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의 글에 이어서 적습니다. 

2. Sweet Child O' Mine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출처: http://www.cine21.com

Randy 랜디: Goddamn they don't make em' like they used to. 젠장 요새 놈들은 예전 같은 음악을 못 만든다니깐.
Cassidy 캐시디: Fuckin' 80's man, best shit ever ! 정말 80년대 음악들이 끝내줬는데 말예요.
Randy: Bet'chr ass man, Guns N' Roses! Rules. 바로 그거야. 건즈앤로지즈가 최고지.
Cassidy: Crue! 머틀리크루!
Randy: Yeah! 예!
Cassidy: Def Lep! 데프레파드!
Randy: Then that Cobain pussy had to come around & ruin it all. 그러고는 커트 코베인인지 뭔지 하는 놈이 나타나서 다 망쳐놨지.
Cassidy: Like theres something wrong with just wanting to have a good time? 그냥 좀 재밌게 살자는게 뭐 잘못됐나?
Randy: I'll tell you somethin', I hate the fuckin' 90's. 그러게 말야. 난 빌어먹을 90년대가 싫어.
Cassidy: Fuckin' 90's sucked. 90년대는 밥맛이에요.
Randy: Fuckin' 90's sucked. 90년대는 밥맛이지.


캐시디가 "손님과 가게 밖에서 만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랜디를 만나는 자리에서, 두 사람의 마음을 통하게 해주는 대화는 마침 가게에서 틀어준 80년대 록음악들입니다. 두 사람은 건즈앤로지즈, 머틀리크루, 데프레파드 등 80년대를 풍미한 록밴드들의 이름을 대며 자신들의(그리고 물론, 배우 미키루크의) 전성기였던 당시를 회상하는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출처: http://www.cine21.com


나중에 랜디가 마지막 경기에 출전할 때, 그의 등장을 알리는 배경 음악 역시 80년대를 풍미한 Guns N' Roses의 곡 중 하나인 'Sweet Child O' Mine'입니다. 저는 80년대에 10대를 보내고 9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녔지만, 당시 밴드에서 기타 치는 친구들은 누구나 한번씩 이 곡의 유명한 전주 부분을 copy하고는 했었죠. 역시 80년대가 좋았어요. :)


영화에 이 곡이 등장하면서 떠오른 건 Guns&Roses의 리더이자 보컬이었던 Axl Rose (Guns N' Roses라는 밴드 명은 이 밴드를 만든 기타리스트 Tracii Guns와 보컬 Axl Rose의 이름에서 딴 거였습니다. Tracii Guns는 나중에 Guns N' Roses를 떠나 LA Guns라는 밴드를 결성하죠)였는데요. 얼마 전에 cable TV에서 본 연예 프로그램에서 '가장 추하게 늙은 스타' 중 한 명으로 그를 꼽는 걸 본 기억이 났기 때문입니다. 

Axl Rose는 독특한 음색의 보컬과 잘생긴 얼굴, 섹시하고 카리스마 있는 무대 매너로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렸었습니다. 하지만 93년("The Spaghetti Incident?" 앨범) 이후 멤버 간의 불화로 더 이상 음악 활동을 하지 않고, 말리부의 맨션에서 칩거하며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해왔었죠. 하지만 전작들이 워낙에 훌륭했던 데다 (데뷔 앨범인 Appetite for Destruction(87), Use Your Illusion I&II(91)들은 정말 지금 들어도 최고의 명반들입니다) 이따금씩 불거지는 기행 등으로 간간히 관심은 끌었었는데요. (그중에는 커트 코베인과의 다툼도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2006년 경부터 슬슬 신작을 발표할 거라는 소문을 흘리기 시작하더니 정말로 2008년에 "Chinese Democracy"라는 제목의 앨범을 내면서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기타리스트 Slash 등 전성기를 함께한 멤버들이 아닌 새로 기용한 멤버들과 함께요. 

그런데 문제는 공백기가 너무 길었다는 건데... 거의 15년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더 이상 과거의 꽃미남이 아니었을 뿐더러 자연스럽게 나이 든 모습도 아니었습니다. 얼굴 전체에 보톡스의 흔적이 흉하게 남아 추하게 늙은 꼬라지가, 중간 과정 일체 생략하고 갑작스럽게 팬들에게 던져졌던 거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던 액슬로즈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변해 버렸으니 말이에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키 루크 -> 레슬러 랜디 정도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닐 수도 있겠으나, "November Rain" 뮤직 비디오에서 애절하게 피아노를 치며 노래 부르는 그 섹시한 청년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이건 재앙입니다 재앙. 



3. 반칙왕

저는 이 영화 보는 내내 김지운, 송강호의 "반칙왕"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는데 다들 그러시진 않았나봐요. 제가 워낙에 재밌게 봐서 그렇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외국 사람들이 봤을 때 가장 편하게 즐길 수 있을 법한, 무력한 현대인의 보편적인 정서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9년 전에만 해도 상업 영화의 해외 진출 경로가 그리 많지 않았던지 해외 시장에서 크게 호평을 받지는 못한 걸로 기억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출처: http://www.cine21.com


지금 위암으로 투병 중인 (힘내세요) 장진영의 풋풋한 시절 모습도 볼 수 있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출처: http://www.cine21.com


마지막 경기에서 상대역으로 나온 선수는 워낙에 얼굴도 험악한데다 몸도 탄탄해서, 진짜 레슬링 선수거나 격투기 선수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면 당시에는 무명에 가까웠던 김수로였다는 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출처: http://www.cine21.com



"더 레슬러"에서 랜디가 마지막에 혼신의 힘을 다해 시도하는 마지막 점프("램 잼!")는 심장이 약해진 그로서는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한, 하지만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는 마지막 몸부림이었는데, 착지 장면은 안 보여주고 끝납니다. "반칙왕"에서도 마지막에 주인공이 비슷한 점프를 하는 걸로 기억하는데, 착지는 어땠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출처: http://www.cine21.com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출처: http://www.cine21.com



마지막으로 사족. 한국판 포스터의 "신이 내린 연기, 영혼을 울리는 걸작"라는 카피를 보고 아 굳이 저런 감상적인 카피 꼭 넣어야 하나, 그냥 사진 만으로도 충분히 좋았을텐데...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보니 영문판 포스터 카피도 유치하긴 매한가지네요. "Witness the resurrection of Mickey Roorke in Darren Aronofsky's deeply affecting film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감동적인 영화에서 미키 루크가 부활하는 모습을 확인하세요"

Posted by vincent

2009/03/29 14:13 2009/03/29 14:13

Trackback URL : http://www.vincentkwak.com/trackback/252

Trackbacks List

  1. "레슬러"를 보면서 떠오른 세가지 심상 (1)

    Tracked from Vincent's Blog 2009/03/29 15:24 Delete

    본격적인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 전이라 그런지, 요새 나오는 미국 영화들을 보면 현란한 액션과 특수효과로 볼 거리를 제공하는 영화들 보다는 다양한 인간의 내면에 돋보기를 들이대는, 깊이

Comments List

  1. Bloodlust 2009/03/30 06:42 # M/D Reply Permalink

    그래도 90년대에는 판테라가 있었는데 ㅠ.ㅠ

    1. vincent 2009/04/21 04:47 # M/D Permalink

      90년대 밴드들은 너무들 심각해서... 80년대 밴드들은 낙천적이고 좋았죠 :)

  2. Judith 2009/03/30 15:20 # M/D Reply Permalink

    "Gran Torino"는 언제 올려주실건가요? 거의 울뻔했다죠?

    1. vincent 2009/04/21 04:47 # M/D Permalink

      제 리뷰는 보통 사람들 관심 다 빠지고 한물 간 다음에 올라갑니다

  3. rince 2009/04/15 03:40 # M/D Reply Permalink

    아...정말 국내용 포스터가 원래의 분위기를 망쳐놨네요... ㅠㅠ
    똑같은 사진인데 우리나라 포스터는 웬지 술취한 걸인 같은 느낌이...ㅋ

    1. vincent 2009/04/21 04:48 # M/D Permalink

      포스터에서 얼굴 안 보여주는 건 양쪽 다 마찬가지라는 거 :)

  4. rince 2009/05/19 05:54 # M/D Reply Permalink

    레슬러 보고 다시 왔습니다. ^^

    80년대의 음악도 참 좋았거니와, 과거 영광의 모습을 잊지 못해 다시 레슬러의 길로 돌아서는 모습이 참 안타깝기도 하고 박수를 쳐주고 싶기도 하더군요.

    미키루크는 연기를 하면서 자신의 전성기를 떠올리지는 않았을지 싶네요

Leave a comment
본격적인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 전이라 그런지, 요새 나오는 미국 영화들을 보면 현란한 액션과 특수효과로 볼 거리를 제공하는 영화들 보다는 다양한 인간의 내면에 돋보기를 들이대는, 깊이 있는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영화팬들을 설레게 한 작품이 미키 루크의 "더 레슬러"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 토리노"인데요. 두 영화의 공통점은 왕년의 스타들이 팬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전성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선보임으로써 보는 사람의 심상을 자극한다는 점이죠. 

지난 주말에는 "더 레슬러"를, 이번 주말에는 "그랜 토리노"를 봤는데요. 영화 자체로서는 "그랜 토리노"가 더 재밌고 잘 만들어졌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만, "더 레슬러"에서 보여준 미키 루크의 연기 또한 대단한 것이었죠. 뭐 여기에 대해서는 워낙에 많은 분들이 좋은 감상평을 적어 주신 관계로 이제 와서 뒷북을 칠 필요는 없을 듯하고, 다만 영화를 보는 동안 떠오른, 영화 외적인 심상 세가지를 적어 볼까 합니다. 

(영화 관련 사진의 출처는 모두 http://www.cine21.com입니다)

1. Sorrow

모든 사람이 인정하듯, 이 영화는 미키 루크의, 미키 루크에 의한, 미키 루크를 위한 영화입니다. 영화배우 미키 루크라는 자연인과 이 영화의 주인공인 랜디는 도저히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랜디가 상처 입는 장면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배우 미키 루크의 상처를 떠올리게 되고, 그러기에 더욱 그의 고통에 감정 이입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출처: http://www.cine21.com


이는 감독의 촬영 의도에도 선연히 드러나는데요. 첫 장면부터 시작하여 상당히 많은 장면에서, 카메라는 랜디의 바로 뒤를 따라 가며 랜디가 보는 장면들을 그대로 보여 주고, 그의 거친 숨소리라든지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들을 날것 그대로 들려 줍니다. 관객들이 랜디에게 직접 감정 이입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의 바로 옆에서 그를 느낄 수 있도록 의도한 연출이라 생각되네요.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시퀀스(장면)들에 랜디는 빠짐없이 등장합니다. 아무리 주인공이라 해도 이런 식의 연출은 흔치는 않죠. 

그런데 (제 기억으로는) 단 한 장면, 랜디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랜디와 유일하게 마음이 통하는, 동네 스트립바의 댄서인 캐시디가 메인으로 나오는 장면인데요. 랜디가 링 위에서 쓰러져 죽을 각오를 하고 마지막으로 경기에 출전하러 떠난 후, 캐시디는 그를 말리러 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바에서 춤을 춥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출처: http://www.cine21.com


랜디 외에는 아무도 찾아 주지 않는 퇴물 스트리퍼인 캐시디가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늙어 버린 육체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에로티시즘을 쥐어짜내기 위해 힘겹게 봉춤을 추는 장면은, 반 고호의 초기 습작으로 남아 있는 "슬픔(Sorrow)"이라는 그림을 계속 떠올리게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림출처: www.vangoghgallery.com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림출처: www.chrislee.org.uk



"슬픔"은 고호의 작품 중 유일한 누드화로 알려진 (동일 주제의) 일련의 작품들의 제목입니다. 고호는 애초에 성직자가 되기를 원했으나 1880년 경에 이를 포기하고 화가가 되기를 결심하면서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살기 시작하는데요. 이때 클라시나 호르니크 시엔이라는 창녀를 만나 동거를 합니다. 시엔은 딸 하나가 있었고 고호와 살기 시작할 당시 이미 임신 중이었습니다. 평생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종교적 연민으로 고뇌하고 괴로워 했던 고호가 그녀와 함께 살았던 건 비참한 상황에 빠져 있던 그녀를 어떻게든 구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요. 하지만 자신 역시 돈 한푼 못 버는 가난한 화가 지망생이었던 고호가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고, 그런 자신의 무력감이 그림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누드화라고는 하지만 일체의 에로티시즘이 배제된, 모델과 화가의 슬픔과 고통이 단순한 선에 절절히 살아 있는 이 그림이, "늙은 창녀"와 다름없는 캐시디의 모습 위로 계속 겹쳐 보이더군요. (캐시디 역할을 맡은 배우인 마리사 토메이는 저도 예전부터 좋아하던 배우입니다.) 그림 아래에 조그맣게 씌어 있는 문구는 "어찌하여 이 땅 위에 한 여인이 홀로 버려진 채 있는가?"라는 뜻으로 미슐레의 글을 인용한 것이라고 하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출처: www.sejlakameric.com



위의 사진은 보스니아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동 중인 Šejla Kamerić이라는 사진작가의 작품입니다. 이 사진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는데, 고호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페이소스를 모방하려는 것이었다면 더 늙고 지쳐 보이는 모델을 썼어야 했던 것 아닐까 싶네요. 그렇다고 고호의 작품을 패로디해서 에로티시즘을 표현하고자 하는 거였더라면, 좀더 몸매와 가슴이 예쁜 모델을 썼어야 했을 것 같구요.

Posted by vincent

2009/03/29 10:54 2009/03/29 10:54
, , , , , ,
Response
A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www.vincentkwak.com/rss/response/251

Trackback URL : http://www.vincentkwak.com/trackback/251

Trackbacks List

  1. "레슬러"를 보면서 떠오른 세가지 심상 (2)

    Tracked from Vincent's Blog 2009/03/29 15:24 Delete

    앞서의 글에 이어서 적습니다. 2. Sweet Child O' MineRandy 랜디: Goddamn they don't make em' like they used to. 젠장 요새 놈들은 예전 같은 음악을 못 만든다니깐.Cassidy 캐시디: Fuckin' 80's man, best shit ever ! 정말

Leave a comment

블로그 이미지

HEC MBA나 유럽 취업 등에 관련해 궁금한 점은 방명록에 적어 주세요.

- vincent

  • 반디앤루니스
  • 인터넷교보문고
  • 북스리브로
  • 인터넷영풍문고
  • 알라딘
  • 예스24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541124
    Today:
    36
    Yesterday:
    228
    31명이 RSS를 구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