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건물이 들어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건물의 모양이 휴대폰 형태를 닮았다고 했었는데... 지금보니 별로 안 그런것 같은데? 하여간 기업의 사업방향과 일치하는 건물 모양이라면 언뜻 의미 심장할 수도 있겠지. 마포대교 건널 즈음에 있는 어떤 건물은 건전지 모양으로 생겼더구먼. (전지 회사 건물이었는데 그 회사가 망하면서 소유권이 넘어간 걸로 알고 있다)
근데 내가 그 얘기를 하니 K는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그건 건축으로서의 가치는 많이 떨어질 거라고... 얘기인즉슨 건축물은 사람들에게 뭔가 상상력을 자극하고 영감을 불러 일으켜야 하는데, 너무 즉물적으로 단순한 메시지를 드러낸다면 비평가들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는 거다. 즉
"이 건축물의 시각적 의미는..."
"휴대폰 모양이군요."
"아 네."
- 끝.
이렇게 된다는 거지. 뭐 어차피 상업용 건물인데 비평까지 신경쓸게 뭐 있냐 싶지만, 우리 나라보다 건축에 대한 사회/경제/역사적 인식 내지 안목이 높은 나라들은 다 그런걸 신경 쓰는 모양이다. 내가 이 친구 졸업할 때 포트폴리오 만드는 과정을 지켜봤었는데, 내가 당시 받았던 느낌은 볼품없이 성냥갑 같은거 몇개 다닥다닥 붙여 놓고는 옆에 해설만 엄청 거창하게 했네, 라는 거였거든. 근데 그 포트폴리오를 들고 하버드 건축대학원에 장학금 받고 붙었으니, 과연 해석이 중요하긴 중요한 모양인게지. 예전에 미국에 출장 갔을때, 마침 그 주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죽었는데, 일주일 내내 TV에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특집을 틀어 주는 걸 보고 와 이 나라는 건축가를 상당히 존경하는구나, 생각했었다. (하긴 조지 해리슨이 죽었을 때도 그러긴 했는데... 아니 안나 니콜 스미스가 죽은 거에 대해서는 더더더더욱 난리지)
근데 갑자기 드는 생각은 한 10년 어쩌면 5년 후에는 휴대폰 모양이 지금의 그것과 굉장히 다를 것 같다. 아니 아예 휴대폰이라는 개념보다는 personal communication device로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뭔가 새로운 게 나올 것 같은데... 그때 가봐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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