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구글 상대로 소송 제기

우리나라에서는 구글 스트리트뷰 관련한 경찰의 구글 코리아 압수수색 사건으로 약간 시끄러웠는데요.  구글은 최근 망중립성(Net neutrality)에 관련한 논쟁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글로벌하게는 그닥 큰 이슈는 아닌 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좀 법석을 떨었지 다른 나라들에서는 순차적으로 별 무리 없이, 각 나라 당국과의 협조 하에 해결해 나가고 있는 사안이었으니까요.  망중립성 문제는 사실 좀더 심각한 얘기고, 구글이 과연 "Don't be evil"이라는 자신들의 기업 철학을 지켜 나갈 수 있을지, 나아가서는 인터넷과 통신망이 인류 공영의 지식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하는 대목입니다.  구글과 버라이존이 최근 이 논란의 한가운데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형국이지만 사실 이 두 회사에만 한정될 문제는 아니죠. (이에 대해서 포스팅을 좀 하고는 싶은데 말씀드린 것처럼 간단한 사안이 아닌데다 공부도 부족하고 시간도 없어서 미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구글에 또다른 악재가 생겨 버렸네요.  다름 아닌 기업용 SW의 최강자인 오라클이 구글의 스마트폰 OS인 안드로이드가 자신들의 특허/지적재산권을 침해 했다고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외신들이 공통적으로 인용하고 있는 오라클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안드로이드의 개발 과정에서 구글은 고의적으로, 직접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knowingly, directly and repeatedly) 오라클의 자바 관련 지적 재산권을 침해 했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시다시피 오라클은 작년에 서버 장비 전문업체인 썬을 $75억에 인수했고, 이 과정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 또한 오라클의 소유가 되었죠.  자바는 공개 소프트웨어이긴 하지만 다른 공개 SW들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라이센스 정책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상업적인 이용에 있어서는 그냥 마구 가져다 써도 되는 건 아닌데요.  (사실 안드로이드도 공개 플랫폼이라고는 하지만 마찬가지죠.  이 때문에 삼성 LG 등 국내 TV제조사들이 구글 TV의 OS 라이선스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는데, 잘 해결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소송이 어떻게 진행될 지 모르겠지만 그냥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겠고 아니면 공개 소프트웨어의 상업적 이용과 이에 대한 법적 해석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어쨌거나 공개 플랫폼으로서의 장점과 구글의 파워를 배경으로 순식간에 스마트폰 OS 업계의 강자로 떠 오른 안드로이드로서는 악재가 아닐 수 없겠네요.  그러잖아도 마침 어제 발표된 가트너 자료에 의하면 안드로이드가 애플의 iPhone OS를 제끼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마트폰 OS 3위로 등극해서 한껏 고조된 분위기였을 텐데,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는 거죠.  (1위는 노키아의 심비안, 2위는 블랙베리인데 노키아의 심비안은 워낙에 오래 되었고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세인데다가 블랙베리는 최근 보안 관련 이슈 때문에 아랍권 및 인도 당국 등과의 마찰 때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참이라, 안드로이드의 상승세는 그야말로 욱일승천 분위기였거든요)

구글은 아직 이 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고 해서 외신들도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오라클이 난데 없이 어느날 갑자기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았을테고, 이 움직임을 구글에서도 어느 정도 감지/인지 및 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구글이 최근 실적 보고 내용에 아래와 같은 내용을 삽입한 것이 이 건을 언급한 것 아니겠느냐, 는 추측도 있기는 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from time to time) 법적 소송에 연루되기도 하는데 ... 현재 걸려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이 우리의 사업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the resolution of our current pending matters will not have a material adverse effect on our business.)"
오라클은 30여 년에 걸쳐 기업데이터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 때문에)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그닥 호의적인 팬덤을 형성하고 있지는 못한데요.  그래서인지 외신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오라클이 추잡한 짓거리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분위기가 아직까지는 주류입니다.  그 중에는, 오라클 창업자이자 CEO인 래리 엘리슨이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개인적으로 친하다는 점을 들어, 오라클이 애플을 지원하기 위해 일부러 구글/안드로이드를 괴롭히는 것 아니냐하는, 근거 희박하지만 재미있는 추측도 있구요.  (스티브 잡스는 몇년 전 래리 앨리슨의 결혼식에서 사회를 보기도 했고, 하여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가짜 스티브잡스 블로그 "fake Steve Jobs blog"의 실제 주인이 래리 앨리슨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었죠)

IT 업계 공룡들이 서로 소송 걸었다 풀었다 하면서 서로 싸웠다 화해했다 협력했다 결별했다 하는거야 늘상 있는 일이긴 하지만, 그런 흐름 속에서 비즈니스 역학 관계를 살펴 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제 글이 조금이라도 유익했다면, 다른 분들도 읽어 보실 수 있게 아래 [추천] 버튼 한번 눌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로긴 필요 없고 그냥 마우스로 한번 가볍게 누질러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트위터를 하고 계시다면 글 맨 앞에 [retweet] 버튼도 눌러 주시면 따불로 감사드리구요.

Posted by vincent

2010/08/13 17:12 2010/08/13 17:12
, , ,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www.vincentkwak.com/rss/response/299

Trackback URL : http://www.vincentkwak.com/trackback/299

Comments List

  1. CHP 2010/08/13 19:09 # M/D Reply Permalink

    모든 소송이 그렇듯이 특허 관련 소송도 시간을 질질 끌기 마련이라 아마 몇 년 동안 질질 끌다가 돈으로 합의보게 될거다. 오라클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면 돈을 좀 받을 수 있을테고. 개인적으로 안드로이드의 질주에 타격이 될 거라고는 생각 안함.

    혹시 썬을 사고 나서 속을 들여다보니 본전 생각이 났던 건 아닐까? ㅎㅎ

    1. vincent 2010/08/17 04:12 # M/D Permalink

      오라클이야 있는 자원 최대로 활용해서 돈 닥닥 긁는데 워낙에 탁월한 회사니까.. 그리고 그 돈으로 다시 자원을 늘리고 그 자원에서 다시 돈 털어 내고 하는 순환이랄까. 오라클이 기술력이 그렇게 정말 압도적으로 뛰어난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특별히 나쁜/부정한/비겁한 짓 안하면서 돈 겁나 잘 벌어서 회사 저렇게 키우는 건 배울 만하다고 봄.

Leave a comment

오라클,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

아 이런 놀라운 뉴스가.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IBM과의 인수 협상이 진행되고 있던 썬 마이크로시스템즈가, 방금전 그러니까 미국 현지 시간으로 4월 20일 아침에 전격적으로 오라클에 인수된다고 발표가 났네요. 지금(한국시간 4/20 밤 10시 현재) 양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이렇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http://www.oracle.com - 보통 3개 정도의 헤드라인을 번갈아 가며 띄워 두는데 오늘은 한개의 소식만을 큼지막하게 올려 놓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http://www.sun.com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는 IBM이나 HP 등 경쟁사에 비해 후발주자이고 덩치도 작았지만, 90년대 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과 닷컴 붐에 힘입어 서버 시장의 최고 강자로 급부상했을 뿐 아니라, 프로그래밍 언어의 (거의) 천하통일을 이룬 Java language의 주인으로서 그 위세가 대단했었죠. 그런데 어쩐 일인지 21세기에 들어서는 비실비실하더니, 최근 IBM과 인수 협상을 벌여 왔었습니다. 이것만 해도 사실 큰 뉴스였는데, 4월 5일에 깨져버렸죠.


이후 썬의 운명에 대해서는 IBM이 재협상을 할 거라느니, HP나 델 혹은 네트워크 장비의 최강자로서 최근 데이터센터 시장을 목표로 서버 업체 인수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던 시스코가 주인이 될 거라느니 하는 추측들이 있었죠. 
그런데 국내외의 어떤 기사나 정보통들도 오라클이 썬을 인수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전격적으로 발표를 해 버렸네요. 기업 M&A의 세계란 정말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치밀한 전쟁터로군요.

하여간 이로 인해 향후 IT 시장에는 격변이 불가피해져 버렸네요. 기업용 SW 시장의 최강자로서 불과 1년 전에 WebLogic과 Tuxedo로 유명한 BEA를 인수했지만, 어디까지나 SW 업체로서 만족할 듯하던 오라클이 급기야는 HW 업체를 인수해 버렸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IBM과의 전면전이 예상되고, 그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던 HP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등등등. 귀추가 주목되는 글로벌 IT 공룡들의 전쟁터입니다. 

그런데 IBM이 주당 $9.4의 인수 가격을 제시했을 때는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이라며 거절했던 썬이 오라클에는 $9.5에 선선히 인수를 수락해 버렸군요. 그래서 총 인수 가격이 74억 달러, 우리돈으로 9조 8천억 정도인데... 하긴 단 1센트 차이라도 총 인수 가격에서는 천억원이 넘게 차이가 나는군요. 

Posted by vincent

2009/04/20 17:24 2009/04/20 17:24
, , , , ,
Response
No Trackback , 6 Comments
RSS :
http://www.vincentkwak.com/rss/response/256

Trackback URL : http://www.vincentkwak.com/trackback/256

Comments List

  1. 김원영 2009/04/20 21:24 # M/D Reply Permalink

    안녕하세요? 창동 02학번 키보드 김원영입니다. 맨날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댓글 남기는 것 같네요. 현재 하버드에서 전자전산 (회로/아키텍쳐) 분야로 박사과정 중에 있는데 작년에 기회가 되어서 6개월간 IBM Research에서 인턴을 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연구소를 중시한 회사여서인지 정말 안하는 연구가 없어서 많이 놀랐는데 엔지니어의 천국이라 불리는 썬을 산다고 했을 때 (썬 연구소를 엔지니어들이 놀라고 만든 sandbox라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두 회사가 합쳐지면 연구소는 어떻게 바뀔까 궁금했었는데 오라클이 먹어버리네요. 암튼 여러가지 글들 정말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

    1. vincent 2009/04/21 04:52 # M/D Permalink

      앞으로는 댓글 좀 달고 추천도 누르고 책도 사고 하렴~ :)

  2. CHP 2009/04/21 18:25 # M/D Reply Permalink

    It's really a big news here, too. Sun is very famous for laying off people so often. That could mean that Sun's business stratagy is not well defined. I hope the situation will be better after the acquisition. Of course, there should be a big cleanup.

    1. vincent 2009/05/12 07:25 # M/D Permalink

      뭐 지켜봐야지. 싼타바바라에 산불 났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너네 집에서 가까운 동네 아니지?

  3. 상나뮈 2010/08/14 16:39 # M/D Reply Permalink

    간만에 자바하려고 보다가 새로운 정보를 봤네용..
    기사 퍼갈께용..^^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1. vincent 2010/08/17 04:13 # M/D Permalink

      이건 옛날 기사라 별로 도움이 안되실텐데, 하여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Leave a comment

오라클: 갑골문

금요일에 오라클 차이나 직원을 만났는데, 명함을 보니 오라클 특유의 붉은색 로고 아래에 "甲骨文"이라고 씌어 있다.

그러니까 이런 로고인거다...


오라클


Oracle corporation의 중국 내 법인명이 "갑골문"이란건 이번에 처음 안건 아니고, 예전에 상하이 푸동 공항에서 내렸을 때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건데...  이번 기회에 자세히 물어봤다. Information technology 회사인 오라클이 사명을 "神託"이라고 붙인 건 참 절묘하다고 이전부터 생각해 왔었는데, "갑골문"도 의미 상으로는 그럴싸하지만 좀 웃기잖아.

중국에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표의문자인 한자의 특징을 살려 뜻과 발음이 절묘하게 매치되는 사명을 짓는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얘기. 코카콜라:可口可樂은 너무나 유명하고, 이마트:易買得(쉽게 사고 이득을 얻는다), 까르푸:家樂富(가정이 즐겁고 부유해진다) 등등, 같은 한자 문화권이지만 사용의 양태는 틀린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엔 우스운 것들이 많다. 예전에 LG경제연구원에서 이에 관련한 보고서를 낸 적이 있는데 지금 다시 찾아 보니 로그인이 필요한 내용이라 패스. 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 참조.

내가 궁금했던 건 '갑골문'을 중국어 발음으로 읽으면 '오라클'과 비슷하게 되느냐는 건데... 그렇진 않단다. '짜끄-원'이라고 읽는다고. (성조가 중요) 어쨌거나 중국에서는 반드시 한자로만 회사명을 적게 되어 있어서, 사소한 영수증 처리하나도 'Oracle'이라고 적혀 있으면 안되고 반드시 '갑골문'이라고 적혀 있어야 한다고. 하긴 우리나라도 내가 알기론 반드시 법인명을 한글로 적어야 하는데, 우리말은 표음문자라 그냥 영어발음을 그대로 옮기면 되니까 간단한 거지.  감사합니다 세종대왕님. 만원짜리를 꺼내 인사라도 올리고 싶은데 마침 주머니가 탈탈 비었네.

Posted by vincent

2007/03/05 10:40 2007/03/05 10:40
, , , ,
Response
No Trackback , 4 Comments
RSS :
http://www.vincentkwak.com/rss/response/44

Trackback URL : http://www.vincentkwak.com/trackback/44

Comments List

  1. 싸인펜 2007/03/05 11:24 # M/D Reply Permalink

    오라클은 발음이 아니라 의미에 맞춰서 한자 이름을 지었군요.
    재미있는 이야기네요^^ㅋ

    1. 빈센트 2007/03/05 16:41 # M/D Permalink

      적절한 발음에 맞는 한자어를 찾지 못한 걸까요... 어차피 발음이 안 맞으면 그냥 神託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데. 두 글자면 시각적으로 발란스가 안 맞았으려나... 하여간 '신탁'이라는 말과 '갑골문'이라는 말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과 중국사람들이 느끼는 뉘앙스가 서로 다르겠죠

  2. H.K.KIM 2007/03/05 12:18 # M/D Reply Permalink

    또 한번 한글의 우수성을 느끼게 해주네요.^^

    1. 빈센트 2007/03/05 16:41 # M/D Permalink

      두 말하면 잔소리죠 ^^

Leave a comment

블로그 이미지

HEC MBA나 유럽 취업 등에 관련해 궁금한 점은 방명록에 적어 주세요.

- vincent

  • 반디앤루니스
  • 인터넷교보문고
  • 북스리브로
  • 인터넷영풍문고
  • 알라딘
  • 예스24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541125
    Today:
    37
    Yesterday:
    228
    31명이 RSS를 구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