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동기 중 친한 친구들끼리 소식을 주고 받는 게시판에 (열명 남짓한 멤버 중 절반은 해외에, 나머지 절반 중 반은 서울/ 반은 대전에 있어 자주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한 친구가 학부형이 된 얘기를 올렸다.
이 친구는 과학고를 나와 카이스트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고 스위스에서 포닥을 한 뒤 대전의 모모 국책연구소에서 연구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의 아내도 또다른 대전의 국책연구소에서 행정직으로 일하고 있고. 나름 이 사회에서 엘리트라면 엘리트고 머리 좋은 걸로 따지면 그닥 아쉬울 것 없는 부모들인데도 불구하고, 작금의 이 미쳐 버린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에는 역시나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글쎄 나는 결혼을 늦게 한데다 아직 아이가 없어서 당장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곧 이 땅에서 아이를 낳아 키울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써 염려되지 않을 수는 없다. 제발이지 새 정부가 어떻게든 학부모들의 걱정을 좀 덜어 줄 수 있는 정책을 실행해 주기를 기대하지만.... 언감생심이려나.
우리 2세 중에는 민혁이가 가장 나이가 많아서 몇년전에 유치원에 들어간 이야기도 글을 올렸다만 3월 3일부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녀석 덕분에 가장먼저 학부형이 된 이야기나 올려볼까한다.
(갈수록 소재가 부족해 져서 아이들 이야기 하는게 젤 쉬운 화재거리가 된것같다만...)
3년전에 앞으로 계속 살거라고 생각되는 공기좋고 나름대로 정이 가는 곳에 무리해서 집을 장만했었다.
그런데 둘째를 낳고 집사람이 다시 복직을 할 것을 생각하니 아기보는 아주머니를 구하는 것도 그렇고 장모님이 오셔서 애기를 봐주는 것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걸리는게 많아서 처가댁과 같은 단지의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민혁이 학교 문제 때문에 살고 있던 집이 팔리지도 않은 상태로 급하게 전세를 얻어 갔고 살던집은 비워놓은 상태다. 무리하게 옮기다 보니 금전적으로도 손실이 많았고 그다지 의도하지도 않았다만 그간 그쪽 동네에서 연결했던 사교육 모음을 다 정리하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새 조직에 가담하다 보니 애 엄마도 스트레스가 쌓여서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다.
암튼 꾸역꾸역 일을 처리해 나가면서 애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보니 이제 12년 마라톤의 출발선을 막 떠난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박수치며 격려하는 것과 동시에 기대 반 우려반의 마음이다.
이나라 교육이 어디서 부터 이리 꼬인건지 밤늦게까지 하기 싫어하는 영어공부를 억지로 시키느라 애랑 실갱이 하고 윽박지르고, 때로는 매도 들고 하는 오늘의 내 모습에 벌써부터 한숨이 절로 난다.
하도 영어, 영어 하니까 좀 쉽게 가르쳐 볼려고 학원에라도 보내려니, 무슨 초등학교도 안들어 간 애들을 대상으로 레벨테스트를 하고 영어로 된 책은 기본으로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하질 안나...
영어만 들어가면 다 금딱지를 다는지 금액을 왜이리 또 비싼건지..
우리가 자란 환경과는 너무나도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애들을 보면서 과연 내가 적절한 학부모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정말 의문이다.
교육의 방침은 애가 스스로 흥미를 느끼고 할 수 있도록 해야 지치지 않는다는 기본적이고 매우 일반적인 철학을 나 또한 갖고 있다만 현실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현재로선 내가 할 수 있는게 단어하나, 계산하나 더 가르치려고 애쓰는 것보다 따뜻한 격려의 말을 전해주는 것, 돈 많이 벌어서 좋은 학원 다니게 해주는 것(? -_-;;)이 최선이라 그렇게 믿고 있다.
나이차이가 6년이나 나는 둘째 녀석이 학교에 들어갈때 좀 더 희망적이길 기대해 본다.
Posted by vinc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