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터킨더님의 블로그에서 최근 약간의 이슈가 된
경기도 모 학교의 체벌 사건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본문 내용은 뭐 그분의 평상시 지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관계로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오히려 댓글들을 읽고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게 하더군요.
그중 한 댓글은, 아마도 수원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이 적은 모양인데, 체벌을 옹호..라기보다는, 그 학교의 교육 방침을 옹호하는 입장이더군요. 조금 놀랐습니다. 일부를 옮기자면
수원지역 사람들, 특히 수성고를 지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수성고 체벌 확실하고 강력하게 실시한다, 라는 걸 알고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수성고 내에서 쓰여지는...'매'들은 ... 학부모들이 돈을 모아 사주고 있습니다... 수원지역 사람들은 다 알고서 순응하고 동의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다른지역 사람들이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다녔던 학원의 선생님께서도 수성고를 졸업하셨습니다. 고려대 가셨구요, 이분이 다니셨을 때에는 지금보다 더 엄청나게 맞았...그렇게라도 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다."라는 말씀...
요약하자면 문제가 됐던 수원 수성고는 애들을 패서라도 공부를 시켜서 대학을 보낸다, 수원 사람들은 그걸 받아들인다, 라는 얘기인 모양입니다. (이 댓글에 대한 제 해석이 잘못되었다면 죄송) 이 학생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원 사람들이 모두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하여간 이 학생이 말하고 있는 "순응하고 동의하는" 수원 사람들의 생각 또한 글러먹었습니다. 이 부분은 오늘 적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이 아니기 때문에 간단히만 말하자면, 이런 식의 강압에 의한 교육 방식은 요새 유행하는 말로 "sustainable" 즉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댓글을 단 학생은 자기의 경우 그런 강압적인 방식이 필요하다라고 하는데, 그걸 알고 있고 글로 표현할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조용히 자신을 돌아 보고 자신은 왜 매가 아니면 스스로 공부할 수 없는지 성찰을 해봐야 합니다. 이 학생의 학원 선생도 마찬가지인데, 처절하게 맞아 가며 억지로 공부해서 고대 들어 간게 그렇게 자랑스럽다는 사람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 심히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대목은 이 정도로 넘어 가고.
아래쪽에 달려 있는 댓글들은 간단하지 않더군요. '웃기지마'와 '지나가다'라는 아이디로 의견을 적은 두 분은, 아마도 교사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찬가지로 제 멋대로 요약하자면 '체벌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의 공부할 권리를 심각하게 방해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보여지네요. 사실 제가 봤을 때 '체벌'이라는 건 문제의 핵심이 아닙니다. 민주사회의 공교육은 아이들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 중의 하나는 '규율'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또한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자유를 어떻게 누릴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 것이기도 합니다. '체벌'이라는 건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문제가 되고 있는 내용은 공교육의 문제가 아닌 가정교육의 문제가 됩니다. '지나가다'님이 이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하셨습니다. 제가 알기로 대부분의 소위 서구 선진국의 초중등 교육 기관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체벌을 가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알고 있습니다. 왜? 얘들은 잘못하면 집에서 부모한테 맞거든요. '지나가다' 님이 '부모한테서 말로 훈련을 받는다'라고 했는데, 말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두들겨 맞아요. (무터킨더 님이 살고 계신 독일이나 혹은 미국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이곳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가차 없이 때립니다.)
저의 목격담을 말씀드리자면... 작년에 저희 집에 프랑스 가족을 초대해서 식사 대접을 한 일이 있는데, 5살, 7살인 남자 아이들을 함께 데려 왔습니다. 저희 부부가 평상 시 귀여워하고 같이 데리고 놀기도 하던 아이들인데, 어쨌거나 남자 아이들이다 보니 얌전하게 있기는 힘듭니다. 그러잖아도 집도 넓지 않은데 처음에는 얌전히 있는 척하던 아이들이 좀 지나니 조금씩 떠들고 장난치기 시작하다가, 급기야는 들뛰고 놀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이란 다 그렇죠!) 아이들 아빠가 처음에는 어른들 대화하는데 떠들면 안된다고 몇번 주의를 주다가, 아이들이 쿵쾅대기 시작하니까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 모양입니다. 벌떡 일어 나서는 두 아이의 귀를 비틀어 잡고 (제가 보기에도 상당히 아프겠더이다) 구석으로 몰아 넣더니, 턱을 붙들고 눈을 똑바로 쳐다 보면서 조용하고 단호하게 야단을 치더군요. 그리고는 벽 구석을 보고 둘 다 서 있게 합니다. 그러고는 식탁에 돌아와 우리 부부에게 사과하고 다시 대화를 이어 나가더군요. 사실 큰 녀석이 더 잘못을 했고 작은 녀석은 구경만 하다가 덩달아 맞은 지라 억울했는지, "C'est pas moi~ (내가 안 그랬는데)"라고 하소연하며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지만 그래도 얌전히 벽보고 서 있더라구요. 큰 녀석은 지가 잘못한 걸 아는지라 눈만 껌뻑껌뻑~ 아유 귀여운 것들. 아빠도 태연한 척 우리랑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마음이 아픈지 몰래 흘끔 흘끔 아이들을 훔쳐 보는 것이, 부성애 지극한 아빠라는 게 뻔히 보이더군요. 한국인인 아이들 엄마한테 듣기로 이 아빠는 집에서는 아이들이랑도 잘 놀아주고 아주 가정적인 사람이랍니다. 다만 밖에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 다더군요.
베르사유에서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하다 보면 아이들과 개들이 그렇게 많은데도, 신기한 것이 우는 아이들과 짖는 개는 정말로 보기 힘듭니다. 딱 한번 울면서 땡깡 부리는 아이를 본 적이 있는데, 엄마가 가차없이 길에 버리고 갈 길 가버리더군요. 저래도 되나 싶어서 오히려 저와 아내는 아이를 지켜 보며 서 있었는데, 바닥에 주저 앉아 울던 아이가 아무리 소리쳐 울어도 엄마가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니까 안되겠다 싶었던지 결국 벌떡 일어나서 울면서 엄마를 쫓아가 손을 잡더라구요. 남자 아이 서너 명을 데리고 산책하는 엄마도 심심찮게 보는데, 젖먹이 막내를 태운 유모차를 엄마가 밀고 가면 3~5살 정도인 둘째 세째는 유모차를 꼭 붙들고 가고 열살 정도 돼 보이는 큰 애는 조용히 뒤에서 이 행렬을 따라 갑니다.
제가 한동안 프랑스어 배우러 다니던, 베르사유 시청에서 운영하는 교육 기관이 있는데, 토요일 오전에 수업을 마치고 나와 보니 그 다음반은 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었나 봅니다. 열살에서 열한 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 스무명 정도가 복도에 모여 있는데, 다들 귓속말로 자기들끼리 소곤소곤하면서 킥킥대며 얘기하고 있더라구요. 지켜보며 야단치는 선생님도 없는데도, 아무도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는 없었습니다. 어찌나 천사들 같은지.
한번은 파리에서 지하철을 탔다가, 아이가 떠드니까 즉시 뺨을 때리며 주의를 주는 엄마를 본 적도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아이를 키우는 한국 엄마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들이 말 안들으면 즉시 때리면서 야단을 친다, 아주 흔한 일이다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뺨을 때리는 건 좀 그렇지 않냐, 매를 들 수도 있고... 했더니, 이 사람들은 오히려 도구를 이용해서 때리는 건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하고 반드시 손으로 때린다고 하네요. 글쎄요 이건 좀 동의하기 어려워서 아무래도 맨손으로 때리게 되면 감정이 실리게 되지 않냐고 했더니 도구를 사용하면 내 손이 안 아프기 때문에 아이가 얼마나 아픈지 모르지 않느냐, 고 하시더라구요. 흠...
뭐 이 외에도 많은데 이 정도로 하기로 하고. 좀 다른 예를 들자면, 지금은 한국에 들어 갔지만 하여간 아이를 데리고 와서 공부하던 동료 유학생 아빠랑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얼마 전에 읽은 프랑스 육아 잡지에 이런 말이 있더라고 하더군요. '아이에게 가급적 일찍 좌절을 가르쳐야 한다'고. 즉 아이로 하여금 사회에서 용인되는 행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알 수 있도록 일찍부터 부모가 가르쳐야 하며, 이는 아이가 최초로 사회 생활을 경험하는 유치원에 가기 이전인 3~4살 전에 이뤄져야 하는 부모의 의무이다, 라는 내용이라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공공장소에서 민폐를 끼치는 아이들에게 보다 못한 주위 어른들이 주의를 주면 그때까지 보이지도 않던 부모가 나타나서 '당신이 뭔데 우리 아이 기 죽이냐'고 항의하는 걸 종종 보게 되는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교육 철학이지 않나요.
원래는 제목을 '유럽의 부모들은...' 이라고 하려고 했었는데 제가 다른 유럽 나라들은 가보기는 했어도 부모들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까지 자세히 관찰하지는 못했고, 또 제가 지금 살고 있는 프랑스에서도 막상 파리만 나가봐도 버릇없는 아이들이 없지 않고 한 걸 봤기 때문에 제목을 제가 살았던 베르사유로 한정해서 바꿨습니다.
Posted by vinc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