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s"라는 이름의 band가 있었다고 합니다. 70년대 Punk band였구요. 이 밴드의 싱어였던 Darby Crash는 75년, 불과 17세의 나이에, 영원 불멸의 명성을 얻을 "5개년 계획"을 구상합니다. (그것도 물론 David Bowie의 "5 Years"를 듣고 즉흥적으로 생각해 낸거죠) 먼저 밴드를 만든다, 추종자를 모은다 (단 한장의) 음반을 발표한다, 그리고 자살한다. 와우! 멋진걸? 뭐 이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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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 어찌 어찌 굴러 가긴 했습니다. 밴드를 결성했고, 곡들이 알려지기도 전에 티셔츠부터 만들어 뿌렸고, 나름 동네에서 인기는 끌었고, 79년에 발표한 단 한장의 앨범은 몇장 팔리지 않았지만 나중에 Red Hot Chili Peppers나 Jane's Addiction 등의 같은 LA 출신 밴드에게 영향을 주기는 했다는 군요. 그리고 이 친구는, 정말로 5년째 되는 해에 자신의 계획의 마지막 단계를 실행합니다. 평상 시에도 "나 이제 살 날 며칠 안 남았어 My days are numbered"란 말을 반 농담처럼 입에 달고 다니던 이 20대 초반의 젋은이는, 1980년 12월 7일, 스스로에게 헤로인 치사량을 주사하고 그대로 골로 가버립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거창했던 계획과는 달리, 바로 다음날 뉴욕에서 존 레논이 흉탄을 맞고 쓰러지는 바람에 완전히 사람들의 관심 밖에 묻혀버리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그리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했을 겁니다.

한편...

B-급 영화계의 대부로 일컫어지는 로져 코만 밑에서 일하던 Rodger Grossman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이 사람은 1981년에 Penelope Spheeris라는 사람이 70년대 LA의 펑크 음악계를 소재로 찍은 "The Decline of Western Civilization"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Darby Crash와 Germs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93년부터, 이 얘기를 영화로 만드는 계획에 착수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시작부터 온갖 암초가 이 계획을 방해했죠. 수소문 끝에 간신히 Germs의 옛 멤버들을 찾아내서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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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화 계획에 동의를 받기는 했지만, 문제는 자금. 전형적인 B-급 영화 제작 방식대로, 이리저리 돌아 다니면서 개인들로부터 약간의 투자를 얻어 내긴 했지만, 어렵게 꼬셔서 50만 달러 짜리 수표를 써 주기로 했던 텍사스의 한 할머니가 갑자기 피부암으로 죽어 버리는 바람에 거의 물거품이 되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Grossman은 어떻게든 제작비를 벌어 보려고 휴대폰 게임 회사에서 사업 개발 일을 하기도 하고, TV 다큐멘터리의 카메라맨 일도 하고, 고교 동창회 비디오 촬영까지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TV 시리즈 ER의 Ray Bernett 박사 역으로 얼굴을 알리고 2002년작 멜로 영화인 "A Walk to Remember"에서 맨디 무어의 상대역을 맡기도 했던 Shane West가, Darby Crash 역을 맡고 싶다고 나섰습니다. 이미 David Arquette를 비롯한 애초의 cast들은 이 늘어지는 계획에 진저리를 내고 모두 그만둬 버린 상황이었죠. 인기 TV 드라마에서 의사역을 맡았고 영화에서 중요한 역이라고는 말랑 말랑한 멜로 캐릭터가 전부였던 이 배우가, 이런 골 때리는 펑크 록커 역에 어울리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하지만 Shane West는 사실 부모가 골수 펑크 팬이라 어려서부터 펑크 음악에 익숙해 있었고, 오디션에서도 자신이 직접 만든 펑크를 연주하며 광적인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옛 Germs 멤버들이 마치 Darby Crash가 살아 돌아온 것 같다며 환영했고, 제작진의 만장일치로 주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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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최소한 밴드 멤버 역을 맡을 배우들은 캐스팅이 되었습니다. 옛 Germs 멤버들은 이들의 코치 역을 자청해서, 최대한 오리지널 Germs의 음악과 무대에 가까운 밴드로 훈련을 시킵니다.

결국 역시나 또 제작비 문제인데요. 지칠 대로 지친 제작진은 거의 자포자기 상태에서 "이왕 이렇게 된거,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나 보여주자구"라는 심정으로, 영화에 등장할 Germs("Baby Germs")와 오리지날 Germs의 합동 공연을 계획합니다. 이때가 2004년. Germs의 공연은 Darby Crash가 1980년 12월 3일 그러니까 자살하기 4일 전 마지막 콘서트에서 "다시는 우리 공연을 볼 수 없을 거에요 You won't see this again"라고 말한 뒤 24년 만이었습니다. 결과는 의외로 대성공! 관객들은 열광하고, 용기를 얻은 제작진은 제작비도 조달할 겸해서 몇 차례 더 콘서트를 가집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영화 제작 계획도 알려지기 시작하고, 새로운 투자자도 생겼습니다. 영화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가고, 그 와중에도 Baby Germs는 Darby Crash가 아닌 Shane West를 리더로 계속 공연을 이어 나갑니다. 영화가 완성될 시점 쯤에는 이미 Darby Crash가 Germs에서 노래한 기간보다 Shane West가 "Baby Germs"에서 노래한 기간이 더 길었구요.

영화 내용 못지 않게 제작 과정 자체도 한편의 드라마인 이 영화가, 드디어 2008년 8월 8일에 개봉한다는 군요. 물론 미국에서 얘기고, 이 영화를 우리나라 극장에서 보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네요. 사실 "That Thing You Do"도 톰 행크스가 조연으로나마 출연하지 않았더라면 수입이 됐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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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vincent

2008/08/06 20:10 2008/08/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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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앞 클럽(사운드홀릭) 공연 후기

대략 한달 쯤 되었네요. 지난 7월 7일에 홍대앞 클럽 "사운드홀릭"에서, 제가 활동하는 아마추어 직장인 밴드 "창작동화"가 공연을 가졌었습니다. 후기를 적어야지 적어야지 하면서 계속 미뤄왔었는데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D군이 자기 블로그에 적어 뒀었군요. (밴드는 게시판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D군이 블로그를 갖고 있는 걸 지금에사 알았습니다. 가끔 내 블로그에 댓글을 남기기도 했었는데 그러면 네 블로그 주소도 적었어야지 이 사람아)

[링크] 공연을 하고 난 후...

(D군 블로그 왼쪽 상단의 사진을 클릭하면 확대한 공연 사진이 나오는데, 사진 오른쪽에서 인상 쓰고 기타를 치는 사람이 접니다 ㅎㅎ)

D군의 블로그에 가보기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그의 글 중 한 부분을 인용하자면

선배 중 한 분이 그러더군.
 
"세고비아라는 기타리스트가 있어. 기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 분 앞에가면 꾸벅 절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분이지..
그런데 그 분이 90살이 되어서 죽을 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뭐냐면 말야...
'아쉽다... 120살까지만 살았어도 좀 더 멋진 기타음을 낼 수 있었을 텐데...'
그래서 음악이라는 취미가 좋은거야...
다른 어떤 취미생활도 끊임없이 새롭고 멋진 것을 추구할 수 있는 뺀드질만 못하지.."
 
다른 취미 생활도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있겠지만...
말하고 싶은 건. 뺀드의 묘미란 그런거 아닐까 하는거다.

아무래도 이건 내가 해준 얘기 같은데, 저렇게 적어 놓으니 딱 넘버쓰리에서 송강호가 똘마니들한테 최영의 얘기하는 그 삘이군요. -.-;;




두어군데 동영상 싸이트를 뒤져 봤는데 헝그리정신 얘기하는 저 부분만 있고 최영의 얘기하는 부분은 못 찾았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느낌...?

최영의 세고비아 그분이 말야, 딱 기타를 잡으면 말야, 너 소냐? 나  최영의다! 너 기타냐? 나 세고비아다! 그러면서 존나게 연주하는 거야 그냥!! 기타줄이 끊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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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포스터입니다.

Posted by vincent

2007/08/08 18:48 2007/08/0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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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완두콩 2007/08/09 07:30 # M/D Reply Permalink

    블로그 쓰는 걸 어째 아셨을꼬..^^;;
    여긴 아주 자주 들어와서 글도 실시간에 가깝게 읽지만서도..
    아직 링크로 연결된 커뮤니티 속성에 익숙치 않은지라^^
    게다가 그닥 글을 잘쓰는 편이 아니라 민망키도 하고..

    우훗~ 그래도 트랙백이 걸리니 어쩐지 기분이 좋은데요~
    이제 나도 여기저기 질러볼까..ㅎㅎㅎ

  2. 미디어몹 2007/08/10 08:13 # M/D Reply Permalink

    빈스 회원님의 포스트가 금일 오후 05:00에 미디어몹 헤드라인에 링크될 예정입니다. 익일 다음 헤드라인으로 교체될 경우 각 섹션(시사, 문화, 엔조이라이프, IT과학) 페이지로 옮겨져 링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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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차, Tracy Chapman, 이랜드 사태

1.

주말에 예전에 쓰던 HDD를 정리하다가, 한동안 잊고 지내던 곡들을 발견하고 iPOD에 챙겨 넣어 뒀었습니다. 그 중에 Tracy Chapman의 "Fast Car"가 있었고, 출근 길에 듣다가 뜬금도 없이 콧등이 시큰해 지는 바람에, 하마터면 월요일 아침부터 길거리에서 추한 꼴을 보일 뻔했네요. 저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실 분들이 또 계실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잠시 여유를 갖고 들어 보시죠. (가사 번역은 내 맘대로...)



Fast Car 빠른 차
You got a fast car
I want a ticket to anywhere
Maybe we make a deal
Maybe together we can get somewhere
넌 아주 빠른 차를 갖고 있지
난 어딘가 떠나고 싶었고
어쩌면 우린 통하는게 있을지 몰라       
어쩌면 우리 함께 어디론가 떠날 수 있을지 몰라
  
Anyplace is better
Starting from zero got nothing to lose
Maybe we'll make something
But me myself I got nothing to prove
어디든 지금보다는 나을 거야              
빈손으로 시작하니 잃을 것도 없고 말야
어쩌면 우린 뭔가 해낼 수 있을지 몰라
나로선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지만 말야
  
You got a fast car
And I got a plan to get us out of here
I been working at the convenience store
Managed to save just a little bit of money
We won't have to drive too far
Just 'cross the border and into the city
You and I can both get jobs
And finally see what it means to be living
 
넌 아주 빠른 차를 갖고 있지     
난 지금 상황을 벗어날 계획을 하게 됐어
편의점에서 힘들게 일했고     
약간이지만 돈도 모으게 됐지
꼭 너무 멀리 가지 않아도 돼              
그저 경계를 넘어서,
도시 안에 발만 들여 놔도 돼
너랑 나랑 둘다 일자리를 갖고
그러면 어쩌면, 마침내 산다는게 뭔지
알게 될지도 몰라
  
You see my old man's got a problem
He live with the bottle that's the way it is
He says his body's too old for working
I say his body's too young to look like his
My mama went off and left him
She wanted more from life than he could give
I said somebody's got to take care of him
So I quit school and that's what I did
알다시피 우리 아빠는 문제가 있어
항상 술에 쩔어 살지, 그냥 그런 거야
아빤 자기가 너무 늙어 일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나이에 그렇게 늙을 수도 없는 거야
엄마는 일찌감치 그를 버리고 도망갔지
그가 줄 수 있는 것보다 많은 걸 원했거든
누군가 아빠를 돌봐야 했어
그래서 난 학교를 그만 뒀지, 그렇게 된거야
  
You got a fast car
But is it fast enough so we can fly away
We gotta make a decision
We leave tonight or live and die this way
넌 아주 빠른 차를 갖고 있지
하지만 함께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빠를까
우린 뭔가 결단을 내려야 해
오늘밤 떠나든지,
   아니면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는 거야
  
I remember we were driving,
   driving in your car
The speed so fast I felt like I was drunk
City lights lay out before us
And your arm felt nice wrapped 'round my shoulder
And I had a feeling that I belonged
And I had a feeling I could be someone,
be someone, be someone
네 차를 타고 함께 달릴 때를 기억해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마치 술에 취한 듯 했지
도시의 불빛이 우리 앞으로 누웠고
내 어깨를 감싸는 너의 팔은 느낌이 좋았어
그리고 비로소 난 내가 뭔가에 속해 있단 기분이 들었어
그리고 비로소 난 내가 뭔가, 뭔가가,
   뭔가가 될 수도 있을 거란 기분이 들었어
   
You got a fast car
And we go cruising to entertain ourselves
You still ain't got a job
And I work in a market as a checkout girl
I know things will get better
You'll find work and I'll get promoted
We'll move out of the shelter
Buy a big house and live in the suburbs
넌 아주 빠른 차를 갖고 있지
우린 그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즐길 뿐이었지
넌 아직 일자리를 못 구했고
난 이제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지
곧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
넌 일자리를 찾을 거고, 난 승진할 거야
우린 하꼬방에서 벗어나
큰 집을 사고, 좋은 동네에서 살게 될거야
  
I remember we were driving,
   driving in your car
The speed so fast I felt like I was drunk
City lights lay out before us
And your arm felt nice wrapped 'round my shoulder
And I had a feeling that I belonged
And I had a feeling I could be someone,
   be someone, be someone
네 차를 타고 함께 달릴 때를 기억해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마치 술에 취한 듯 했지
도시의 불빛이 우리 앞으로 누웠고
내 어깨를 감싸는 너의 팔은 느낌이 좋았어
그리고 비로소 난 내가 뭔가에 속해 있는 기분이 들었어
그리고 비로소 난 내가 뭔가, 뭔가가,
    뭔가가 될 수도 있을 거란 기분이 들었어
  
You got a fast car
And I got a job that pays all our bills
You stay out drinking late at the bar
See more of your friends
   than you do of your kids
I'd always hoped for better
Thought maybe together you and me
   would find it
I got no plans I ain't going nowhere
So take your fast car and keep on driving
넌 아주 빠른 차를 갖고 있지
그리고 난 일자리를 갖고 있어,
   그걸로 생활비를 대지
넌 늦게까지 바에서 술을 마시고
아이들을 돌보진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곤 하지
난 항상 더 나은 삶을 꿈꿨어
우리 함께 그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지금 난 아무 계획도 없고,
   아무데도 갈 수 없을 거야
너의 그 빠른 차를 타고 그저 달릴 뿐이야
  
I remember we were driving,
   driving in your car
The speed so fast I felt like I was drunk
City lights lay out before us
And your arm felt nice wrapped
   'round my shoulder
And I had a feeling that I belonged
And I had a feeling I could be someone,
   be someone, be someone
네 차를 타고 함께 달릴 때를 기억해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마치 술에 취한 듯 했지
도시의 불빛이 우리 앞으로 누웠고
내 어깨를 감싸는 너의 팔은 느낌이 좋았어
그리고 비로소 난 내가 뭔가에 속해 있는 기분이 들었어
그리고 비로소 난 내가 뭔가, 뭔가가,
   뭔가가 될 수도 있을 거란 기분이 들었어
  
You got a fast car
But is it fast enough so you can fly away
You gotta make a decision
You leave tonight or live and die this way
넌 아주 빠른 차를 갖고 있지
하지만 여길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빠를까
뭔가 결단을 내야해
오늘밤 떠나든지,
   아니면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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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allmusic.com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이, 아마 80년대 말 혹은 90년대 초에 TV로 중계된 그래미어워드를 통해서 였을 겁니다.

삐까번쩍하게 차려 입은 화려한 스타들의 축제 한가운데에서, 도시의 지저분한 뒷골목 어딘가에서 막 뛰쳐 나온 듯한 이 못생긴 아가씨는, 기타 하나 만을 달랑 들고 무대에 서서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합니다. 그러고는 어떻게든 벗어나고픈 지긋지긋한 가난의 쳇바퀴에서 헤매이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마치 자신의 것인양(상당 부분은 빈민가 출신인 Tracy Chapman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담담하게 읊조립니다. 듣기에도 짜증나는 신세 한탄 사이 사이로, 노래는 잠깐씩, 조금이나마 밝은 목소리로, 그 넘의 "빠른 차"를 타고 달리는 동안 만큼은  현실을 잊고 희망을 꿈꾼다는 얘기를 해보려 하지만, 어느 틈에 다시 붙잡혀 돌아 오게 되는 비루한 인생 마냥, 노래는 다시 우울하게 이어집니다.

노래가 끝난 뒤 인사도 없이 무대 뒤로 사라진 Tracy Chapman에게 어정쩡한 박수를 보내던 "스타"들의 불편한 모습들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물론 잠시 썰렁해졌던 "그들"의 축제는 곧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래의 풍성함과 화려함을 회복했지만요. 잊고 있던 당시의 그 무겁게 젖은 감정이 20년 가까이 지난 오늘 아침 다시 떠오른 건 왜일까요.


2.

지난 주 출근길, 횡단 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던 저에게 한 아가씨가 다가와 전단지를 나눠 주더군요. 이랜드 관련 내용이라 계약 만료된 비정규직 직원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인줄 알았더니, 그 반대의 내용이었습니다. 내용은 아래에 스캔해서 올려 뒀으니 관심 있는 분은 클릭해서 크게 보시면 되겠고...(홈에버 웹사이트에 가봐도 이 내용은 없더군요)

뭐 이 내용은 회사 경영진에 의해 만들어져 직원들의 이름으로 배포되는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정말 '임직원 일동'의 마음일 수도 있지요, 어쨌거나 그들은 정직원들일 테고, 이런 식의 경영 효율화는 장/단기적으로 결국 회사의 구성원인 그들(정직원)에게 도움이 되는 길일 수 있으니까요.

노동자들을 분열케 만드는 자본의 획책 어쩌구 따위 얘기는 갖다 붙이고 싶지 않습니다. 전단의 내용은 저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구요. 하지만 어쨌거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1차 공권력 투입 이후 지금 다시 매장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저들의 절박함입니다.

그네들에게는 잠시나마 힘겨운 일상을 잊게 해줄 빠른 차조차도 없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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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vincent

2007/07/30 03:58 2007/07/30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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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랜드 반대 리본

    Tracked from 민노씨.네 2007/07/30 12:46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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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가는 이 2007/07/31 11:31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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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노씨 2007/07/30 12:44 # M/D Reply Permalink

    좋은 글 트랙백 주셔서 고맙습니다. : )

    p.s.
    트레이시 채프만이네요.
    트레이시에 관한 인상적인 포스트가 기억나는데요.
    문득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제가 매우 좋아하는 블로거세요.

    시간 허락하시면
    http://www.nirvanana.com/138

    위 글 읽어보시면 반가우실 것도 같네요.

    1. 빈센트 2007/07/31 03:04 # M/D Permalink

      좋은 글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민노씨 글도 재밌게 읽고 있구요...
      Fast Car 가사 해석이 저랑 좀 다르시네요 :)

  2. 심무경 2007/07/30 13:05 # M/D Reply Permalink

    원철아... 나 무경... 가끔와서 재미난, 또는 심각한 얘기들을 보곤 했는데, 오늘 들어와보니, 글자가 완전 작아져 버렸네... 뭔가 세팅을 해야 하는건가?

    방법을 알려주라.

    잘 살제? ㅋㅋㅋ

    1. 빈센트 2007/07/31 03:05 # M/D Permalink

      살아 있었군. 연락처를 남겨야지 이 사람아.
      글자는... 잘 모르겠네? 브라우저의 [보기]에서 [텍스트 크기]를 [크게]로 바꾸면 되는 거 아닐까나...? 난 잘 보이는데 말야. 설마 벌써 노안이 온 건 아니겠지 ㅋㅋ

  3. Sol 2007/07/31 17:49 # M/D Reply Permalink

    진석이나 형이나 영어 가사 듣고 눈물도 나려 하시고.. 대단하십니다. 전 영어 노래 들으면서 그런 적이 한번도 없어서..;; 역시나 리스닝이 문제인듯..ㅋㅋ

    1. 빈센트 2007/08/02 09:43 # M/D Permalink

      리스닝이랑은 상관없어요... 어차피 트레이시 채프먼 목소리는 이빠이 흑인 발음에 웅얼웅얼하는 목소리라 잘 들리지도 않어

  4. jhldovko 2012/01/15 16:50 # M/D Reply Permalink

    FPnfsG <a href="http://xxxfzsvqfekm.com/">xxxfzsvqfekm</a>, [url=http://qrwyxxdcvxre.com/]qrwyxxdcvxre[/url], [link=http://ssmmspxhmtlo.com/]ssmmspxhmtlo[/link], http://kabsjkafyfaq.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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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오랜 만에 지인을 만나 맥주 한잔 마시는데, 바의 스피커에서 이 노래가 흘러 나왔다. 좋더군. 




아내랑 같이 무척이나 재밌게 봤던 영화라, 다음날 네이트를 뒤져서 벨소리로 선물하기까지 했다. 이 노래는 영화의 비교적 초반에 나오는 곡으로, (그래서 사회자도 이들을 "Dreamgirls"가 아닌 "Dreams"로 소개한다) 극장에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자리에 앉자마자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첫곡부터 그 압도적인 에너지에 감탄했던 기억. 뒷북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 목록에 올라간다고 생각하는데, 라이브 장면들의 에너지가 대단하여 정말로 콘서트에 온듯한 박력을 주기 때문이다. 

제니퍼 허드슨은 애초에 드림걸즈의 리드보컬이었으나 외모에서 비욘세에게 밀리는 바람에 리드보컬 자리를 빼앗기고는 몰락의 길을 걷는 에피 화이트 역할을 맡았는데, 개봉 직후부터 소위 비평가 연하는 이들로부터의 찬사를 독점하더니 급기야는 오스카까지 거머쥐고 말았다. 나는 솔직히 이 부분이 조금 불편하더라구.  




물론 영화에서 보여준 그녀의 가창력은 대단한 것이긴 했지만, 나는 지나치게 감정과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그녀의 노래가 내내 부담스러웠거든. 그에 비해서 오히려 비욘세의 노래가 훨씬 세련되고 정제된 느낌이었다. 물론 제니퍼 허드슨의 캐릭터 자체가, 내적인 에너지를 감당 못하여 주위 사람들을 어렵게 만드는 역할이긴 하지. 그런 면에서 그녀의 연기는 성공적이긴 했다. 극중의 주위 사람들 뿐 아니라 관객인 나까지 불편하게 만들었거든. 경쟁 관계의 두 사람이 같이 부른 "One Night Only"도, 극중 설정이 그렇기도 했지만, 이빠이 쏘울 풍인 에피 화이트(제니퍼 허드슨)의 것보다는 세련된 디스코의 드림걸즈(비욘세) 버젼이 훨씬 마음에 들더라구. 



그래서 내가 받은 느낌은, 일종의 역차별이랄까... 그러니까 대중적인 인기를 독점하는 주인공과 함께 공연하는, 다소 상품성 떨어지는 조연이 예기치 못한 분발을 했을때, 오히려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현상 아니었을까나, 다소 시니컬하게 생각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이 영화에서 비욘세가 보여준 노래와 춤은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와 함께 단연 발군이었지만, (그리고 "심지어는 연기"조차도, 최소한 그녀의 선배인 휘트니 휴스턴이 "보디가드"에서 보여준 것보다 백배는 잘했고) 비욘세가 노래 잘 하고 춤 잘 추고 얼굴/몸매 끝내준다는 거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어. 그래도 말야 내가 소위 비평가 딱지 달고서 글줄 팔아 먹고 사는데 남들 다하는 소리 하면 쓰나. 어 그런데 마침 못생기고 이름도 없는 조연이 엄청 오바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하네? 뭐 이런거 아니었을까. 물론 "비평가 연 하는 이들" 외에도 제니퍼 허드슨의 노래에 감명을 받은 많은 분들은 또 다른 생각들이실 게다. 그냥 내 생각은 그랬다구요.

비욘세는 말랑한 곡들만 부르는게 아니라 "Listen"이란 곡에서 나름 절창을 보여주는데, 나는 딱 이 정도의 감정 표현이 좋다. 목에 핏대 세운다고 무조건 노래 잘하는 건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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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2 06:51 2007/04/02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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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군 2007/04/03 10:44 # M/D Reply Permalink

    제 생각도 같아요.
    A - 예쁘고 날씬한데 노래도 잘부른다.
    B -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은데 노래는 잘 부른다.
    의 상황이면 B 의 경우가 더욱 노래가 더욱 돋보이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어쩌면 제가 소울 풍을 별로 안좋아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요. ㅋㅋㅋ

    1. 빈센트 2007/04/06 03:30 # M/D Permalink

      나도 너무 끈적한 노래를 안좋아 하는 경향이 있어서.. ㅋ

  2. 흠.. 2007/04/09 17:48 # M/D Reply Permalink

    mp3로 들어보세요. 비욘세 목소리 종잇장처럼 팔랑거립니다.
    커티스 말대로 개성없는 기계음 같던데. 창법은 트로트 창법이고.
    영화로 볼때는 에디와 비욘세도 노래를 잘하는 것 같지만
    오디오로 들으면 확연히 다르더군요.
    오히려 키이스(씨씨)와 제이미(커티스)에게 놀라실겁니다.
    에디가 리듬과 애드립에서는 천부적이지만
    기본 발성이 부실해서.. 비욘세는 말할 것도 없고.
    똥배가 하나도 없으니 발성이 될리가 있나.

    1. 빈센트 2007/04/10 07:18 # M/D Permalink

      제이미폭스의 실력은 "Ray"에서 이미 알아 봤었죠. 똥배가 없으니 발성이 어렵다는 말에는 어느 정도 동감. 하지만 멋진 노래를 위해 똥배가 나오는 걸 당연히 여길 것이냐, 발성은 좀 딸리지만 비쥬얼까지 즐길 수 있게 뱃살을 좀 뺄 것이냐, 정도는 고민해 볼 수 있겠네요. ^^

  3. 욘세양 2007/04/11 10:59 # M/D Reply Permalink

    드림걸즈의 오스카 시상식에서도 보면 비욘세보컬의 단점이 확 드러납니다. 비욘세와 제니퍼허드슨이 같이 listen을 부를때, 허드슨은 한 파트만 불러도 존재감이 큰데 비해, 비욘세는 무대를 장악할만한 카리스마가 없었죠. 물론 디스코디바답게 세련된풍의 업템포곡은 나무랄데가 없지만 그녀의노래에 소울이 없다는것은 심히 짚고넘어가야할 문제인듯.

    1. 빈센트 2007/04/12 12:33 # M/D Permalink

      전 노래에 소울이 너무 많으면 부담스럽더라구요 :)

  4. 글쎄 2007/07/30 11:34 # M/D Reply Permalink

    절제와 폭발의 사이의 그 어딘가쯤이 문제인 겁니다.
    허드슨과 비욘세의 차이죠. 비욘세도 좋지만 허드슨은 대단하죠.

  5. 동감 2010/03/16 18:42 # M/D Reply Permalink

    예전 글 이지만 드림걸스를 다시 보고 글을 남깁니다.
    저역시 제니퍼허드슨의 노래를 들으면서 악을 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휘트니 휴스턴도 성량도 풍부하고 하지만 귀따갑다란 느낌을
    받지는 않았었거든요.. 제니퍼허드슨의 경우는 듣다가 귀따거워란 느낌을 많이 받았지만 ㅡㅡ;; 그렇다고 그분이 노래를 못한다는건 아니고요
    그리고 오히려 오스카에서도 제니퍼허드슨의 과장된 에드립이나 목소린
    별로란 느낌이 강했어요..뭐 그렇다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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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정보

저의 밴드 "창작동화"가 이번주 일요일 저녁 7시에 홍대 앞 프리버드 (http://kr.gugi.yahoo.com/detail/detailInfo/DetailInfoAction.php?cid=2612926541#) 에서 공연을 합니다. 저희의 음악은 뭐 쉽게 말해서 대부분의 직장인 밴드와 마찬가지로 잡탕이구요... 록/재즈/가요 구별없이 땡기는 음악은 다하니까 별 부담없이 들으실 수 있는 음악들입니다. (너무 시끄럽거나 과격한 음악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같이 음악을 하던 선후배들 중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아직 정신을 못차린(?) 몇 명이 모여서 꾸준히 취미로 음악 활동을 하고 있고요, 이번 공연은 06학번 후배들과의 joint로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고교 시절 Led Zeppelin의 Stairway to Heaven을 열심히 연습하던 때 태어난 아그들인데, 실력은 저보다 훨 나을 겁니다. ^^

갑자기 준비하게 된 공연인데다 저희 실력이 하도 일천하여, 뭐 그리 수준 높은 음악을 들려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그냥 일요일 저녁 무료한 시간에 집에서 TV나 보느니, 젊음의 거리 홍대에서 아는 사람의 연주를 감상하며 맥주 한잔을 곁들여 클럽 문화를 즐긴다...고 생각하시면, 색다른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입장료는 무료이고 카운터에서 맥주 등을 주문해 드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vincent

2007/02/06 10:20 2007/02/0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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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르미(남자) 2007/02/14 01:52 # M/D Reply Permalink

    가족분들의 의견은 어떠시던가요^^
    형님께서 평소 공연때보다 덜 떠시고 가끔 웃는 여유까지 보이시던데~ ㅋㅋ

    1. 빈센트 2007/02/22 05:50 # M/D Permalink

      공연 전에 마신 우황청심원 액 효과 봤어...

  2. 유디트 2007/02/15 01:49 # M/D Reply Permalink

    가족을 대신해서 평하자면..
    뭔가 더 표현하고 싶은데 절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처수 임#미)
    저걸로 온갖 스트레스 다 풀리겠다.(장모 김#$)
    고모부..고모부..솰라솰라 (조카 류%원)
    기타연주 참 잘하네(무미건조 샘쟁이 처남 류정!@)
    으흣~으흐~(아내의친구 김@경)
    역시. 원방을 사길 잘했어.(아내 류~!)

    1. 빈센트 2007/02/22 05:56 # M/D Permalink

      이번 공연의 최대 관객군은 처가 관련 인사들~ ^^

  3. belba 2007/02/22 05:28 # M/D Reply Permalink

    헉. 기불이님네서 보고 그냥 클릭해봤는데.. 선배님이셨군요. (전 누굴까요?) -.-;
    공연은 잘 하셨는지요?

    1. 빈센트 2007/02/22 06:31 # M/D Permalink

      Belba님 글은 그전부터 잘 읽고 있었습니다. 근데 그게 너라고는 생각도 못했단다~ ^^ 그 동네 오래도 사는구나 결혼은 아직 안한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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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 Bill Evans

아내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 중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 에세이>가 끼어 있었다. 필경 나를 염두에 둔 대출일 터인데... 일단 내가 오래된 하루키 팬이고 덧붙여 음악을 무척 좋아하고 또 즐겨 연주한다, 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사실 나온지 꽤 오래된 책이고 (비슷한 형식의 후속작이 두권이나 더 나와 있다), 하루키의 책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거의 사보는 편인 나도 당연히 이 책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라고까지 하기는 좀 뭐하고 하여간 읽지 않았었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1. 나는 스탠다드 재즈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나름대로는 음악을 들을만큼 들었다고 자부하지만, 그리고 그 목록에는 스탠다드 재즈도 제법 포함되어 있지만, 사람들이 오바해서 표현하듯 전율 씩이나 느껴 가면서 재즈를 들어본 기억은 많지 않다. (다른 장르의 음악 예를 들어 펑키나 컨템포라리 재즈 혹은 프로그레시브록 등을 들으면서는 여러번 그런 경험을 했다) 뭐 내 취향이 얄팍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겠으나 하여간 여러가지 이유를 댈 수 있는데 그냥 넘어가자.

2. 음악에 관련된 개인적인 감상평을 적은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싫어하는 쪽에 더 가깝다고 봐야겠군.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떤 문화적인 체험에 대해 추상적인 감상을 갖다 붙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나 할까. 어차피 그런 감상은 어디까지나 내면적인 것일 뿐이고 그걸 안으로 체화하면 될 일이다. 근데 이런 경험을 무리해서 타인에게 전달하려다 보니 어거지스러운 비유들이 난무하게 마련이다. 잘은 모르겠으나 미식가들이 음식평을 하면서 그런 식의 표현을 한 것이 다른 분야로 퍼져 나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조악한 예를 들자면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서 "모짜르트의 음악을 듣는 듯한 맛" 어쩌구 하는 식으로 표현해 놓은 글 같은 걸 읽고 있자면 이게 원...하는 생각밖에 안든다는 말이다. 나도 음악 감상을 가끔 적는 편이지만 대부분 그 음악과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이거나 그 음악의 기술적인 면에 대한 평가/감상 정도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잘 알려진 재즈광이면서 그 감상의 편협함도 정평이 나 있다. 일설에 의하면 작가 데뷔 전에 재즈카페를 운영하던 시절 '우리 가게는 1960년 이전의 재즈는 일절 틀지 않습니다'라고 고집스럽게 써 붙였을 정도라고 하니. 요새는 1960년 이후의 음악도 들을 거라고 생각이 되나 하여간 그의 소설/수필 등에서 꽤나 자주 등장하는 재즈/클래식에 대한 그의 순혈/회귀주의는 다소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더랬다. (또한 록이나 기타의 뮤지션들을 폄하하는 문구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하여간 이런 저런 이유로 건너 뛴 책이지만 어쨌거나 이번 기회에 (못 이기는 척) 읽어 봤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별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언어적인 개념들을 절묘하게 엮어 내는 그의 상상력과 솜씨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이런 표현.

이 앨범들 속에서 에반스의 연주는 너무나 훌륭하다. 우리들은 인간의 자아가 (그것도 상당한 문제를 껴안고 있는 자아가) 재능이란 여과장치를 통과하면서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운 보석이 되어 땅으로 톡톡 떨어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빌 에반스는 오스카 피터슨, 타미 플래나간 등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정통 재즈 뮤지션이기는 하다.

아래는 기타리스트 Earl Klugh의 연주인데 Bill Evans의 오리지날과는 또 다른 편안한 느낌이다.

* 아래 내용들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구매 페이지로 연결되어 있으며 박스 안의 내용은 제가 적은 것이 아니라 해당 서점의 기본 소개 내용들입니다.
재즈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와다 마코토 그림
듀크 엘링턴, 쳇 베이커, 스탄 겟츠, 루이 암스트롱, 셀로니우스 몽크 등 그 이름이 곧 재즈로 통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에 대한 하루키의 글과, 각각의 뮤지션들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매력을 살리고 있는 와다 마코토의 그림이 만난 작품. 재즈에 대한 하루키의 애정과 그 음악에 얽힌 하루키의 기억을 엿볼 수 있다.
또하나의 재즈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와다 마카코 그림, 김난주 옮김
와다 마코토가 그린 26장의 그림에, 하루키가 글을 썼다. 한 뮤지션당 한 장의 그림이 있고, 한 장의 글이 덧붙는다. 남은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은 앨범 재킷과 간단한 설명.
재즈의 초상 -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와다 마코토 그림, 윤성원 옮김
무라카미 하루키와 삽화가 와도 마코트가 함께 작업한 재즈 에세이. 어린 시절부터 재즈와 조우한 이래, 수많은 명연주를 들어온 두 사람이 총 스물여섯 명의 재즈 뮤지션을 글과 그림으로 소개한다. 와다 마코토가 그린 초상화와 하루키가 고른 해당 뮤지션의 대표 앨범, 그 음반에 얽힌 하루키의 개인적 감상이 곁들여 있다.

[수입] Waltz For Debby [Digipack]  Bill Evans Trio

Posted by vincent

2007/01/29 06:40 2007/01/29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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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16 2007/02/03 17:19 # M/D Reply Permalink

    저도 빌 에반스와 오스카 피터슨 무척 좋아합니다.
    음악 잘 듣고가요 형. :D

  2. S군 2007/02/05 02:58 # M/D Reply Permalink

    전 이중에서 2권을 가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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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 it, Jake!

제이크 심슨이란 친구가 있었는데, 미국의 연예인 선발 프로그램인 "Star Search"에서 우승하여 오프라 윈프리 쇼에 초대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이 친구는 스티비 원더를 너무 좋아해서 대회내내 그의 노래를 불러댔고, 오프라 쇼에서도 역시나 Isn't she lovely를 불렀다. 열나게 불러 제끼고 있는데(들어보면 알겠지만 꽤 잘한다) 어디선가 귀에 익은 하모니카 소리와 관객의 함성.. 뭔가 싶어 뒤돌아 보니 스티비 원더가 직접 나와 하모니카를 불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는 제이크에게, 스티비 원더가 소리친다.

"Sing it, Jake!"

완전 감동의 도가니탕이다.



스티비 원더는 피아노를 비롯해 거의 모든 악기에 통달했지만 특히 하모니카에는 달인 수준이고, 드럼 실력도 프로 연주자들에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말이 "프로 연주자"지, 실은 엄청난 거다. 저 유명한 "Superstition"의 드럼연주가 그가 직접 두드린 것이라고 하는데, 예전에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전태관이 라디오에서 말하기를, "프로 연주자들의 연주와는 좀 다르다. 근데 리듬감과 터치가 엄청나게 좋고, 그래서 프로들의 말끔한 솜씨와는 다른 색다른 맛이 끝내준다"는 평을 한 것이 기억나네.

스티비 원더 얘기가 나오면 항상 떠오르는 추억. 한 20여 년 전에 스티비 원더와 폴 매카트니가 듀엣으로 부른 "Ebony & Ivory"가 크게 히트한 적이 있었는데(피아노 건반의 흑과 백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듯이... 어쩌구 해서 흑백 인종 갈등을 어쩌구 저쩌구라나 뭐라나) TV에서 이 곡의 뮤직비됴를 틀어주는 거야. 열심히 보고 있는데 엄마가 뒤에서 "야 쟤는 머리가 어째 저 모양이냐"하며 마뜩찮게 보시는 거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이렇다 할 흑인문화가 없었고, 레게머리도 매우 생소할 때였다) 그래서 나는 엄마 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장님인데 그런 장애를 딛고 음악을 열심히 해서 세계적인 스타가 되고 어쩌구.. 열나게 설명을 드렸는데, 한참 듣고 계시던 우리 엄마,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아.. 그렇담 저 사람은 한번도 자기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거구나. 지금 자기 꼬라지가 어떻다는 걸 모르나보네.." OTL

Posted by vincent

2006/11/15 15:51 2006/11/1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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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갖는 茶시간을 위하여 - 이병우

어제 오랜만에 과음을 했다. 일찍 시작해서 급히 먹고 빨리 파한 자리였던지라 침대에 쓰러진 시각은 그리 늦지 않았던 듯하고, 그래서 잠은 충분히 잔 모양. 아침에 전철을 탔더니 잠은 안오는데 머리 아프고 속 아프고.. 평상시에는 신문이나 책을 읽지만 오늘은 그냥 음악만 들으며 왔다.

내가 평상시에 주로 듣는 음악은 다소 자극적인 음악들이다.. 주로 그루브감 쫙쫙 올려 붙는 Disco/funk나 시원~하게 후려 주시는 메탈 음악, 카랑 카랑한 기타 인스트루멘탈 넘버 등등. 조용한 음악은 맥 빠져서 잘 안듣는 편이지만, 몸 상태가 영 후진 와중에 정신 사나운 음악들 듣자니 더 괴로워지기만 하더군. iPod의 잘 안듣던 곡들을 뒤져보니 다행히 예전에 이병우의 두번째 앨범 <혼자 갖는 茶시간을 위하여>를 통째로 넣어 뒀었네. 마침 비도 오고.. 자칫 꿀꿀할 수도 있던 아침 시간이 마침맞은 음악 덕에 조금이나마 편안해졌다.




고딩 때 처음 <어떤날>의 음악을 듣고 감동했던 이후로, 이 기타리스트의 음악을 가끔씩이나마 들은 지가 이제 20년 가까이 되는 고나. 이 앨범도 90년에 발표됐으니까 16년 전의 음악이다. 최근의 그의 음악은 예전에 비해 훨씬 세련되고, 정말 기타 음악이 다다를 수 있는 여러 정점 중의 하나에 점점 근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왕의 남자>, <괴물> 등 대박 영화들의 음악작업을 통해 영화음악가로서도 확실한 입지를 다진 듯 하고.. 하지만 그러면 그럴 수록, 약간은 투박한 듯 하면서도 정감 어린 초기의 음악들에 더욱 정이 가게 된다.

  이병우 - 흡수  이병우 연주
그룹 '어떤 날'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기타리스트 이병우의 8년만의 신보. 전작들에 비해 다채롭게 구사되는 연주와 한없이 온화한 멜로디가 멋진 조화를 이룬다. 모두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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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5 08:43 2006/11/1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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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입명이 2007/04/04 11:12 # M/D Reply Permalink

    안녕하세요. :D
    기타 관련 블로그 글들 모아서 한대로 묶고 있는데요. http://cafe.allblog.net/guitar 주소입니다. 확인해주시고 가입부탁드려요. 블로거 분들 모아서 많은 데이터베이스 만들고 싶네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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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노의 콘서트엘 갔(었)다



(2006.6.16자로 싸이에 올렸던 글)

지난 연휴 때 어린이 대공원 내 DOM 아트홀에서 했던 Nuno Bettencourt의 공연엘 다녀 왔다.

누노의 음악을 처음 들은 건, 아마 90년대 초 어느 비오는 저녁 대전 시내에서였을 거다. 혼자 길을 걷다가 자그마한 레코드 가게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잔잔한 노래에 꽂혀서는 곡이 끝날 때까지 듣고 서있다가, 가게에 들어가 금방 틀었던 노래 들어 있는 CD 주세요 해서 사갖고 온 거였다. (그렇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그런 낭만이 있었다...^^) 그때 내가 들었던 노래 "More Than Words"는 곧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면서 Extreme이라는 밴드와 Nuno Bettencourt(이름이 좀 특이한데 알고보니 포르투갈 출신이더군)라는 guitarist를 전세계에 알렸는데...문제는, 이 band와 guitarist의 진가는 이런 말랑말랑한 발라드와는 영 거리가 있더라는 거다. "More Than Words"가 들어 있는 앨범 "Pornografiti"는 제목부터가 좀 심상치 않은데다 자켓 디자인부터 전체를 아우르는 컨셉까지, 꽤나 과격한 메탈 사운드를 들려준다. 말하자면 Rock에 관심없는 사람이 "More Than Words" 하나만 보고 판을 샀다가는 첫 트랙부터 질겁을 하게 되는, 그런 앨범이다. 그래선지 그때 아저씨는 나에게 "Portnografiti" 앨범이 아닌 정체불명의 compilation album을 줬었고, 덕분에 나중에 다시 "Pornografiti" 앨범을 따로 사야만 했다. (Complilation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새 mp3 때문에 음반 산업이 망하고 어쩌고 하지만 사실 음반 산업이 내리막길 걷기 시작한 건 무분별하게 찍어댄 compilation album에서 부터라는게 내 지론이다. 그때 compilation 음반 때문에 음악계가 죽어간다는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비자가 원하는데 어쩌냐"를 강변하던 음반 제작자들이 이제 와서 mp3 때문에 음악계가 죽어간다고 볼멘 소리 하는게 영 가증스럽기만 하다)

얘기가 좀 딴데로 샜는데 어쨌거나, 누노가 이 앨범에서 들려준 16 beat의 funky한 riff(메탈음악의 반주에 기타가 저음으로 코드를 연주하는 것)들은 담박에 전세계 기타 키드들을 뻑가게 만들었고(그 이전에는 Judas Priest나 Ozzy Osbourne 류의 8 beat riff가 주류), 잉위 맘스틴/폴 길버트 이후 속주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한 기타 테크니션들의 시야를 다시 "메탈은 역시 맛깔나는 riff야..."로 돌리게 했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수록곡 중 "Suzie(wants her all day what?)"의 도입부 riff가, 새파란 신인이던 이정재가 크런킨가...하는 초코렛 선전에서 "여자? 그런건 모른다. 좋아하는 건 기타와 오토바이 그리고 크런키!" 뭐 이시따우 대사를 읇조리며 기타를 치는 시늉을 할 때 뒤에 깔려서 제법 인기를 끌었었다.(당시만 해도 이정재가 완전 뉴 페이스였기 때문에, 그가 진짜 기타리스트이고 실제로 기타를 치는 거라고 믿는 애들이 많았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Guitar Player/Young Guitar 등의 기타 전문지에서 2년 연속 올해의 기타리스트로 뽑히는 등(이게 쉬운게 아니다) 승승 장구하던 Nuno는 이후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결국 이 앨범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세를 걷더니 밴드도 해체하고, 이후 조용히 자기 이름의 밴드 활동을 하면서 대중들 뿐 아니라 많은 guitar fan들로부터도 잊혀져 가는 듯한 길을 걸어 왔었다. Nuno에 대해서는, 뭔가 대가가 되기 일보 직전에 멈춰선듯한, 그런 아쉬움이 항상 남는다. 조금만 더 자신의 색깔을 찾고 그걸 부각시킬 수 있었으면 Paul Gilbert나 Steve Vai 혹은 Joe Satriani에 못지 않는 rock guitar의 maestro가 될 수도 있었고, 처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당시에는 다들 그럴 거라 기대를 했는데 말이지. 이유가 뭘까? (Nuno의 골수 fan들이라면 내가 Nuno를 저들보다 한 등급 아래로 놓는데 대해 발끈할지도 모르겠군...)

어쨌거나 사실 Nuno가 최근 결성한 "Population1"은 band tour를 하기엔 지명도가 많이 떨어지지만, guitarist로서의 그의 명성은 아직 남아 있기에, 간단하게 clinic tour(유명한 기타리스트가 기타 하나 달랑 들고 다니면서, 사운드나 무대 장치 뭐 이런거 별로 신경 안쓰고 local band를 backup으로 해서 자기 테크닉 같은 거 보여주고 하는 공연 - 기타치는 사람들한테는 정식 concert보다 훨씬 재밌다)를 가끔 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이번에도 원래는 그런 계획이었는데, 한국에서만 유독 concert 형식으로 하기로 했다는군. 기획사가 아마 애를 많이 쓴 모양인데, 거기에 부응하듯 관객들의 반응이 엄청났었다. 첫곡부터 전원이 일어나서 길길이 들고 뛰는데...누노도 예상치 못한 열광적인 반응인 듯 관객들에게 고마와서 눈물이 날 지경이라는 얘기를 몇 번이나 했고, 원래 1시간 반 예정이던 콘서트는 앵콜이랑 중간 중간의 이벤트까지 해서 2시간 반이 훨씬 지나서야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 앵콜할 때는 관객들도 관객들이지만 누노 자신도 완전히 삘 받아서 연주했던 느낌.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클리닉으로 계획했던 걸 concert로 바꿔서인지, 음향도 개판이었고 진행도 매끄럽지 못하는 등 concert 자체로서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시간이 넘도록 미친 듯이 열광한 관객들이, 나를 포함해서, 이날 콘서트의 주인이었다, 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마 누노도 인정할 걸?

Posted by vincent

2006/10/27 06:16 2006/10/27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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