 이름입니다. 잭 블랙이 배우로서 알려지기 이전부터 활동을 해 왔으니, 사실 잭 블랙은 코미디 배우이기 이전에 뮤지션이었던 셈이죠. 정말 너무나 rocker 같이 안생긴 두 사람이 미친 듯이 오바하며 연주하는 이 밴드는 처음에는 rock band를 빙자한 standing comedy로만 여겨졌으나, 두 사람은 이름처럼 "tenacious하게(끈질기게)" 밴드 활동을 계속했고, 다행히 잭 블랙이 코미디 배우로서 성공하면서 점차 이름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잭 블랙은 여전히 자신을 배우보다는 rocker로 생각하고 있고, 배우로서의 활동은 밴드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한다는 군요.
저도 대부분의 국내 영화팬들과 마찬가지로, "내겐 너무 이쁜 그녀 Shallow Hal"에서 기네스 펠트로와 공연하는 뚱뚱하고 못생겼지만 눈빛에는 오바스러운 광채가 흐르는 묘한 배우로서의 잭 블랙을 처음 접했습니다. 그러나 "스쿨 오브 록 School of Rock"을 통해 그의 진가를 알아 보는 사람들이 국내에도 생기기 시작했죠. 저도 이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봤습니다. 록음악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내뿜으며 살지만, 열심히 활동하던 무명 밴드에서조차 잘려 버린 잭 블랙이, 명문 기숙학교의 음악교사로 위장취업을 해서는, 귀한 집 자제들에게 록음악을 가르친다는 이 황당한 내용의 영화는, 감독이 리차드 링클레이터(비포 선라이즈)였음에도 불구하고 잭 블랙의, 잭 블랙에 의한, 잭 블랙을 위한 영화로 기억되고들 있습니다. 잭 블랙이 학생들 앞에서 즉석에서 가사와 리프를 만들어가며 록 음악을 가르치는 원맨쇼 롱테이크는 정말 대단했었죠. 칠판에 지미 헨드릭스, 지미 페이지, 에드워드 밴헤일런 등 록 기타리스트의 계보를 적어 가며 너무나 진지하게 록의 역사를 설명하는 모습도, 록음악 팬이라면 무척 인상깊었을 거구요.
하지만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쿨 오브 록"의 클라이맥스를 보는 듯한 쾌감을 줍니다. 정말 잠시도 쉬지 않는 그 열정엔 감탄을 금할 수 없어요.
이 영화는 장면 장면 하나 하나가 너무 웃겨서 어떻게 하이라이트를 뽑질 못하겠네요. 보통 영화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사운드 체킹 장면조차, 두 사람(잭 블랙 & 카일 개스)이 각종 냄새나는 음식을 잔뜩 퍼먹고는 방귀의 추진력으로 공중부양(?)을 하면서 나는 소리로 시작합니다. "The Audience is Baking"...




영화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시골 촌동네의 작은 집에서 시작됩니다. 오프닝 시퀀스는 뭐랄까 한편의 rock opera를 방불케 하는데, 잭 블랙(극중 이름 JB)이 록음악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해 줍니다. 모든 대사는 음악으로 처리됩니다.

경건하기 그지없는,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위선적으로 보이는 가족들이 저녁 식사 기도를 하고 있는데

.. 한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이 유난히 눈에 거슬립니다. 이때!


웬 소년이 기타를 메고 나와 노래를 불러 제끼기 시작합니다.



척 보기에도 잭 블랙(JB)의 어린 시절인 것으로 보이는 소년이, 질겁을 하는 가족들 앞에서 매 소절마다 fucking이 들어가는(가끔씩은 lickin'이나 suckin'으로 운을 맞춥니다) 노래를 미친 듯이 불러댑니다.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를 형이 위로하는 동안 아버지는 조용히 일어나 혁대를 풀더니, 방으로 끌고 가서 호되게 매질을 합니다.


엄하게 꾸짖는 아버지를 쏘아 보는 저 눈빛! 정말 JB 그 자체 아닙니까...


아버지는 방 전체를 메우고 있던 록 뮤지션들의 사진과 포스터를 찢어 발기면서, 록은 사탄의 음악이니 절대 내 집에서는 못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나가 버리지만



문 안쪽에 붙어 있던 Dio(고교 시절에 제가 아주 좋아하던 rocker입니다... Ozzy Osbourne의 후임으로 Black Sabbath에서 활동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Deep Purple의 Rich Blackmore와 Rainbow를 결성하여 전성기를 누리다가 Vivian Campbel이라는 뛰어난 기타리스트를 꼬드겨서 자신의 이름을 딴 밴드로 활동을 했죠)의 포스터는 미처 못봤습니다.





소년은 포스터 속의 Dio에게 간절히 기도합니다. 나는 너무나 록을 하고 싶으니 제발 가르쳐 주세요, 아버지는 나를 사악하다 하지만 자신은 훨씬 더러운 짓도 마다 않는 인간이에요, 부디 나를 여기서 구해 주세요~


소년의 간절한 기도가 통했는지, 갑자기 포스터 속의 디오가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메시지를 줍니다. 물론 록음악으로...





I hear you brave young Jables, you are hungry for the rock
But to learn the ancient methods, secret doors you must unlock
Escape your father's clutches in this oppressive neighborhood
On a journey you must go to find the land of Hollywood
In the City of Fallen Angels, where the ocean meets the sand
You will form a strong alliance and the world's most awesome band
To find your fame and fortune, through the valley you must walk
You will face your inner demons, now go my son and ROCK!
그림 속의 Dio는 소년에게, 할리우드로 가서 운명의 파트너를 만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소년은 그 길로 기타 하나 달랑 메고 창문으로 도망 나와 할리우드를 향해 달려 가는데...






계속 엉뚱한 동네만 헤매다가(미국엔 땅이 워낙 넓다보니 같은 지명의 동네가 여기 저기에 많습니다), 성인이 되어서야 간신히 캘리포니아의 할리우드에 도착합니다.

오프닝 타이틀이 나오고, 이제 본격적으로 Tenacious D의 모험이 시작됩니다. 여기까지만 보고도 이미 배꼽이 다 빠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할리우드에 도착하자마자 Dio가 예언한대로 운명의 파트너를 만나게 됩니다!!
흥미진진... (나만 그런건가)
댓글이 하나라도 달리면 뒷 부분을 계속 올리고, 안 그러면 그냥 저혼자 즐기고 말렵니다 :)
Posted by vinc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