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프랑스에 도착한 지 열흘 정도가 지났네요.
어제는 은행 구좌를 트기 위해 베르사이유 시내에 있는 끄레디뜨 리요네(LCL) 지점에 찾아 갔습니다. 동네 지점이라 뭐 허름하겠지 생각했는데 웬걸 역시나 지은지 백년은 되어 보이는 고풍스러운 건물에 쿨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데스크에 앉아 있는 새침하고 예쁘장하게 생긴, 전형적인 프랑스 아가씨에게 입학 허가서를 보여 주면서 물어 보니,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네요. "즈 뷔 우브히흐 엉 방끄 어카운트..." 어쩌고 더듬대니까 어찌 어찌 해서 뜻은 통해서 일단 다음주 화요일에 담당자를 만날 수 있도록 헝데뷰(약속)를 잡았습니다. "즈 쉬 데졸레 끄... 어... 몽 프헝세 네 빠 트헤 봉" 어쩌고, 프랑스어 못해서 미안하다고 얘기했더니 뭐라 뭐라 하는데, 엉글레 어쩌고 들어 가고 또 눈빛과 표정을 보니 아마 괜찮다 나도 영어 못해 미안하다 뭐 이런 뜻인 것 같았습니다. 말이 잘 안통해서 그렇지 오히려 오전에 통화한 외환은행 빠리 지점보다 친절하더군요.
그리고 나서 길 건너 베르사이유 반대 편에 있는 아장스(부동산)으로 향했습니다. 입주일을 8월 24일에서 9월 1일로 변경하기 위해서였는데, 부동산 아줌마는 아예 영어라고는 간단한 단어조차 전혀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래도 어찌 어찌 "즈 뷔 에샹제 르 다뜨..." 어쩌고 해 가면서 계약서류 초안 변경하고, 9월 1일 오전 10시에 만나서 에따 드 리유(입주 전에 집의 현재 상태를 체크하는 것) 하고 열쇠 받기로 약속도 잡았습니다.

가운데 네모난 격자 모양으로 생긴 곳이 광장 겸 시장. 왼쪽 아래 노란 길이 한데 모이는 지점이 베르사이유 궁전 정문 쪽. 출처>> 구글맵스
베르사이유 궁전 왼편에는 조그마한 광장이 하나 있는데, 지나면서 보니까 오전에 장이 섰었던 모양이더군요. 프랑스 도착한 다다음 날에 W군과 Y양을 만나려고 이 근처를나갈 때 무척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기찬 시장으로 변모해 있더군요. 제가 지나갈 때는 폐장 직후라, 여기 저기서 착착 정리를 하면서 다시 멋진 광장으로 돌아 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트랜스포머 시장이라고나 할까요. 프랑스에는 까르푸 뿐 아니라 오샹, 모노프리 등 대형 마트들도 많지만 이렇게 동네에서 가끔씩 서는 시장에서도 싸고 신선한 식재료 같은 것들을 살 수 있다는 정보를 들었었던지라, 다음 번에는 좀 일찍 와서 구경을 해 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으로 빠리 시내에 있는 영사관에서 가서 악떼 드 네상스(출생 증명서: 체류증을 받기 전에 기본적으로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역할을 함)를 신청해야 합니다. 보통 빠리에 나갈 때는 베르사이유 샹띠에 역을 이용해서 몽빠르나스로 가는 급행 열차를 탔지만, 오늘은 제가 앞으로 살 집에서 5분 거리인 베르사이유 리브 고쉬 (강의 왼편이라는 뜻) 역을 이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샹띠에 역은 프랑스 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일드 프랑스(빠리 근교 수도권을 말함) 전역을 향하는 기차들이 많이 지나가는 큰 역이지만 리브 고쉬 역은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더 가까운 데다 에펠탑, 엥발리드 등 파리 시내 명소를 지나가는 열차가 다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기차를 타니 예상대로 관광객들이 드글드글합니다. 아마 스페인에서 온 걸로 짐작되는, 마치 무슨 청춘 영화의 한 장면에서 금방 튀어 나온 듯 쉴 새없이 재잘 거리는 예쁜 아가씨들 무리를 지나, 보기 좋게 손을 꼭잡고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는 老부부 앞에 마주 앉아 빠리 시내로 향했습니다.
영사관에서도 일이 무리 없이 잘 끝나서, 필요한서류(한국에서 가져온 기본증명서/가족관계증명서와 영사관에 비치되어 있는 몇가지 양식들)를 접수하고 나왔습니다. 화요일쯤 와서 찾으면 된다고 하는데, 봉투와 우표를 가져 가면 우편 발송을 해준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있지만 화요일 쯤이면 다시 빠리 들어올 일 있을 듯하고 또 우편물 찾는게 더 복잡해질 듯하여 그냥 찾으로 오기로 했습니다.

카메라를 안 가져가서 웹에서 구한 사진을... 출처>> http://www.survol-paris.com/hotel-des-invalides-paris.html

출처>>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9/96/Les_Invalides_Paris.jpg
주불 한국 영사/대사관 바로 옆은 나폴레옹 1세가 안장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한 엥발리드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프랑스 도착해서 관광지라고 할 만한 곳은 한번도 안 가봤는데 온 김에 대충 구경이나 해볼까 싶어 들어가 봤습니다. 엥발리드는 원래 상이군인 (invalides)들을 위한 요양 시설로 루이14세때 만들어졌다고 하는 군요. 같이 붙어 있는 생루이 성당이 상당히 멋집니다. 지금도 상이군인들의 요양 시설로 일부 쓰이고 있다고는 하는데 대부분의 공간은 군사 박물관으로 개방되고 있습니다. 박물관에는 나폴레옹의 유품과 당시 프랑스의 전쟁 무기 등을 비롯해서 꽤 볼만한 것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시간도 없고 돈도 아까워서 그냥 건물만 구경하다 나왔습니다.
정문으로 나와 보니 어, 몽빠르나스 타워가 저 멀리 보이더군요. 그 바로 앞에는 제가 다시 베르사이유 쪽으로 들어갈 때 탈 열차가 떠나는 몽빠르나스 역이 있겠지요. 지도를 보니 지하철로 3정거장 정도 되는데 (빠리에는 지하철 역이 무척 촘촘하게 있어서, 서울로 치면 1.5 정거장 거리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구경도 할 겸 걸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오늘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려서 무려 3가지 일을 하루만에 무사히 치러냈던지라 시간 여유도 약간 있었구요.
적다보니 또 길어져서, 몽빠르나스 역에 대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 올려야 겠군요.
Posted by vinc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