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대중 대통령의 아내 사랑

故 김대중 대통령이 남긴 일기에 아래와 같은 부분이 있더군요.
2009년 1월 11일
 
오늘은 날씨가 몹시 춥다. 그러나 일기는 화창하다.
점심 먹고 아내와 같이 한강변을 드라이브했다.
요즘 아내와의 사이는 우리 결혼 이래 최상이다.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아내 없이는 지금 내가 있기 어려웠지만
현재도 살기 힘들 것 같다.
둘이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매일 매일 하느님께 같이 기도한다.

<-- 중략 -->

2009년 2월 7일

하루 종일 아내와 같이 집에서 지냈다.
둘이 있는 것이 기쁘다.  
그의 학식이나 언어 능력에 비춰본다면, 별다른 미사 여구나 화려한 수사 없이 무척 소소한 언어로 그저 덤덤하게 하루 일과와 간단한 느낌을 정리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부부가 어떤 삶을 헤쳐 나왔는지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저 짧은 문장에 담겨 있는 그의 진정성이 너무나도 절절히 다가 옵니다. 역시 우리가 사용하는 말글에 힘을 부여하는 데에는 물론 좋은 표현도 한 몫을 하겠지만 그보다는 진정성이다, 하는 반성을 다시금 하게 합니다.

사실은 저 대목을 읽으면서 한국에 남아 있는 아내 생각에 왈칵! 했습니다. 집을 구하기 위해 제가 먼저 프랑스로 떠나 온지 이제 한 보름쯤 되었네요. 이제 한 열흘 쯤 있으면 아내도 남은 짐 꾸려서 들어 올 예정입니다. 뭐야 최소 몇달 쯤은 떨어져 있는 줄 알았네 하고 어이없어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보고픈 건 어쩔 수 없네요. 스카이프를 이용해서 아침 저녁으로 매일 두시간 넘게 영상 통화도 하고 있다고 하면 이쯤에서 돌 날아 오는 소리가...

저도 아내를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아내 없이는 (비록 보잘 것 없기는 하지만 그나마) 지금 내가 있기 어려웠겠지만 현재도 살기 힘들 것 같아요. 둘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도록, (아직까지는 못했지만 이제부터라도) 매일 매일 하느님께 같이 기도해야 겠습니다.

일기 전문이 여기에 올라와 있습니다.

Posted by vincent

2009/08/21 20:28 2009/08/2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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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m 2009/08/21 22:18 # M/D Reply Permalink

    부쩍 한국이라는 나라에 넌더리를 내고 있는 요즘이라서 외국에 계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부럽기 짝이 없습니다.
    사람 흉내내는 쥐화상을 아니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지금쯤 아시려나?
    오늘 북한 조문단이 왔습니다. 누구라도 만나겠다는 언질을 먼저 했다는데,
    청기와집에서는 누구도 만나지 않겠다는 깡다구를 보인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네요.
    북한에서 조문단을 보낸다 하기에,
    이게 DJ가 마지막으로 열어주는 화해의 기회가 아닐까 했었는데.
    쥐떼들은 귀도 막고 길도 막고 소통을 하지 않으려 하는지,
    삼복 더위 만큼이나 숨통 막힙니다.
    다른 대안이나 시원하게 내놓으면서 똥고집을 부리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아까운 두 분 먼저 보내니 이래저래 심통만 나고 그러네요.
    왜 여기 와서 푸념을? ㅎㅎㅎ

    1. vincent 2009/08/23 06:24 # M/D Permalink

      찍찌리직찍찍~ 저도 사실은 프랑스행 결정한 이유 중에 누구 꼴 보기 싫은게 한몫 했다는...

  2. 푸르메 2009/08/22 05:46 # M/D Reply Permalink

    소울메이트... 영혼의 반려자, 저도 그렇게 살고 싶네요... 아아... 정말, 제겐 유소년기 때부터 줄곧 선생님이셨습니다...

    1. Vincent 2009/08/23 06:22 # M/D Permalink

      제가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정치인이기도 했습니다.

  3. rince 2009/08/31 08:54 # M/D Reply Permalink

    보기 좋은 걸요.
    왜 돌을 던지나요 ^^;

    저도 매일 와이프님을 보지만 그래도 늘 보고 싶다는 ^^;

  4. 무터킨더 2009/11/09 16:06 # M/D Reply Permalink

    아내를 많이 사랑하시네요.
    이제 유학 시작
    고생도 시작이네요.
    열심히 공부하시고 많이 느끼고 활기차게 사시기 바랍니다.
    좋은 성과도 얻으시고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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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을 때 우리 부부가 살던 집은 경복궁 근처였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사이인데다 인근에 중앙 정부기관들이 밀집해 있다보니, 항상 크고 작은 집회가 끊이질 않았죠. 프랑스 건너오기 직전에는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평일 낮에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집회에서 들려 오는 구호와 노랫소리가 항상 배경음으로 깔려 있곤 했습니다. 그중 이 노래가 특히 귀에 들어 오더군요.
단결투쟁가

동트는 새벽 밝아오면 붉은 태양 솟아온다
피맺힌 가슴 분노가 되어 거대한 파도가 되었다

백골단 구사대 몰아쳐도 꺽어 버리고 하나 되어 나간다
노동자는 노동자다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진짜노동자

너희는 조금씩 갉아먹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으리라
아 아 우리의 길은 힘찬 단결투쟁 뿐이다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까지 대학을 다닌 사람이라면 지겹도록 들었을 노래죠. 백무산 시인의 노랫말에 곡을 붙인 거라고 하는데 가사도 간결하고 직설적이고 가락도 아주 힘차서 백기완의 '님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당시에는 물론이거니와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불리우는 운동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힘찬 단!결! 투쟁! 뿐이다!" 부분에서 한자 한자 힘주어,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면, 없던 투쟁심도 생겨날 만큼 강렬한 곡입니다.

짐을 싸면서 귓전에 들리는 이 노래가 영 쓸쓸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작금의 상황이 이 노래와는 반대의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간, 두 분의 대통령과 그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던 많은 분들이 그토록 애를 써서 그나마 이만큼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의 기반 위에 올려 놓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나마 상식과 원칙에 기반한 세상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서는 입구에서, 저들은 그 모든 것들을 10년, 20년 전으로 돌려 놓고 있잖습니까, 한꺼번에! 이명박 집권 이후 불과 1년 반 만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거꾸로 향해 가고 있는지 돌이켜 보면, 우리가 반석 위에 올려 놓여졌다고 생각하고 마음 놓고 있던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허약하기만 했던 것인지, 뼈저린 반성이 아쉽습니다.

그리고 급기야는, 그동안의 발걸음을, 비록 진보 세력 내부에서조차 갖은 비판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쨌든 앞장 서서 이끌어 가던 두분마저, 연이어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결국 현실은, 우리는 조금씩 진보해 나갔지만 저들은 그걸 한꺼번에 되찾고 있는 겁니다. "힘찬 단결 투쟁 뿐"이라구요? 지금 정작 저들은 온통 똘똘 뭉쳐 대한민국을 야만의 시절로 돌려 놓기에 여념이 없는데, 이쪽 진영은 어떤가요? 온통 사분오열, 흩어져 남탓만 하기에 바쁜 형국 아닌가요.

작년에 촛불 집회가 한창일 때, 시국 미사를 집전하시던 신부님 한분이 그런 얘기를 하셨던게 기억납니다. "끈질긴 놈이 이긴다"구요. 그때의 의미는 우리가 끈질기게 저항하면 정부도 어쩔 수 없이 국민의 뜻에 굴복할 거라는 독려의 뜻이었겠지만, 결과는 어땠나요. 결국 "끈질긴 놈"은 우리가 아니라 이명박이었던 겁니다.

흔히들 "진보는 분열해서 망하고 보수는 부패해서 망한다"고들 하지요. 그보다는 보수는 단결하기 때문에 승리한다, 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왜 단결하나요. 아니 왜 단결할 수 있나요. 간단합니다. 그들은 명분이 아니라 이권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이권이 걸려 있다면 아무리 콩을 배추라 해도 철썩같이 믿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그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반드시 콩고물이 떨어집니다. 이명박은 그런 능력이 탁월했던 거구요. 이명박에게 충성을 바치는 자들은, 어떻게든 반드시 그 보상을 받습니다. 지난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이명박에게 충성한 자들이 대부분 국회의원으로 당선도 되고 했지만, 개중 일부는 깨어 있는(이라기보다는 미쳐 돌아 가는 세상에서 그나마 정신줄 놓지 않고 버티고 있던)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아 낙선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한번 살펴 보세요. (이재오 같은 경우는 워낙에 알려진 데다가 당내 정치 역학 관계 때문에 숨을 죽이고는 있지만) 다들 국회의원 부러울 것 하나 없는 막강한 권력을 지닌 자리에 낙하산으로 내려 가서 떵떵 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될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반면에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어땠나요.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 동안 오로지 명분 하나만 붙들고 그들과 동고동락을 같이 한 사람들을, 생계조차 제대로 꾸려 줄 수 없었습니다. 배고픈데는 장사가 없어요. 그러면서 소위 유권자라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보통 이상의 도덕성을 끊임없이 요구합니다. 전과 14범을 청와대로, 뉴타운 사기꾼들을 국회로 보낸 바로 그 잘나 빠진 유권자들이 말이죠.

어쨌거나 방법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일단은 단결하는 수밖에요. 설령 이명박을 임기 전에 권좌에서 끌어 내리지는 못하더라도, 그의 후신들이 이후에도 계속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평화와 인권과 인간으로서의 정신을 유린하는 것만은 막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엊그제 자신을 생물학자라고 언급한 어떤 블로거의 포스팅을 읽었습니다. (출처는 까먹었습니다 죄송) 환경이 좋으면 종의 다양성이 증가하는 건 당연한 이치인데 지금 진보진영은 환경이 열악한데도 불구하고 왜 계속 분화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을 적으셨더군요.

고인의 말씀마따나, 어떻게 이룩한 민주주의인데, 어떻게 얻어낸 남북 평화인데 이제 와서 이렇게 다 무너지나요. 안될 일입니다.

Posted by vincent

2009/08/19 17:29 2009/08/1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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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J국장을 보는 친일주의자의 난동

    Tracked from 뒷골목인터넷세상 2009/08/22 00:31 Delete

    몇년전 특이한 광고가 있었습니다. 모두 'yes'라고 할 때 한 놈만 뻔뻔하게 'No'라고 주장하며 이것을 '주체성, 창의성' 등으로 연결시켜 '할 말은 한다'는 신세대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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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정구 2009/08/21 13:07 # M/D Reply Permalink

    옳은 말씀이십니다. 담아갑니다.

    1. vincent 2009/08/23 06:25 # M/D Permalink

      많이 퍼뜨려 주셨으면 합니다.

  2. 검은비 2009/08/22 07:24 # M/D Reply Permalink

    80년대 대학교 노래패에서 활동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래도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1. vincent 2009/08/23 06:26 # M/D Permalink

      물론이죠. 나중에 한꺼번에 빼앗기더라도, 그래도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런 의미로 적어 본 글입니다.

  3. 향수도사 2009/08/22 07:42 # M/D Reply Permalink

    생물학적으로 설명드리면 한 번 나빠진 환경에서는 치유하지 않는한 나쁜 세균들이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즉 건강함 몸에서는 설령 나쁜세균이 침투한다고 하더라도 발병을 하지 않지만 병약한 몸에 나쁜세균이 침투하면 하루 아침에 망가지지요. 이렇듯 좋은 세균과 나쁜세균이 서로 공존 하되 나뿐세균이 넘치지 않도록 투약하고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그런데 세균에게 물어보면 다 살기위해 목숨건다고 양쪽 다 해명하네요...ㅎㅎ.

    1. vincent 2009/08/23 06:27 # M/D Permalink

      다 살기 위해 목숨 거는거겠지만 지 배때지는 부르면서 남의 것까지 뺏으려고 못살게 구는 거하고 정말 죽을 것 같아서 꿈틀하는 거야 어디 같겠습니까

  4. violetyoon 2009/09/30 22:26 # M/D Reply Permalink

    네이버블로그로 감사히 담아갑니다.
    저같은 고등학생에게 쉽게 읽히는 글은 오랜만이네요.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1년 반가량.. 우리는 왜이렇게나 한발자국 멀리서 관망하고만 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흑과 백을 명확히 밝혀 스스로 납득시키는것이 왜 이렇게도 힘이드는걸까요... 남은 3년이 너무나 멀고도 험합니다. 하지만 남은 3년을 걱정하기보다 현재의 3일을 직시하는 국민이 됐으면..하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스스로 튼튼한 국민이되고 국가가 될때가 빨리 찾아오면 좋겠네요...

  5. 비밀방문자 2009/11/19 08:43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 vincent 2009/11/25 23:37 # M/D Permalink

      제목 잘못 쓴 것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작금의 상황이 딱 저렇게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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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까지...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이명박을 권력의 정점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이 이 야만의 시대를 잘 헤쳐나가 "인간이 사는 나라로서" 살아남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Posted by vincent

2009/08/18 14:38 2009/08/1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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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도착 열흘 째

대충 프랑스에 도착한 지 열흘 정도가 지났네요.

어제는 은행 구좌를 트기 위해 베르사이유 시내에 있는 끄레디뜨 리요네(LCL) 지점에 찾아 갔습니다. 동네 지점이라 뭐 허름하겠지 생각했는데 웬걸 역시나 지은지 백년은 되어 보이는 고풍스러운 건물에 쿨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데스크에 앉아 있는 새침하고 예쁘장하게 생긴, 전형적인 프랑스 아가씨에게 입학 허가서를 보여 주면서 물어 보니,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네요. "즈 뷔 우브히흐 엉 방끄 어카운트..." 어쩌고 더듬대니까 어찌 어찌 해서 뜻은 통해서 일단 다음주 화요일에 담당자를 만날 수 있도록 헝데뷰(약속)를 잡았습니다. "즈 쉬 데졸레 끄... 어... 몽 프헝세 네 빠 트헤 봉" 어쩌고, 프랑스어 못해서 미안하다고 얘기했더니 뭐라 뭐라 하는데, 엉글레 어쩌고 들어 가고 또 눈빛과 표정을 보니 아마 괜찮다 나도 영어 못해 미안하다 뭐 이런 뜻인 것 같았습니다. 말이 잘 안통해서 그렇지 오히려 오전에 통화한 외환은행 빠리 지점보다 친절하더군요.

그리고 나서 길 건너 베르사이유 반대 편에 있는 아장스(부동산)으로 향했습니다. 입주일을 8월 24일에서 9월 1일로 변경하기 위해서였는데, 부동산 아줌마는 아예 영어라고는 간단한 단어조차 전혀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래도 어찌 어찌 "즈 뷔 에샹제 르 다뜨..." 어쩌고 해 가면서 계약서류 초안 변경하고, 9월 1일 오전 10시에 만나서 에따 드 리유(입주 전에 집의 현재 상태를 체크하는 것) 하고 열쇠 받기로 약속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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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네모난 격자 모양으로 생긴 곳이 광장 겸 시장. 왼쪽 아래 노란 길이 한데 모이는 지점이 베르사이유 궁전 정문 쪽. 출처>> 구글맵스

베르사이유 궁전 왼편에는 조그마한 광장이 하나 있는데, 지나면서 보니까 오전에 장이 섰었던 모양이더군요. 프랑스 도착한 다다음 날에 W군과 Y양을 만나려고 이 근처를나갈 때 무척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기찬 시장으로 변모해 있더군요. 제가 지나갈 때는 폐장 직후라, 여기 저기서 착착 정리를 하면서 다시 멋진 광장으로 돌아 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트랜스포머 시장이라고나 할까요. 프랑스에는 까르푸 뿐 아니라 오샹, 모노프리 등 대형 마트들도 많지만 이렇게 동네에서 가끔씩 서는 시장에서도 싸고 신선한 식재료 같은 것들을 살 수 있다는 정보를 들었었던지라, 다음 번에는 좀 일찍 와서 구경을 해 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으로 빠리 시내에 있는 영사관에서 가서 악떼 드 네상스(출생 증명서: 체류증을 받기 전에 기본적으로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역할을 함)를 신청해야 합니다. 보통 빠리에 나갈 때는 베르사이유 샹띠에 역을 이용해서 몽빠르나스로 가는 급행 열차를 탔지만, 오늘은 제가 앞으로 살 집에서 5분 거리인 베르사이유 리브 고쉬 (강의 왼편이라는 뜻) 역을 이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샹띠에 역은 프랑스 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일드 프랑스(빠리 근교 수도권을 말함) 전역을 향하는 기차들이 많이 지나가는 큰 역이지만 리브 고쉬 역은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더 가까운 데다 에펠탑, 엥발리드 등 파리 시내 명소를 지나가는 열차가 다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기차를 타니 예상대로 관광객들이 드글드글합니다. 아마 스페인에서 온 걸로 짐작되는, 마치 무슨 청춘 영화의 한 장면에서 금방 튀어 나온 듯 쉴 새없이 재잘 거리는 예쁜 아가씨들 무리를 지나, 보기 좋게 손을 꼭잡고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는 老부부 앞에 마주 앉아 빠리 시내로 향했습니다.

영사관에서도 일이 무리 없이 잘 끝나서, 필요한서류(한국에서 가져온 기본증명서/가족관계증명서와 영사관에 비치되어 있는 몇가지 양식들)를 접수하고 나왔습니다. 화요일쯤 와서 찾으면 된다고 하는데, 봉투와 우표를 가져 가면 우편 발송을 해준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있지만 화요일 쯤이면 다시 빠리 들어올 일 있을 듯하고 또 우편물 찾는게 더 복잡해질 듯하여 그냥 찾으로 오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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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안 가져가서 웹에서 구한 사진을... 출처>> http://www.survol-paris.com/hotel-des-invalides-paris.html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9/96/Les_Invalides_Paris.jpg

주불 한국 영사/대사관 바로 옆은 나폴레옹 1세가 안장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한 엥발리드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프랑스 도착해서 관광지라고 할 만한 곳은 한번도 안 가봤는데 온 김에 대충 구경이나 해볼까 싶어 들어가 봤습니다. 엥발리드는 원래 상이군인 (invalides)들을 위한 요양 시설로 루이14세때 만들어졌다고 하는 군요. 같이 붙어 있는 생루이 성당이 상당히 멋집니다. 지금도 상이군인들의 요양 시설로 일부 쓰이고 있다고는 하는데 대부분의 공간은 군사 박물관으로 개방되고 있습니다. 박물관에는 나폴레옹의 유품과 당시 프랑스의 전쟁 무기 등을 비롯해서 꽤 볼만한 것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시간도 없고 돈도 아까워서 그냥 건물만 구경하다 나왔습니다.

정문으로 나와 보니 어, 몽빠르나스 타워가 저 멀리 보이더군요. 그 바로 앞에는 제가 다시 베르사이유 쪽으로 들어갈 때 탈 열차가 떠나는 몽빠르나스 역이 있겠지요. 지도를 보니 지하철로 3정거장 정도 되는데 (빠리에는 지하철 역이 무척 촘촘하게 있어서, 서울로 치면 1.5 정거장 거리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구경도 할 겸 걸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오늘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려서 무려 3가지 일을 하루만에 무사히 치러냈던지라 시간 여유도 약간 있었구요.

적다보니 또 길어져서, 몽빠르나스 역에 대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 올려야 겠군요.

Posted by vincent

2009/08/15 22:31 2009/08/1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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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P 2009/08/16 00:39 # M/D Reply Permalink

    안그래도 궁금했는데 잘 도착했구나. :) 글을 읽어보니 낯선 곳에서의 허둥지둥 보다는 여유가 느껴지는 것 같아 안심이다.

    1. vincent 2009/08/17 02:07 # M/D Permalink

      응 너도 잘 들어갔냐? 뭐 처음부터 여유만만이었던 건 아니고 한 일주일 헤매고나니 슬슬 분위기 파악이 되기 시작한다고나 할까 ㅎㅎ

  2. cwp 2009/08/16 14:09 # M/D Reply Permalink

    오. 집을 이미 구한 모양이로구나.. 중요한 고비를 넘긴 셈이네..화이팅이다~
    근데 정말 여유스러운 분위기로군..후달렸거나 고생스러운 무용담을 첫 포스팅으로 기대(?)했었는데 말이다..ㅎㅎ

    1. vincent 2009/08/17 02:09 # M/D Permalink

      프랑스 도착 후 첫 포스팅의 댓글 1, 2호가 CHP/CWP 형제로구만 ^^ 고생한 얘기는 나중에 올리도록 하지. 근데 집 구한 건 내가 상당히 운이 좋았어... 다들 이맘때 베르사유에서 집 구하기 하늘에 별 따기다, 최소한 10 ~ 20군데는 발품 팔면서 다녀야 구할 수 있을까 말까라고들 했었는데 말야. 내가 왕년에 덕을 많이 쌓아서...는 절대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해주고 기도해줘서 그런 것 같다.

  3. 홍서방 2009/08/16 14:47 # M/D Reply Permalink

    형님 잘 도착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단시간에 불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시는 형님이 부럽네요...ㅋㅋㅋ
    형님 글 읽으니 작년 여름에 파리 시내를 휘젓고 다니던 생각이 나네요...^^
    아아아아...부럽다아아아아~ ^^;;

    1. vincent 2009/08/17 02:11 # M/D Permalink

      어서빨리 불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날이 왔으면 을매나 좋겠냐...^^ 후배들 중에 네가 댓글 1호로구나 그냥 미친 척하고 적금 깨서 프랑스 놀러와 베르사유 궁전에서 5분 거리 무료 민박이 대기하고 있으니

  4. kikig 2009/08/17 10:36 # M/D Reply Permalink

    집구하는게 힘들죠. 여기도 꽤 비싼지역이라 그쪽 렌트비 등등을 여쭤보고 싶지만ㅋㅋ 아참. 지난 금요일에 유럽축구시즌이 시작했습니다. 저는 어서빨리 영어를 '미친듯' 구사할 날이 왔음 좋겠습니다.

    1. vincent 2009/08/21 05:20 # M/D Permalink

      비싸... 아무리 여유 있는 척해도 축구에까지 관심을 가질 정도는 아니다 아직은. 내년 월드컵은... 남아공에 가서 보지는 못해도, 최소한 비슷한 time zone에서 즐길 수는 있겠군.영어는 '미친듯' 구사하지 말고 세련되게 구사하거라.

  5. K군 2009/08/17 11:49 # M/D Reply Permalink

    영어나 불어따위는 못해도 프랑스에 가면 먹고자는데 문제 없는거죠?ㅋㅋ

    1. vincent 2009/08/21 05:25 # M/D Permalink

      물론이지. 우성이랑 기주랑 데리고 와라. 다만 인천공항면세점에서 담배 2보루 * 머릿수로 사들고 와야돼...(물론 돈은 내가 줄테고) 여기는 담배 값이 금값이라 ㅠㅠ

  6. Sol 2009/08/17 13:38 # M/D Reply Permalink

    유럽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포함한 몇개국어를 하는데 너희들은 뭐냐.. 라고 하시던 중학교 시절 영어 선생님의 말씀은 다 구라군요...ㅋㅋ
    앞으로도 활발한 블로깅 기대하겠습니다.

    1. vincent 2009/08/21 05:25 # M/D Permalink

      아마 선생님께서 유럽에 가본 적이 없으셨던 모양이다.

  7. HanQ 2009/08/17 14:50 # M/D Reply Permalink

    아무리 빨라도 한 달 정도는 기다려야할 거라 생각했는데, 벌써 블로깅까지!!
    아직 정리가 다 끝나지는 않은 듯 싶지만 놀라운 페이스구나...^^;

    역시 기본이 된 블로거는 다르군... 관광지에서 아무나 쓱 집어올 수 있는 엽서같은 사진(아니라면 원작자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한 장에도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니 말야. 누구라고 이름 밝히기가 짜증나는 모모 인사들이 떠오르는구나.ㅎㅎ

    1. vincent 2009/08/21 05:27 # M/D Permalink

      내 손으로 셔터 눌러 찍은 사진이 아니라면 출처 밝히는게 당연한거지. 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말야.

  8. 해르미 2009/08/18 13:32 # M/D Reply Permalink

    잘 도착하셨다니 다행입니다.^^
    프랑스에서 돌아오고 나서 형님께 자잘한 팁이라도 전달해드릴려고 했으나, 형님께서 바로 출발하시는 날이라 아쉽게도 연락 못 드렸어요^^

    정말로 생각보다 영어가 안 통하는데 깜짝 놀랬어요.
    불어의 자부심이 강한게 아니라 그냥 영어를 못하는거더구만요^^

    그래도 멋진 파리 풍경들이 벌써 그리워져요^^
    형님 자리 잡고 계시면 담에 구경 갈께요~~
    힘내세요~~ 홧팅홧팅!!

    1. vincent 2009/08/21 05:29 # M/D Permalink

      응 그냥 영어를 못해 그럴 필요도 못 느끼는 것 같구... 담번에는 힘들게 여기 저기 구경 다닐 생각 말고 그냥 우리 집에 와서 뷁사유나 며칠 편히 즐기다 가렴

  9. SJ 2009/08/20 00:02 # M/D Reply Permalink

    잘 적응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여유와 낭만을 간직한 프랑스 사람들과도 아마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다.
    건강 유의해라.

    1. vincent 2009/08/21 05:28 # M/D Permalink

      아마 내가 알고 있는 SJ같은데 내 블로그에 댓글 처음 적으면서 이렇게만 적어 놓으면 내가 어떻게 알어 단서라도 좀 남겨 ㅎㅎ

  10. 해르미 2009/09/08 10:43 # M/D Reply Permalink

    형님~ 프랑스 생활 업데이트 해주세요~ 궁금해요 ㅋ

  11. montreal florist 2009/10/01 10:20 # M/D Reply Permalink

    좋은글 잘 읽었네여 댓글이 더 재밌었어여

  12. JWK 2009/10/07 21:05 # M/D Reply Permalink

    여기에 방문객이 댓글 남길 때는 이름을 이니셜로 써야하는 거로군. 앞으로 종종 방문해서 활성화에 일조하도록 하지. 프리챌보드를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좋을 듯..조만간 의논하자구. Cheers - JW from Southamp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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