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맛기행④ 셋째날 : 전주

Travelog 2007/12/23 00:01 posted by 빈센트

양사재가 좋은 점 중 하나는 아침식사가 숙박에 포함되어 있다는 겁니다. 주인 아저씨가 차려준 정갈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전주 시내(주로 한옥마을 내였지만)를 돌아다녔습니다.

전주 음식하면 떠오르는 건 첫째 비빔밥이고 둘째는 콩나물국밥이지요. 남도 맛기행 마지막 날 점심식사는 콩나물국밥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전주에서 유명한 국밥집은 '삼백집'과 '삼일관'인데, 둘이 나란히 붙어서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일요일 아침 교회를 다녀온 가족 단위 손님들로 붐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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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콩나물국밥은 서울 사람들도 워낙에 좋아하는 음식인지라... 전주에서 유명한 집이지만 서울에서 아주 잘하는 집과 비교해 수준이 비슷한 정도입니다. 다만 특이한 점은 '모주'라는 한잔에 천오백원인가 2천원인가 하는 더운 술입니다. 막걸리 비슷한 맛에 걸죽하고 달작지근 한 것이 묘합니다. 전주 분들은 해장으로 모주를 드신다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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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을 가로질러 숙소로 돌아오는데 유명한 전동성당을 해를 등지고 찍었더니 후광처럼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네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건물 중 하나로 꼽히는 전동성당은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한옥마을 내의 경기전과 공예품 전시장 등등 돌며 배를 꺼뜨린 후, 이번 여행의 마지막 식사를 하러 '전주향'이라는 식당을 찾았습니다. 이 식당은 이번 여행에서 가본 식당 중 유일하게 미리 찍어두지 않고 순전히 지나가다 외관이 예뻐서 들른 곳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굿초이스였습니다. 게장 정식을 시켰더니 게장과 참게탕이 나오는데 맛이 끝내 주더군요. 보기엔 짤듯한데 전혀 그렇지 않고 삼삼하니 담백한 맛이 그만이었습니다. 국물도 시원했구요. 나올 때 게장 몇인분을 추가로 시켜서 포장해서 가져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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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장은 맛도 맛이지만 담아 내온 센스도 일품입니다.

여행의 마지막 식사도 만족스럽게 배불리 먹고, 돌아 오는 기차 시간까지 '고신'이라는 찻집에서 녹차 케잌과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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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 관계로 혹은 여행 삼아 세계 여러 나라의 웬만한 도시들은 빠짐없이 다녀본 편이지만, 역시 우리나라 만큼 좋은 곳은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그걸 절실하게 느끼는 건 또 제가 그만큼 외국을 다닐만큼 다녀봤기 때문이겠지요.

여러분 우리 돈 모아서 아파트 사는데 쏟아 붓느라 헉헉대지 말고 열심히 여행도 다니고 문화 생활도 하면서 영혼을 살찌우며 살자구요... 아무리 세상이 물신주의에 빠져 있고 투기돈과 재테크가 지고지선의 가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이땅박 대통령 당선으로 그런 분위기가 더 심화될 예정이라고 해도, 아파트에 영혼을 팔아서야 말이 되겠습니까. 정말로 세상은 넓고도 좁으면서 할것도 많고 보고 즐길 것도 많거든요. 정말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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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3 00:01 2007/12/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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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ed from Vincent's Blog at 2007/12/23 00:08  삭제

    Subject: 남도 맛기행 첫날 : 목포 - 순천

    원래 이 블로그를 만든 이유는 아내와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올리고 또 내 일과 직/간접으로 관련있는 몇가지 주제들 특히 enterprise computing 내지는 기업내 IT, 그리고 영화나 음악에 관련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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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남도 맛기행 둘쨋날 : 순천

    남도 맛기행 둘쨋날 - 아침일찍 숙소를 나와 선암사로 향했습니다. 선암사 가는 길에 있는 "진미기사식당"이 순천에서 싸고 맛있기로 유명하다고 해서 들렀지요. 간판 옆에 조그맣게 "언는 옷.....

  3. Tracked from Vincent's Blog at 2007/12/23 00:09  삭제

    Subject: 남도 맛기행 둘쨋날 : 전주

    순천에서 생애 최고의 점심을 먹은 뒤, 다시 기차를 타고 전주로 향했습니다. 전주는 전통문화와 음식맛으로 한반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예향이죠. 자부심도 대단합니다.하지만 솔직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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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ed by 박현숙 at 2007/12/23 17:14

    멋있는 분들이네요.
    저도 따라 해봐야겠어요

  2. Commented by 박찬홍 at 2007/12/24 04:03

    간만에 산뜻한 글 잘 읽었다. 친구의 글을 읽었다는 느낌보다는 잡지에서 우연히 시선을 끄는 좋은 article을 발견해서 읽은 느낌이 드네. 1년 전의 일을 이렇게 상세히 기억해서 쓴 걸 보니 너의 기억력(혹은 기록하는 습관)도 놀랍고. 올해도 멋진 여행 하길. 아..남도 맛기행. 언제쯤 해 볼 수 있을까? :)

    • Commented by 빈센트 at 2007/12/24 14:38

      그동안 텁텁한 글만 올려서 미안했다...

      기억력이 좋거나 기록하는 습관이 있는 건 아닌데, 당시 찍었던 사진들을 하나하나 넘기다 보면 그때의 감흥과 기억이 되살아 나는 거지. 그래서 좋은거 아니겠냐.

      빨리 애기들 데리고 들어 와라 네 동생이 배신때린 남도맛기행 너하고라도 가게

  3. Commented by 한규일 at 2007/12/27 11:56

    글솜씨가 그동안 더 늘었구나... 원래 잘 쓰기도 했지만 암튼 꾸준히 '퍼블리시(?)' 한 덕분이려니 싶다. 정말 여기 있는 여정 그대로 따라만 가도 너무너무 기억에 남을 추억 여행이 되겠거니 싶어 이번에 같이 못 하게 된 게 계속 아쉽구나. 너는 그럴 줄 알았다고 했지만 당장 낼모레 동현이 재롱잔치부터 내가 내 맘대로 결정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줄어들어 내 스스로 씁쓸할 때가 많다. 너도 꼭 띠동갑 아기 만들어서 형님하시는 말씀이 뭔 소린가 체감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축원하는 바다..^^;

    • Commented by 빈센트 at 2007/12/27 15:35

      반드시 띠동갑 아기를 만들어서 맨날 아기 핑계 가족 핑계만 대는 너희들에게 인생을 가족과 더불어 즐겁게 사는게 어떤 건지 가르쳐 주도록 하마

  4. Commented by kikig at 2007/12/27 18:48

    오.... 저도 한번 꼭 가봐야겠습니다.

남도 맛기행③ 둘쨋날 : 전주

Travelog 2007/12/22 13:48 posted by 빈센트

순천에서 생애 최고의 점심을 먹은 뒤, 다시 기차를 타고 전주로 향했습니다. 전주는 전통문화와 음식맛으로 한반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예향이죠.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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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솔직히 이번에 목포 순천 전주를 차례로 찾아 나름 그 지역의 소문난 맛집을 찾아 본 느낌은, 목포와 특히 순천의 경우 아 정말 이런 맛은 서울에선 절대로 먹을 수 없다, 였는데 전주는 아 정말 맛있기는 한데 서울에서도 아주 잘하는 집에 가면 이 정도는 먹을 수 있겠다, 라는 거였습니다. 그만큼 전주의 음식은 서울에도 많이 전파가 되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또한 전주 음식은 굉장히 세련되고 깔끔한데 목포나 순천의 음식은 투박한 지역 정서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느낌이라, 역시 뭔가 좀 다르다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주의 음식맛이 목포나 순천의 그것보다 떨어진다는 거냐면 그건 절대로 아니구요. 이런 얘기를 김빠지게 도입부에 미리 적어 놓는 이유는, 이후 특정 식당에 대한 얘기를 적으면서 이런 멘트를 달아 놓으면 마치 제가 그 식당에 실망한 듯한 느낌을 줄까봐 입니다.

각설하고, 전주에는 한옥 마을이 유명하죠. 규모가 꽤 크고 (제법 넓은 지역에 걸쳐 있습니다) 사시사철 볼거리 즐길거리도 많습니다. 민박집들이 많은데 저희 부부가 묵은 곳은 그 중에서도 '양사재'라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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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그냥 맘에 들어서 들른 곳이 아니라 여행 계획짤 때부터 찜해 두고 있던 곳입니다. 전주를 코스에 넣은 이유 중 큰 역할을 했죠. 왜냐면 이곳이 전주 한옥 마을의 많은 아름다운 한옥 중에서도 몇 안되는, 옛날식 땔나무로 구들장을 때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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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장은 손님이 들기 적어도 반나절 전부터 불을 때기 시작해야 따뜻해 집니다. 또한 불을 끄고 나서도 며칠 동안은 아늑한 온기가 이어집니다. 그래서 옛분들은 기별을 받으면 미리부터 일찌감치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고, 손님이 떠난 뒤에도 구들장의 온기가 오래 오래 남아 있곤 했던 거지요.


어익후 우리 여행의 목적은 전통 문화 체험 따위가 아니었습니다. 오로지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 위한 것이었죠.
전주하면 역시 비빔밥! 비빔밥 어느 집이 맛있냐고 양사재 주인 아저씨에게 물어 보니, 전주에서는 비빔밥은 아무 집에나 가도 다 맛있다며(역시 대단한 자부심...) 시청 근처에 몇 군데를 소개시켜 주시더군요. 제법 규모 있어 보이는, 주인 할머니가 무슨 명인 뭐 이런것도 받았다는 비빔밥집을 찾았습니다.


전주 음식은 맛도 뛰어나지만 보기에도 여간 이쁜 것이 아닙니다. 밥을 비벼서 모양을 망가뜨리기가 아까울 지경입니다. 투박한 순천의 음식과는 다른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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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 안에는 운치 있는 전통 찻집들이 많습니다. 뭐랄까 서울에도 흔히 있는 전통 찻집과는 좀 다른, 정말 제대로 된 "전통" 찻집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그중 '교동다원'이라는 곳에 들어가 우리밀 과자를 곁들여 '황차'를 마시며,(아저씨가 네팔에서 가져왔다고 자랑을 했는데 우리가 3달 전에 네팔을 다녀 왔다고 반갑게 얘기하자 약간 당황하시더군요 정작 그분은 네팔에 가본 경험이 없으신 듯 ㅎㅎ) 여유롭게 한참을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눈 뒤에야, 호롱불 켜고 우리를 기다리는 양사재로 돌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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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길지 않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입니다. 벌써부터 아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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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2 13:48 2007/12/2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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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ed by 매디드 at 2007/12/23 21:41

    정치 관련 글들이 없어서인지 벌써 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곽선생님은 잊고 블로그 원래의 취지로 돌아가시는 중이지만,
    저는 아직도 오마이뉴스, 서프라이즈 등을 돌아다니면서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도 무언가 다른 관심거리를 찾아야 할것 같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소주 한잔 기울이면서 지난 간(?) 이야기 들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 Commented by 빈센트 at 2007/12/24 14:33

      마음 다스려야죠 어쩌겠습니까...
      소주 한잔 하기 되게 어렵네요 ㅎㅎ

  2. Commented by 황상철 at 2008/01/03 11:00

    겨울 한옥마을 여행이라 운치있네요. 멋을 아는 분 같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Commented by 빈센트 at 2008/01/10 13:30

      아니 한옥마을은 그냥 덤이었고 주목적은 맛있는거 먹는 거였습니다...^^

남도 맛기행② 둘쨋날 : 순천

Travelog 2007/12/22 13:44 posted by 빈센트

남도 맛기행 둘쨋날 - 아침일찍 숙소를 나와 선암사로 향했습니다. 선암사 가는 길에 있는 "진일기사식당"이 순천에서 싸고 맛있기로 유명하다고 해서 들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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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옆에 조그맣게 "언는 옷쑈이" (어서 오세요)라고, 구수한 남도 사투리가 적혀 있습니다.

돼지두루치기 1인분 5천원... 이 푸짐한 한상이 단돈 만원입니다. 두껍게 썬 돼지고기의 맛이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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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햇볕이 짱짱한, 제가 좋아하는 전형적인 겨울 아침 날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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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입구 주차장 매점에는 산행을 나온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난롯불을 쬐고 계셨습니다. 비교적 젊은 축인 저희 부부에게 관심도 많이 보이시고... 난롯불에 굽던 고구마도 주시더군요. 어찌나 맛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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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길목에 재밌게 생긴 장승들이 있더군요. 이게 웬 스머프야 했는데 18세기 것이라고 합니다. 조상님들의 센스와 유머 감각이 느껴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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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입구의 승선교입니다. 승선교 아치를 통해 암자를 바라 봐야 정말 멋진 사진이 나오는데 그러려면 화면 왼쪽 아래 붉은 점퍼 입으신 분처럼 개울로 내려 가야 하는지라... 아내가 말려서 못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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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경내의 모습들입니다. 이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한옥의 '선'이라는 것에 슬슬 감이 잡혀 가면서, 비슷해 보이는 일본이나 중국의 건축물에 비해서 우리의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조금씩 알아 가는 느낌입니다. 오죽하면 지금 살고 있는 집 계약이 끝나는 가을에는 아예 북촌 한옥마을로 이사를 갈 방법까지 궁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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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도 스카이라이프를 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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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이 그리 크지 않고 대신 작은 암자가 여러 채인데, 다들 나름의 운치를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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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화장실인 선암사 뒷간입니다. 지은지 백년 정도 되었다는데, 간지가 장난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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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도 깨끗합니다. 아래가 깊어서 그런지 분명히 사용한 흔적은 있는데 냄새가 안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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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편에서 본 모습입니다. 언덕에 걸쳐 있는 구조... 이 그럴싸한 건물이 뒷간이라고 누가 생각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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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를 나와 버스를 타고 순천 시내로 돌아 왔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찾은 곳은 순천에서도 가장 맛있는 한정식집이라는 대원식당. 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남도 쪽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꼭 들르곤 하던 곳이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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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한옥은 아니지만 오래된 냄새가 풀풀 나는 집의 구비구비를 돌아 뒷방으로 안내해 줍니다. 남도에서 한정식을 드셔 본 적이 있는 분은 알겠지만, 빈방에 앉아 구들장에 엉덩이 지지며 기다리고 있으면 음식을 상째로 가져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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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요. 아내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오빠 사진 다 찍었어? 이제 먹어도 돼? 라며 보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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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다 이성을 잃고 한참 정신없이 먹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깨끗이 비운 밥공기 2개가 제 앞에 놓여 있습니다. 아니 이거 어떻게 된거야. 내밥 누가 다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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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저녁에 먹은 회에 딸려온 꼬막이, 제가 먹어 본 단품 요리 중 가장 맛있었다고 적었었는데, 한상 차림으로 따지면 정말 이날 순천 대원식당에서 먹은 점심상이 최고의 성찬이었습니다. 아 그때 생각이 나면서 다시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하네요.

이제 저녁을 먹으러 다시 기차를 타고 전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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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2 13:44 2007/12/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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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ed by 리야 at 2007/12/24 13:03

    아..올해 또 갈 수 있으리라 기대했었는데..아쉽게 되었네요..봄에 남도는 더 감칠맛납니다. 우리 그때 또 시도해봐요..

    • Commented by 빈센트 at 2007/12/24 14:36

      그러게 말야 우리끼리 목포 가서 낙지나 먹고 와야지 뭐~ 약속 펑크낸 인간들 씹으면서~

  2. Commented by 최미정 at 2007/12/24 15:14

    ㅋㅋ 언능오쑈이~~는 언능이 빨리라는 뜻이고 오쑈이는 오라는 말입니다..
    빨리 오라는 이야기 이지요....
    ㅋㅋ
    순천 시청 근처에 금빈회관이라는 한정식 집이 있습니다.
    떡갈비로 엄청 유명한 집입니다.. 이집도 한상차림 식당입니다.
    다음에 다시 또 순천에 들르신다면.. 금빈회관도 괜찮을 듯...ㅋㅋ
    저두 지금은 화성에 있지만... 가끔 여수 집에 내려가면
    식구들과 들르는 곳이지요..
    답답한 회사 생활에 눈이 피로했는데.. 덕분에
    고향 구경 실컷하고 갑니다...메리 크리스마스....^^

    • Commented by 빈센트 at 2007/12/24 15:37

      오오 금빈회관 꼭 기억하겠습니다 하지만 대원식당에서 너무 맛있게 먹었던지라... 다시 순천 가면 갈등하게 되겠는걸요.

      여수도 가보고 싶은데 이때는 일정상 할 수없이... 다음번 남도 여행 때는 강진, 담양, 여수를 꼭 넣으려구요

남도 맛기행① 첫날 : 목포 - 순천

Travelog 2007/12/22 12:16 posted by 빈센트

원래 이 블로그를 만든 이유는 아내와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올리고 또 내 일과 직/간접으로 관련있는 몇가지 주제들 특히 enterprise computing 내지는 기업내 IT, 그리고 영화나 음악에 관련된 얘기들을 올리기 위한 거였는데... 대한민국이 미쳐 돌아 가는 꼴을 보고 참을 수 없어서 맺힌 말들을 풀어 내다 보니 어떻게 정치 블로그 비슷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대선도 끝났으니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죠. 그 첫 포스팅은 작년 이맘때 아내와 함께 목포-순천-전주를 돌아 다녀온 이른바 남도 맛기행! 올해는 친구 커플들과 그들의 아이들까지 엮어서 같이 가보려고 합니다.

아침에 KTX를 타고 서울에서 출발하니 점심 녘에 도착하는 군요. 목포는 KTX 호남선의 종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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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조사한 정보에 따라 낙지가 유명한 목포에서도 가장 맛있다는 낙지집인 독천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역에서 멀지 않더군요. 이웃에 '암뽕김치찌개'가 있는데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서 한번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아내가 말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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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는 "남도음식축제 대상 수상 업소"라고 붙어 있는데, 안에 들어 오니 여기 저기 방송 출연한 사진들이 죽 붙어 있습니다. 지난 번에 아내와 홍콩에서 맛집 찾아 돌아 다니면서 느꼈던게, 홍콩에서는 요리경연대회 같은 걸 정말 많이 하는구나... 하는 거였어요. 웬만큼 한다 하는 식당들은 전부 무슨대회 1등, 무슨 축제 대상 뭐 이런걸 줄줄이 갖다 놓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방송의 맛집 프로그램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 같습니다. 이때 돌아 다니면서도 느꼈지만 지역에 소문난 음식점들에 가보면 대부분 방송 출연한 내역들 또는 언론에 소개된 내용들이 훈장처럼 전시가 되어 있습니다.

연포탕이 1,3000원이고 낙지비빔밥은 8,000/10,000(특)원입니다. 연포탕과 낙지비빔밥을 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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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나온 낙지비빔밥입니다. 새빨간 것이 먹음직스럽죠? 그런데 막상 먹어 보면 신기하게도 전혀 맵지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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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당 뿐 아니라 남도맛기행을 하면서 가본 다른 식당들에서도 느낀 것이, 다들 굉장히 깊은 맛을 내면서도 전혀 맵거나 자극적이지가 않아요. 다만 이런 깊은 맛을 타지 사람들이 흉내 내려면 양념을 이것저것 많이 넣어서 어쩔수 없이 맵고 짜고 할 수밖에 없겠구나, 남도 음식이 자극적이라는 오해는 그래서 생긴 거구나... 싶더군요. 이때 이후로 오로지 매운 맛으로만 승부하는 무교동 낙지 골목은 다시는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아 글을 적으면서도 입에 침이 고입니다.






밥을 비비며 행복해 하는 아내의 표정입니다. 지금 아무 생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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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포탕은 생각보다 양이 적어서 약간 실망했지만, 국물의 깊고 시원한 맛은 그런 실망을 금새 날려 버립니다. 푸짐하게 들어 있는 낙지가 워낙에 쫄깃하니 오동통해서, 초장에 찍어 먹으면 씹히는 맛이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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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항에서 아내와 한컷. 이 여행에서는 유달리 이런 비슷한(그리고 약간 어색한) 구도가 많은데, 이전에 다녀온 네팔 여행에서 제가 경치와 아내의 모습을 찍는데 열중하느라 정작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은 몇장 없어서 아내가 많이 아쉬워 했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삼각대를 가져가서 틈만 나면 커플 사진을 찍곤 했습니다.

이후 택시를 타고 돌면서 유달산도 가고 조각공원도 가고 했는데 잠깐 돌아서 그런지 관광지는 뭐 딱히 볼건 없고, 오히려 시내 전체가 아담하면서 정겨운 분위기라 좋았습니다. 다른 커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희 부부도, 예를 들자면 남부 프랑스의 시골 마을 같은데서 몇달 정도 조용히 지내면서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다 돌아 오고 싶은 로망이 있었는데, 문득 굳이 말도 잘 안 통하는 유럽에 갈게 아니라 목포 정도에서 한 반년 정도 여유 있게 지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가끔 지루해지면 서울에 KTX 타고 다녀올 수도 있고요. 언젠가는 실천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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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의 짧은 여정을 마치고, 목포 -> 순천행 무궁화 호에 올랐습니다. 너무 빠르지 않은 속도로 여유 있게 달리는 기차를 타고 남도의 풍광을 감상하면서 아내랑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어 무척 좋았었습니다. 다음주에 떠날 예정인 2차 남도맛기행에서는 아기들도 있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차로 이동할 계획이라... 기차 여행의 묘미는 없겠지요.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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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서의 계획은 일단 순천만으로 가서 저 유명한 낙조를 감상하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해가 빨리 떨어지는 바람에 순천역에서 내리자마자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 탔는데도 불구하고 도착할 즈음에는 거의 끝물이었습니다. 급히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렀지만 좋은 사진이 못나와 아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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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뒤로 바닷물이 얼어 있는게 보입니다. 유달리 추웠는데 아내가 이때 감기가 걸리는 바람에 여행하는 내내 그리고 다녀와서도 꽤 고생을 했더랬습니다.

작은 포구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와온회집'이라는 곳에 들어가 잡어회를 시켰는데(동네 이름이 와온면입니다), 메인 디쉬인 회 보다는 오히려 꼬막이 너무 너무 맛있어서 정신없이 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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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순천의 꼬막맛은 조정래의 '태백산맥'에서 외서댁의 거시기를 음란하게 빗대는 대사가 등장하면서 특히 유명해 졌지요.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고 그냥 쪘는데도 머금고 있던 바닷물이 짭조름한 맛을 내면서 너무 너무 찰진 향이 입안에 그득 퍼집니다. 한 상 요리가 아닌 단품 요리로 따지자면 여지껏 먹어본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너무너무 맛있는 꼬막요리를 대접해 주신 주인 아저씨랑 사진 한장. 뒤에 걸린 사진은 아저씨가 직접 찍으신 거랍니다. 순천만은 낙조가 끝내 주는데다 갈대밭이 무성하고 철새의 도래지인 관계로, 항상 프로/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달력 사진 그럴싸하게 빠지는 슈팅 포인트입니다. 아저씨는 사진 이외에도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풍류 가인이십니다. 해마다 찾아 오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올해도 지킬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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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서울을 출발하여 목포항에서 낙지로 점심을 먹고 순천만에서 회와 꼬막으로 저녁을 먹은 남도맛기행의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 됩니다. 둘째날 순천-전주 일정은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적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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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2 12:16 2007/12/2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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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ed by 지인 at 2007/12/23 21:38

    늣은 나이에 큰맘 먹고 남편과 여행을 갈려고 행선지를 목포로 정했는데
    목포에 데해 아는게 없어 걱정 했는데 좋은정보 고맙습니다
    여행을 많이 하신다니 앞으로도 좋은 정보 많이 부탁드려요

    • Commented by 빈센트 at 2007/12/24 14:32

      목포 근처 강진 쪽도 맛있는 식당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좋은 여행 되시길 빌어요~ ^^

    • Commented by 최혜란 at 2008/10/12 23:41

      횟집사장님이 순천만 횟집으로 옮겼네요~~와온횟집에서 100m터 위로 올라가면 회타운건물 있는데 방파제에서 오른쪽으로 가시면 됩니다...순천만 횟집 (061-723-9556) 입니다,,,전화주시고 다시 찾아 주세요~~~~

    • Commented by 빈센트 at 2008/10/13 04:02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다시 찾겠다는 약속을 2년째 못 지키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