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터킨더님의 블로그에서 최근 약간의 이슈가 된 경기도 모 학교의 체벌 사건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본문 내용은 뭐 그분의 평상시 지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관계로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오히려 댓글들을 읽고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게 하더군요.

그중 한 댓글은, 아마도 수원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이 적은 모양인데, 체벌을 옹호..라기보다는, 그 학교의 교육 방침을 옹호하는 입장이더군요.  조금 놀랐습니다.  일부를 옮기자면

수원지역 사람들, 특히 수성고를 지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수성고 체벌 확실하고 강력하게 실시한다, 라는 걸 알고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수성고 내에서 쓰여지는...'매'들은 ... 학부모들이 돈을 모아 사주고 있습니다... 수원지역 사람들은 다 알고서 순응하고 동의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다른지역 사람들이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다녔던 학원의 선생님께서도 수성고를 졸업하셨습니다. 고려대 가셨구요, 이분이 다니셨을 때에는 지금보다 더 엄청나게 맞았...그렇게라도 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다."라는 말씀...

요약하자면 문제가 됐던 수원 수성고는 애들을 패서라도 공부를 시켜서 대학을 보낸다, 수원 사람들은 그걸 받아들인다, 라는 얘기인 모양입니다. (이 댓글에 대한 제 해석이 잘못되었다면 죄송) 이 학생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원 사람들이 모두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하여간 이 학생이 말하고 있는 "순응하고 동의하는" 수원 사람들의 생각 또한 글러먹었습니다.  이 부분은 오늘 적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이 아니기 때문에 간단히만 말하자면, 이런 식의 강압에 의한 교육 방식은 요새 유행하는 말로 "sustainable" 즉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댓글을 단 학생은 자기의 경우 그런 강압적인 방식이 필요하다라고 하는데, 그걸 알고 있고 글로 표현할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조용히 자신을 돌아 보고 자신은 왜 매가 아니면 스스로 공부할 수 없는지 성찰을 해봐야 합니다.  이 학생의 학원 선생도 마찬가지인데, 처절하게 맞아 가며 억지로 공부해서 고대 들어 간게 그렇게 자랑스럽다는 사람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 심히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대목은 이 정도로 넘어 가고.

아래쪽에 달려 있는 댓글들은 간단하지 않더군요.  '웃기지마'와 '지나가다'라는 아이디로 의견을 적은 두 분은, 아마도 교사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찬가지로 제 멋대로 요약하자면 '체벌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의 공부할 권리를 심각하게 방해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보여지네요.  사실 제가 봤을 때 '체벌'이라는 건 문제의 핵심이 아닙니다.  민주사회의 공교육은 아이들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 중의 하나는 '규율'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또한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자유를 어떻게 누릴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 것이기도 합니다.  '체벌'이라는 건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문제가 되고 있는 내용은 공교육의 문제가 아닌 가정교육의 문제가 됩니다.  '지나가다'님이 이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하셨습니다.  제가 알기로 대부분의 소위 서구 선진국의 초중등 교육 기관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체벌을 가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알고 있습니다.  왜?  얘들은 잘못하면 집에서 부모한테 맞거든요.  '지나가다' 님이 '부모한테서 말로 훈련을 받는다'라고 했는데, 말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두들겨 맞아요.  (무터킨더 님이 살고 계신 독일이나 혹은 미국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이곳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가차 없이 때립니다.)

저의 목격담을 말씀드리자면... 작년에 저희 집에 프랑스 가족을 초대해서 식사 대접을 한 일이 있는데, 5살, 7살인 남자 아이들을 함께 데려 왔습니다.  저희 부부가 평상 시 귀여워하고 같이 데리고 놀기도 하던 아이들인데, 어쨌거나 남자 아이들이다 보니 얌전하게 있기는 힘듭니다.  그러잖아도 집도 넓지 않은데 처음에는 얌전히 있는 척하던 아이들이 좀 지나니 조금씩 떠들고 장난치기 시작하다가, 급기야는 들뛰고 놀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이란 다 그렇죠!)  아이들 아빠가 처음에는 어른들 대화하는데 떠들면 안된다고 몇번 주의를 주다가, 아이들이 쿵쾅대기 시작하니까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 모양입니다.  벌떡 일어 나서는 두 아이의 귀를 비틀어 잡고 (제가 보기에도 상당히 아프겠더이다) 구석으로 몰아 넣더니, 턱을 붙들고 눈을 똑바로 쳐다 보면서 조용하고 단호하게 야단을 치더군요.  그리고는 벽 구석을 보고 둘 다 서 있게 합니다.  그러고는 식탁에 돌아와 우리 부부에게 사과하고 다시 대화를 이어 나가더군요.  사실 큰 녀석이 더 잘못을 했고 작은 녀석은 구경만 하다가 덩달아 맞은 지라 억울했는지, "C'est pas moi~ (내가 안 그랬는데)"라고 하소연하며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지만 그래도 얌전히 벽보고 서 있더라구요.   큰 녀석은 지가 잘못한 걸 아는지라 눈만 껌뻑껌뻑~ 아유 귀여운 것들.  아빠도 태연한 척 우리랑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마음이 아픈지 몰래 흘끔 흘끔 아이들을 훔쳐 보는 것이, 부성애 지극한 아빠라는 게 뻔히 보이더군요.  한국인인 아이들 엄마한테 듣기로 이 아빠는 집에서는 아이들이랑도 잘 놀아주고 아주 가정적인 사람이랍니다.  다만 밖에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 다더군요.  

베르사유에서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하다 보면 아이들과 개들이 그렇게 많은데도, 신기한 것이 우는 아이들과 짖는 개는 정말로 보기 힘듭니다.  딱 한번 울면서 땡깡 부리는 아이를 본 적이 있는데, 엄마가 가차없이 길에 버리고 갈 길 가버리더군요.  저래도 되나 싶어서 오히려 저와 아내는 아이를 지켜 보며 서 있었는데, 바닥에 주저 앉아 울던 아이가 아무리 소리쳐 울어도 엄마가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니까 안되겠다 싶었던지 결국 벌떡 일어나서 울면서 엄마를 쫓아가 손을 잡더라구요.  남자 아이 서너 명을 데리고 산책하는 엄마도 심심찮게 보는데, 젖먹이 막내를 태운 유모차를 엄마가 밀고 가면 3~5살 정도인 둘째 세째는 유모차를 꼭 붙들고 가고 열살 정도 돼 보이는 큰 애는 조용히 뒤에서 이 행렬을 따라 갑니다.

제가 한동안 프랑스어 배우러 다니던, 베르사유 시청에서 운영하는 교육 기관이 있는데, 토요일 오전에 수업을 마치고 나와 보니 그 다음반은 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었나 봅니다.  열살에서 열한 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 스무명 정도가 복도에 모여 있는데, 다들 귓속말로 자기들끼리 소곤소곤하면서 킥킥대며 얘기하고 있더라구요.  지켜보며 야단치는 선생님도 없는데도, 아무도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는 없었습니다.  어찌나 천사들 같은지.  

한번은 파리에서 지하철을 탔다가, 아이가 떠드니까 즉시 뺨을 때리며 주의를 주는 엄마를 본 적도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아이를 키우는 한국 엄마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들이 말 안들으면 즉시 때리면서 야단을 친다, 아주 흔한 일이다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뺨을 때리는 건 좀 그렇지 않냐, 매를 들 수도 있고... 했더니, 이 사람들은 오히려 도구를 이용해서 때리는 건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하고 반드시 손으로 때린다고 하네요.  글쎄요 이건 좀 동의하기 어려워서 아무래도 맨손으로 때리게 되면 감정이 실리게 되지 않냐고 했더니 도구를 사용하면 내 손이 안 아프기 때문에 아이가 얼마나 아픈지 모르지 않느냐, 고 하시더라구요.  흠...

뭐 이 외에도 많은데 이 정도로 하기로 하고.  좀 다른 예를 들자면, 지금은 한국에 들어 갔지만 하여간 아이를 데리고 와서 공부하던 동료 유학생 아빠랑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얼마 전에 읽은 프랑스 육아 잡지에 이런 말이 있더라고 하더군요.  '아이에게 가급적 일찍 좌절을 가르쳐야 한다'고.  즉 아이로 하여금 사회에서 용인되는 행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알 수 있도록 일찍부터 부모가 가르쳐야 하며, 이는 아이가 최초로 사회 생활을 경험하는 유치원에 가기 이전인 3~4살 전에 이뤄져야 하는 부모의 의무이다, 라는 내용이라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공공장소에서 민폐를 끼치는 아이들에게 보다 못한 주위 어른들이 주의를 주면 그때까지 보이지도 않던 부모가 나타나서 '당신이 뭔데 우리 아이 기 죽이냐'고 항의하는 걸 종종 보게 되는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교육 철학이지 않나요.

원래는 제목을 '유럽의 부모들은...' 이라고 하려고 했었는데 제가 다른 유럽 나라들은 가보기는 했어도 부모들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까지 자세히 관찰하지는 못했고, 또 제가 지금 살고 있는 프랑스에서도 막상 파리만 나가봐도 버릇없는 아이들이 없지 않고 한 걸 봤기 때문에 제목을 제가 살았던 베르사유로 한정해서 바꿨습니다.

Posted by vincent

2010/10/24 02:24 2010/10/24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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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ol 2010/10/24 03:44 # M/D Reply Permalink

    전 체벌이고 폭력이고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기에 형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도아를 아예 손도 안 대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2. ㄱㄱㅇ 2010/10/24 17:47 # M/D Reply Permalink

    좀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지만, 요즈음 파리에서 시위하는 학생들을 보면 프랑스 문화가 새삼 다면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3. 이인규 2010/11/01 08:32 # M/D Reply Permalink

    선배님, 서핑하다 이곳에 흘러들어왔네요~
    다음에 다시 한 번 들러 찬찬히 구경하고 가겠습니다 ^^

  4. 니미노 2010/11/12 09:54 # M/D Reply Permalink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네요.. 저는 사실 체벌이 없어지면서 일어나게 될 일들.. 예를 들어 체벌대신 퇴학 등으로 학교에서 더이상 관리하지 않게 되는 아이들이 사회로 나와 일으키게 될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해서 차라리 그게 관리가 된다면 체벌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형님이 경험하고 계실 나라들의 국민들의 의식수준만큼 우리나라의 의식수준도 향상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는 문제들도 많이 없어질 것 같고, 살만한 나라가 될거라고 생각하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5. 김용택 2010/11/17 01:10 # M/D Reply Permalink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읽다가 욕심이 생겨 제 홈페이지(http://chamstory.net/)와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 홈페이지(http://taebong.hs.kr/club/club_main.php?cb_id=cb_parents#)에 옮겨 많은 분들이 읽도록 하려 합니다.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우리나나라 부모님들 중에는 마마보이로 혹은 방치를 하면서 그것을 교육이라고 착각하는 학부모들이 많지 않습니까?
    교사의 수준, 학부모의 수준이 달라지지 않고서는 체벌뿐만 아니라 위기의 교육도 달라지게 없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6. rosedilett 2010/11/22 06:02 # M/D Reply Permalink

    저는 글솜씨나 말솜씨가 없어서^^ 제가 평소 생각하던 바를 이렇게 좋은 글로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갑네요!

  7. 행복한 안나 2011/11/11 18:29 # M/D Reply Permalink

    독일의 부모들은 체벌을 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 교포 친구가 어렸을 때, 자신의 독일 친구들은 아무도 맞지 않았는데 자기 한국인 부모님만 때렸었다는 말을 했거든요. 또 제가 아는 어떤 독일분은 남편이 아이들을 때리자 변호사를 찾아간 예도 있었구요. 제가 한국에서는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고도 한다 했더니 무척 감동하더군요.

    그냥 유럽이 다 같지는 않구나 싶어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댓글 남기니 무례를 용서해 주세요.^^*
    베르사유가 그런지는 저도 처음 알았네요.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을 폭력을 써서 통제하면 아이들도 폭력으로 타인에게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법을 배운다는 입장인데, 아무튼 민감한 사안이라 또 다시 생각해 보게 하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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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동창인 H군은 우리의 모교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과학고등학교인 K과학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습니다. 과학고등학교라는게 설립 초기 그리고 우리가 다닐 때만 해도, 지금 같은 입시 학원이 아니었어요. 입시 보다는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서 하고, 실험실과 천문대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기숙사에서 기타를 치고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치며 놀다가 (설익은) 철학과 음악에 대해 입씨름을 하기도 하고... 물론 대한민국 교육 체계 하에서 입시라는 시스템의 억압을 벗어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한에서 만큼은 설립 취지에 맞는 교육 환경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그건 20년 전 얘기입니다. 작금의 21세기에 모교에서 자신의 후배들을 가르치고 진학 지도를 하는 H군 입장에서는 최대한 자기가 받았던 교육의 좋았던 점들을 지금 학생들에게도 누리게 해주고 싶지만, 그게 쉽지가 않은 모양이에요.

친한 고교 동창 몇몇이 소식을 주고 받는 게시판에 며칠 전에 그가 올린 글입니다.

뭐 걱정을 안 했던 바는 아니지만 이렇게 전격적이고 노골적으로 본색을 드러낼 줄은...  하긴 나만 몰랐겠냐.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인가 뭐시긴가를 들여다 보면 도대체 그놈의 '무능한' 정부의 대안으로 '국민'이 뽑아놓은 현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인식이나 하고 있는가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하긴, 일관적이긴 하다.  그러니까 그나마 누더기가 된 사학법까지 다시 돌려놓자고 하지.  '알아서' '자율적으로' 잘 할거라고 믿으니까...

 참 답답해진다.

 대부분 친구들이 모르겠지만 오늘 학교의 앞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이벤트가 있다.  부산과학고등학교가 몇년 전에 '한국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된 건 알지?  이메가가 임기 내에 3곳의 과학고등학교를 추가로 전환 지정한다고 했거든. 그래서 당장 내년에 한 곳이 전환되게 되어있는데 서울과학고가 거의 자기들이 되는 것처럼 떠들고 다녔는데 뭔가 미묘한 기류가 있나봐.  경기도 교육감이 지난주 급작스레 교감선생님을 불러 제안서를 '잘' 써내서 우리도 지원하라고 했다네.  그래서 오늘 서울, 경기, 대전의 세 과학고가 각각 영재학교 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한다는 거지.  4월말이나 늦어도 5월 초에는 한 곳이 결정되겠는데... 이건 되도 문제, 안 되도 문제 참 골치아프다.

 도대체 '과학영재학교'라는 용어 자체가 기존의 과학고등학교를 부정하는 거 아니냐고...  거기가 과학영재학교면 과학고등학교는 과학 '수재' 학교 쯤이 되는 거 아냐?  와중에 영재학교로 전환되면 그 지역에는 과학고등학교를 또 하나 만든댄다....  이거야 말로 옥상옥인거지.  우후죽순으로 과학고등학교가 많아지고, 그러다보니 대학입학에 어려움이 있고, 영재교육보다는 입시 대비 교육 쪽으로 가는 것 같고, 양이 많아져 질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거고...  문제점이 있으면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제일 쉽고 표나는게 뭔가 새로운 거 만들어놓는거니...

 내 장담한다.  이대로라면 또 십수년 내에 지금처럼 전국에 '과학영재학교' 하나씩 다 지어지고, 과학고는 더 많아지겠지.  그럼 중학생들은 본인(내지 학부모)의 소신이나 희망과 관계없이 층층이 성적에 따라 영재학교, 떨어지면 과학고, 떨어지면 외고, 떨어지면 자립형 사립고...  아마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는 여기저기 다 떨어지고 심지어 전문계(옛 실업계) 고등학교 입시까지 모두 떨어진 '병신'들만 다니게 될 게 눈에 훤하다.  뭐 그 상태로 또 십년쯤 가면 제2, 제3의 이메가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하면서 과학영재학교 중 하나를 '과학 천재 학교'로 전환 지정하는 걸 생각해내지 않을까...

 차라리 그 돈으로 카이스트 급 대학을 더 만들라고 하지.  아무리 '과학 영재' 고삐리를 많이 만들면 뭐하냐고... 얘들을 키울 수 있어야지. 뭐 부모가 능력있으면 유학보내면 된다는 건가? '자율적'으로?

 하도 답답해서 그냥 주절대봤다.  우리 아이들 어찌 키워야 하는 거냐



뭐 그런데 정작 문제는 과학고등학교 건 과학영재학교 건 과학천재학교 건 간에 공부 제일 잘하는 아이들은 의대로 진학하고, 의대로 진학한 아이들 중에 또 제일 공부 잘하는 애들은 성적 순대로 성형외과 -> 피부과 -> 안과... 등으로 간다는 사실...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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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vincent

2008/04/23 10:43 2008/04/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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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d 2008/04/23 15:42 # M/D Reply Permalink

    치과도 있습니다 ㄳ

    1. 빈센트 2008/04/28 20:12 # M/D Permalink

      치과도 있지요. 치대는 좀 다르게 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2. Bloodlust 2008/04/23 17:25 # M/D Reply Permalink

    후우, 적극 동감입니다.

    근데 예비 돌팔이 동생넘 말에 의하면 성형외과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라 의외로 성적순 서열의 위쪽에 있지 않다고 그러더군요.

    1. 빈센트 2008/04/28 20:12 # M/D Permalink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 멋지네요

  3. 매디드 2008/04/24 08:54 # M/D Reply Permalink

    자기 아이들은 과학천재고,영재고,자사고 등에 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 분당,수지,목동 등에 가진 것이라고는 아파트 한채인데 부자라고
    착각하고 있는 이들이 문제겠지요.
    이들의 착각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이들이 무서울 따름입니다.

    1. 빈센트 2008/04/28 20:13 # M/D Permalink

      자기가 착각에 빠져 있다는 걸 자각해도 이미 거기서 벗어날 수 없는 거 아닐까요? 갈데까지 가보는 수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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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형이 된 친구

고교 동기 중 친한 친구들끼리 소식을 주고 받는 게시판에 (열명 남짓한 멤버 중 절반은 해외에, 나머지 절반 중 반은 서울/ 반은 대전에 있어 자주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한 친구가 학부형이 된 얘기를 올렸다.

이 친구는 과학고를 나와 카이스트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고 스위스에서 포닥을 한 뒤 대전의 모모 국책연구소에서 연구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의 아내도 또다른 대전의 국책연구소에서 행정직으로 일하고 있고. 나름 이 사회에서 엘리트라면 엘리트고 머리 좋은 걸로 따지면 그닥 아쉬울 것 없는 부모들인데도 불구하고, 작금의 이 미쳐 버린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에는 역시나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글쎄 나는 결혼을 늦게 한데다 아직 아이가 없어서 당장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곧 이 땅에서 아이를 낳아 키울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써 염려되지 않을 수는 없다. 제발이지 새 정부가 어떻게든 학부모들의 걱정을 좀 덜어 줄 수 있는 정책을 실행해 주기를 기대하지만.... 언감생심이려나.


우리 2세 중에는 민혁이가 가장 나이가 많아서 몇년전에 유치원에 들어간 이야기도 글을 올렸다만 3월 3일부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녀석 덕분에 가장먼저 학부형이 된 이야기나 올려볼까한다.

(갈수록 소재가 부족해 져서 아이들 이야기 하는게 젤 쉬운 화재거리가 된것같다만...)

3년전에 앞으로 계속 살거라고 생각되는 공기좋고 나름대로 정이 가는 곳에 무리해서 집을 장만했었다.

그런데 둘째를 낳고 집사람이 다시 복직을 할 것을 생각하니 아기보는 아주머니를 구하는 것도 그렇고 장모님이 오셔서 애기를 봐주는 것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걸리는게 많아서 처가댁과 같은 단지의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민혁이 학교 문제 때문에 살고 있던 집이 팔리지도 않은 상태로 급하게 전세를 얻어 갔고 살던집은 비워놓은 상태다. 무리하게 옮기다 보니 금전적으로도 손실이 많았고 그다지 의도하지도 않았다만 그간 그쪽 동네에서 연결했던 사교육 모음을 다 정리하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새 조직에 가담하다 보니 애 엄마도 스트레스가 쌓여서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다.

암튼 꾸역꾸역 일을 처리해 나가면서 애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보니 이제 12년 마라톤의 출발선을 막 떠난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박수치며 격려하는 것과 동시에 기대 반 우려반의 마음이다. 

이나라 교육이 어디서 부터 이리 꼬인건지 밤늦게까지 하기 싫어하는 영어공부를 억지로 시키느라 애랑 실갱이 하고 윽박지르고, 때로는 매도 들고 하는 오늘의 내 모습에 벌써부터 한숨이 절로 난다.

하도 영어, 영어 하니까 좀 쉽게 가르쳐 볼려고 학원에라도 보내려니, 무슨 초등학교도 안들어 간 애들을 대상으로 레벨테스트를 하고 영어로 된 책은 기본으로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하질 안나...

영어만 들어가면 다 금딱지를 다는지 금액을 왜이리 또 비싼건지..


우리가 자란 환경과는 너무나도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애들을 보면서 과연 내가 적절한 학부모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정말 의문이다.

교육의 방침은 애가 스스로 흥미를 느끼고 할 수 있도록 해야 지치지 않는다는 기본적이고 매우 일반적인 철학을 나 또한 갖고 있다만 현실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현재로선 내가 할 수 있는게 단어하나, 계산하나 더 가르치려고 애쓰는 것보다 따뜻한 격려의 말을 전해주는 것, 돈 많이 벌어서 좋은 학원 다니게 해주는 것(? -_-;;)이 최선이라 그렇게 믿고 있다.

나이차이가 6년이나 나는 둘째 녀석이 학교에 들어갈때 좀 더 희망적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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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vincent

2008/03/05 05:16 2008/03/05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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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8/03/05 06:20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 K군.. 2008/03/06 12:01 # M/D Reply Permalink

    그래도 최대한 방치해놓고... 키울랍니다. 지엄마아빠의 끼를 물려받았으면, 연예인 시키고 아빠 머리 물려받았으면, 특별히 시키지 않아도 중간이상은 하겠죠.. 훗..ㅡㅜ

    1. 빈센트 2008/04/04 19:55 # M/D Permalink

      그 마음 변치 말거라... 우리 애랑 같이 놀게 하자

  3. rince 2008/03/27 16:12 # M/D Reply Permalink

    일제 치하의 압박속에서도 버텨온...한글...
    이제와서 우리 민족 스스로 버리려고 하는가 봅니다...

    참 슬픈 현실이에요...

    1. 빈센트 2008/04/04 19:56 # M/D Permalink

      허탈해지죠?

  4. 완두콩 2008/04/01 03:06 # M/D Reply Permalink

    확실히 힘들죠. 신념투철하던 직장상사님께서 와이프 임신하자마자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던데요.
    대략 8년간 과외를 하면서 아이들로 인해 마음고생하는, 그러면서도 아이에게 확신있게 답하지 못하는 부모를 보면 가끔 우리 부모님이 존경스럽슴다. 난... 잘해야 할텐데.. 겁이 나거든요... 괜히 과외했나봐요.훗.

    사교육 시장에서 돈벌었던 저이지만 그래서 비정상적 사교육 시장의 폐해를 몸으로 느껴보니 몹쓸 짓인듯.. 싶네요.

    1. 빈센트 2008/04/04 19:57 # M/D Permalink

      시스템의 문제를 개인의 양심의 문제로 치환하지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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