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프랑스 언론을 뒤지다가 삼성전자 관련 얘기를 발견했습니다. 현재 라스베가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세계 최대의 소비자 가전 박람회)에서, 삼성전자가 드림웍스, 테크니컬러와 합작하여 가정용 3D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죠.

드림웍스야 뭐 설명이 필요없을 테고 (그래도 혹시 잘 모르시는 분을 위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스티븐 스필버그와 전 디즈니 회장 제프리 카첸버그, 레코드 업계 거물 데이빗 게펜이 합작해서 만든 애니메이션 전문 영화사죠 슈렉과 쿵푸팬더로 크게 히트한...) 테크니컬러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듯하네요. 헐리우드 고전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왠지 모르게 익숙한 이름이라고 느끼실 수도 있을 텐데요. 영화의 시작과 끝에 테크니컬러의 로고가 지나가는 걸 언뜻 보셨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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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ww.wizardofozon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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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ww.electronichouse.com

(1939년 작 "오즈의 마법사"의 포스터와 극중 한 장면입니다. 이 영화는 테크니컬러가 막 헐리우드에 도입될 무렵 이 기술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한 걸작으로 기록되고 있죠. 포스터에 "Technicolor triumph!"라고 적혀 있는게 보입니다. 한때 이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족히 수십번은 넘게 봤던 적이 있습니다 노래와 대사를 거의 외울 정도로... 제가 당시 갖고 있던 DVD는 아쉽게도 그리 좋은 화질과 색감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최근에 블루레이로 재발매 되면서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최신의 복각 기술을 사용해서 깜짝 놀랄만큼 컬러풀한 영화로 재탄생되었다고 하더군요)

테크니컬러는 영화사 초기에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던 컬러 프로세싱 기술의 이름인데요. 그래서 1920 ~ 50년대 사이의 고전 영화 중 화려한 볼거리가 주요 감상 포인트인 영화들의 경우 테크니컬러라는 이름을 영화 포스터나 인트로/엔딩 크레딧에 크게 표기한 것들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지금에야 영화를 컬러로 찍는게 너무나도 당연하기 때문에 테크니컬러의 기술이 사용되지는 않지만, 테크니컬러는 멀티미디어 컨텐츠 기술 개발 분야에서 여전히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전통의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프랑스 전자 회사인 톰슨SA의 자회사인데 아마 그래서 이 소식이 프랑스 언론에 비교적 비중있게 소개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톰슨SA는 지금은 많이 찌그러들었지만 한때 RCA와 GE 가전사업 부문을 인수해서 거느릴 정도로 막강한 회사였습니다 그러고보니 다 흘러간 이름들이군요)

얘기가 너무 옆으로 샜는데 하여간 가정용 3D TV 얘기로 돌아와 보면... 한편으론 현재 전세계적으로 제임스 카메론의 3D 영화 "아바타"가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한동안 제자리를 못찾던 3D 기술이 이제 어느 정도 기술적 성숙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기도 하고, 하여간 올해 CES에서는 가정용 3D TV가 주된 테마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합니다. 삼성-드림웍스-테크니컬러 뿐 아니라 소니도 디스커버리 및 IMAX와 손잡고 미국 내에 3D 전문 방송 채널을 개국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하고,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일부 경기를 3D로 중계하겠다고 선언했다는 군요.

삼성전자가 하드웨어는 정말 끝내주게 만드는데 비해 소프트한 부분에서는 소니나 애플 등 경쟁사들에 비해 형편없이 뒤쳐져 왔었지만, 드림웍스, 테크니컬러 같은 거물 들과 손잡고 뭔가를 한다고 하니 기대해 볼만 할 듯도 합니다. 드림웍스 회장인 제프리 카첸버그 (스필버그와 게펜은 한발짝 물러나 있죠)가 직접 삼성전자의 CES 세션에 연사로 나와 프리젠테이션을 하기도 했다니, 말로만 합작을 발표한 건 아닐 것 같구요.

이런 중요한 기사가 국내 언론에서는 어떻게 다뤄지고 있나 궁금해서 오랜만에 국내 뉴스포털을 검색해보니... 이런이런. 삼성 관련 기사는 온통 세종시에 관련된 것 밖에 없네요. 삼성전자 같이 세계적으로 훌륭한 기업이 (저는 삼성전자의 정경유착이나 언론통제, 국내에서의 전근대적인 사업 방식 및 말도 안되는 지배 구조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이명박 정부 같은 저열하고 치졸한 정권에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사면된지 얼마 안됐죠 아마? 어떤 모종의 계약과 협박이 오고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업의 약점을 잡아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적에 이용하는 정권이 과연 비즈니스 프렌들리인지...

Posted by vincent

2010/01/12 00:09 2010/01/12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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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Z 2010/01/19 01:48 # M/D Reply Permalink

    저는 삼성전자의 정경유착이나 언론통제, 국내에서의 전근대적인 사업 방식 및 말도 안되는 지배 구조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이긴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악플을 쓰다가 참고 다시 쓴다.악은 관용을 먹고 번성 한다고 했다.악으로 자부심 느끼는 것이 알마나 낮은 정신세계를 반영하는지 한번 생각 해봐라.스웨덴은 삼성같은 기업없이도 국민 평균임금이 500만원 가까우며 부탄같은 세계최저 빈국은 최고의 행복한 국민을 가졌다.2000년도 10년이나 지났다.노예근성 같은것은 버릴때도 되었다.더구나 다른곳에서 위안을 찾지말고 자신의 능력에서 행복을 찾아라.아무리 삼성 같은 비도덕적인 기업을 자랑 스럽고 짝사랑해봤자 너의 후손들에게는 거대한 악으로 다가가고 이용만 할 것이다.더이상 전근대적인 '우리'라는 식의 집단의식에 휘몰리지 말고 자신을 돌아봐라.

    1. vincent 2010/01/20 01:22 # M/D Permalink

      삼성전자에 화가 많이 나셨군요. 그럴만 합니다 이해도 가구요. 저는 악플이나 (제가 별도의 노력을 들이지 않는 한 식별할 수 없는)출처가 불분명한 댓글은 작성자의 동의 없이 (동의를 받을 수가 없지요) 삭제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악플은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셨다고 하니 답변을 하는게 도리겠지요.

      일단 제 의도를 좀 오해하신 듯한데 지금보니 제 표현에 불명확한 부분이 있기는 하네요. 저는 삼성의 불법/탈법/초법적 행위에 대한 관용은 반대합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만큼 훨씬 더 엄격한 법의 잣대를 비대칭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삼성전자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심지어 OZ님처럼 증오에 가까운 비판적인 태도를 가진 분들조차도, 법인체로서의 삼성전자와 이건희 회장 일가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경영진/오너의 탈법/비도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합당한 응분의 댓가를 치르게 하면 됩니다. 삼성전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마치 이건희 회장을 비판하면 당장 삼성이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말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건희 회장 개인의 잘못을 문제삼아 삼성전자 전체를 없어져야 할 기업으로 몰아 붙이는 경향이 있지요. 물론 이건희 회장 '개인'의 잘못이라고 하는 데에는 어폐가 좀 있긴 하지만...

      "노예근성", "'우리'라는 집단의식" 이런 말은 살다가 첨 들어 보는 말이라 한번 차분히 반성해 봐야겠습니다. (저는 저 스스로를 개인주의자 + 사민주의자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외국에 살다 보면 아무리 글로벌 시티즌으로 살려고 애써 봐야 한국인이라는 사실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오히려 대한민국 땅에 살면 굳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그렇게 의식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나라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 싶으면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가끔씩이라도 뭔가 자랑할 만한 게 생기면 챙피를 무릎쓰고 좋아하게 되고 그럽니다. 좀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스웨덴과 부탄은 적절한 예가 아닌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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