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구글 세금" 도입될까

최근 프랑스에서는, 온라인 광고에 세금을 부과해서 이를 미디어 업계를 지원하는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으로 작성된 (그렇기 때문에 채택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한 보고서에서 제안된 내용인데요. 실제로 컨텐츠를 생산하지 않는 온라인 업체들(aggregator라고 하죠)이 컨텐츠 생산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정당한 창작의 댓가를 상당 부분 가져가기 때문에 여기에 세금을 매겨 컨텐츠의 원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거죠. 구글, AOL,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페이스북 등을 지목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구글이 차지하는 몫이 가장 크다보니 이를 "구글 세금 (Google tax)"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의 내용에 따르면 이를 통해 연간 5천만 유로 정도의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데 이는 8억 유로에 달하는 구글의 프랑스 내 온라인 광고 수입에 비해 아주 적은 부분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글쎄 뭐 지나치게 우경화된 미국 혹은 좌와 우의 개념 자체가 완전히 뒤죽박죽인 우리나라의 관점에서 보자면 첫째로 아니 공산국가도 아니고 정부가 왜 이런 식으로 개입을 하나 싶고 (프랑스란 나라가 아니 유럽의 선진국들 거개가 우리 기준으로 보자면 뭐 이런 빨갱이 나라가 다 있나 싶을 정도이긴 합니다) 둘째로 이건 시대에 역행하는 조치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프랑스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사르코지 집권 이후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프랑스는 여전히 국민들이 합당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민간 부문에 개입하여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나라인데요. 이는 특히 문화 부문에서 확연합니다.

프랑스에는 문화와 예술의 나라답게 무지하게 많은 예술인들이 공연 예술, 미술, 음악,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들 대부분이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일정 부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생계 걱정 없이 자유롭게 창작 활동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극 분야의 경우 연간 일정 기간 이상의 공연 계약을 갖는 직업 연극인에게 계약 기간 이외의 기간에는 정부가 수당을 지불해서 이들이 안정된 문화 예술 생산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합니다. 또한 이들이 자신들의 창작물을 발표할 수 있는 공연장이나 전시장 등은 대부분 정부와 지자체의 탄탄한 지원을 받기 때문에, 수익성과 크게 상관없이 작품의 질에만 신경쓸 수 있다는 거죠. 또한 이들 예술인들은 교육 시스템과도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어 프랑스의 초중등 학생들은 자신이 원할 경우 방과 후 활동으로 이들 예술인들로부터 직접 레슨을 받을 수 있습니다. 레슨비는 물론 거의 공짜나 다름없죠.

자본주의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정부의 지원이 없이는 상업적으로 자생하기 어려운 문화 예술은 자연히 도태되는 것이 맞다고 봐야겠지만, 프랑스에서는 문화를 시장논리에만 맡겨둘경우 첫째 문화적인 다양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둘째 국민들이 소득 수준이나 주거 지역에 상관없이 양질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없다고 보는 겁니다. 즉 문화를 수도나 전기와 마찬가지로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공공 서비스의 일환으로 보는 거죠.

다시 구글 택스 문제로 돌아가 보죠. 이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인물은 Patrick Zelnik라는 음반제작자인데요. Naïve Records라는 독립 레이블(프랑스의 음반 시장은 세계 5위 규모이지만 전세계 음반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Big4 메이저 레이블에 저항하는 독립 레이블이 다른 어느 곳보다 활성화되어 있다고 합니다)의 창립자이기도 합니다.

물론 온라인 업계의 반발은 심각합니다. 구글 등 업체들은 자신들은 컨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기 때문에 시장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프랑스의 온라인 시민 단체인 "Quadrature du Net"은 이러한 조치는 세금을 걷어서 "한물 간 사업 (out of date business)"를 지원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신경제 분야에서 구글이 받는 경외스러운 찬탄과 스포트라이트는 유럽이라고 별반 다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구글이 유럽 국가들과 겪는 갈등 또한 그냥 넘기기 어려운 것이 많은데요.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구글이 세금 회피 문제로 상당한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사의 요지는 구글이 영국에서 13억 파운드에 달하는 광고 수익을 올리면서도 영국 내 광고주들이 실제로는 구글 아일랜드에 광고료를 지불하도록 함으로써, 연간 1억 파운드 가까이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겁니다. 영국은 법인세가 28%인데 아일랜드는 12.5%에 불과하거든요. (아일랜드는 법인세 감면 등으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해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때문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최근 금융 위기에 가장 심하게 망가진 나라 중 하나죠) 영국에서 연간 13억 파운드를 벌면서 정작 세금으로는 60만 파운드 정도 밖에 안내고 있으니, 설사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영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화가 안날 수가 없겠지요. 그래서 기사 내용도 "구글의 모토는 Don't be evil"이라는 역설적인 소개로 시작하고 있구요.

구글 택스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이 보고서의 제안 내용 중에는 이 재원의 용처로 온라인 음악을 다운 받을 수 있는 쿠폰에 보조금을 지급해서 온라인 음악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있는 걸 보면, 반드시 시대에 뒤쳐진 관점인 것만은 아니기도 합니다.

* 프랑스의 문화예술 지원 관련 부분은 서울대학교 불어문화권 연구소에서 펴낸 "프랑스, 하나 그리고 여럿"에서 참조했습니다.

Posted by vincent

2010/01/12 01:48 2010/01/12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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