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조선일보 기사를 안 보기 때문에 몰랐었는데, 명박이(누차 얘기하지만 비하하는 표현이 아니라 그가 좋아하는 미쿡식 표기입니다 경숙이, 무현노, 학규손...)의 당선에 자타가 공인하는 일등공신일 이 신문이 곧 출범할 새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싣기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어떤 블로거가 이를 분석하는 포스팅을 했고 댓글로 이런 저런 해석이 따라 붙기도 했는데, 내가 보기엔 특별한 이유가 아니에요. 그냥 명박이가 "당선인으로서의 첫 단독 인터뷰"라고 하는, 독자들에게는 크게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국민의 알권리'에 목숨거는 종이신문들로서는 가문의 영광인 특혜를, 자칭 1등신문인 조선이 아닌 동아에게 줬기 때문이지 않겠어요?
근데 사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명박이 정부가 조선일보를 (상대적으로) 푸대접하는 건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이동관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인수위 대변인을 거쳐 청와대 대변인으로 낙점했고, 김병관 전 동아일보 회장의 사촌인 김병국 코려대 교수를 외교안보수석에, 객원 논설위원 출신 곽승준 역시 코려대 교수를 국정기획수석에 임명하고, 전 논설위원 최시중씨는 국정원장에 앉힐까 방통위원장에 앉힐까 고민하고 있는데 비해서, 신재민 전 조선일보 부국장은 문광부 차관으로 유인촌 아래에 밀어넣는 정도의 떡고물 정도 밖에는 안주고 있거든요. (이 기사를 참조했는데 혹시 더 있나요?)
지난 5년간 동아일보가 노무현을 저주하고 명박이 똥꼬를 핥아 대는데 누구보다도 앞장선 것은 사실이지만, 완장차고 깃발단 홍위병마냥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티를 내서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기 십상이었던 동아일보보다는, 아주 은근하고 소름끼칠 정도로 교묘하게 사람들을 선동한 조선일보가 훨씬 더 공이 클 것 같은데 말이죠. 내가 보기에도 그런데 조선일보 입장에서는 얼마나 열불 터지는 일이겠습니까. 이빨에 발동 걸고 슬슬 씹어 돌리기 시작해야죠.
어쨌거나 동아일보는 자사 출신을 대거 청와대에 입성시키다보니 이성을 잃었는지, 정말 나가도 너무 나가고 있습니다. 인수위의 말도 안되는 아니 그 이전에 최소한의 법절차조차 무시하는 밀어 붙이기 식 정부조직 개편시도에 대해, 이를 저지하려는 노력을 모조리 '발목잡기'라며 싸잡아 매도할 거라는 건 진즉에 예상하던 바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사설에서처럼 노골적으로 독자들에게 총선 지침을 내리는 건 너무 심하지 않나요.
지금 손 대표는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는 식물정부가 되고, 경제 살리기도 물거품이 된다’는 점을 국민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정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게 한나라당 당보가 아니라, 정론지를 자처하는 신문의 사설에 실린 문구가 정말 맞는 건가요? 혹여라도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더라도(아니 멀쩡히 잘 굴러가는 경제를 왜 굳이 죽였다가 다시 땅파서 살리려고 하냐고요 글쎄) 절대 명박이 및 그 밑에서 한몫 잡고들 있는 동아일보 출신 인사들의 책임이 아니라, 몽조리 '발목잡은' 세력들 탓이라고 미리부터 일찌감치 못을 박아 놓는 군요. 이 글을 쓴 논설위원은 선배 논설위원들이 그동안 혀가 갈라지도록 명박이 똥꼬를 핥아 댄 끝에 결국 청와대에 입성하는 성은을 입은 사실에 크게 고무된 모양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빤쓰조차 벗어 던지고 달겨 들면 자신도 언젠가는... 하는 마음이겠지요.
조중동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안 망하나...모르겠습니다. ㅠㅠ
제발 좀 망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