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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20 이외수가 남긴 말 (4)

이외수가 남긴 말

Culture Club 2007/12/20 19:06 posted by

사실 어제 부로 이제 마음 추스리겠다는 포스팅을 했지만 그게 어디 쉽나요.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는 와중에도 문득문득 화가 치밀곤 했는데, 마음을 다스리러 찾아간 이외수 선생님의 홈에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더군요.

대선이 끝났습니다
환호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실망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다수의 선택이 반드시 정당하거나 지혜로운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다만 현실이라는 이름의 다리 위에서
역사라는 이름의 강물을 잠시 내려다 보고 있을 뿐입니다
강물은 언젠가 진보의 바다에 이르겠지요

저는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크게 비관하지는 않습니다
국민들의 선택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정치를 하시는 분들이 양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시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저는 변함없이 창작에 전념하면서
앞으로도 부정과 부패, 불의와 위선에 직면하면 서슴없이
서슬 푸른 비수를 날리는 작가로 여러분 곁에 남아 있겠습니다

역시 대인배십니다... 그리고 지금의 참담한 심정을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 건, 역시 작가만의 특권이겠죠?

잘 있거라
어두워지는 세속
빌어먹을
순수여
썩어 문드러진 사랑이여
과거에서 멎어 버린
광장의 시계탑
찢겨져 펄럭거리는
이념이여
녹슨 양심이여
플라스틱 꽃이여
텅 빈 머리 속에
마른 모래만 서걱거리는
젊음
위선의 빵덩어리에
버터처럼
번들거리는 지성이여
벙어리 목탁이여
타락한 십자가여
이제 한 해는 저물고
나는
쓸쓸히
원고지 속으로 들어간다
잘 있거라



갑자기 생각난 얘긴데 대학 시절에 내가 이외수 선생의 책을 읽고 있었더니 아버지가 옛날 얘기를 해 주시더군요. 이외수 선생이 잠깐 강원일보에 근무하던 시절 아버지도 그 회사 광고기획 부서에 계셨었거든요. 뭐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눠본 사이는 아니지만 하여간에 전혀 씻지를 않아서 지나갈 때마다 지독한 냄새 때문에 같은 건물에서 일하기가 짜증이 날 지경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놀랄 만큼 예쁜 여자들이 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귀찮다는 그를 택시 태워서 어딘가로 데려 가고는 하는 등, 하여간 여자들이 줄줄이 따라서 신기해 하셨었다고 하시더군요.

이외수 선생님 홈페이지에 보면 작가 김성동 님이 적은 글에 "발만이 아니라 그는 세수도 양치도 하지 않는데, 이상한 것은 조금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분명히 그가 획득한 어떤 '경지'일 것이며,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가 일부러 그런 기행(奇行)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발을 씻는 따위의 일상적 행위를 잊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라고 적혀 있던데, 이 분은 이외수 선생이 너무 좋아서 냄새 따위의 일상적 감각은 잊어버리고 있었거나, 아니면 강원일보 시절의 이외수 선생은 아직 그정도의 어떤 '경지'에 다다르기 전이었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앞으로, 정치관련 포스팅은 줄여 나갈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 글도 문화 관련 카테고리에 넣었어요. 문인에 관련된 글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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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ed by Sol at 2007/12/21 00:00

    정치적인 글이어도 좋습니다.^^

  2. Commented by BlogIcon 빨간여우 at 2007/12/21 10:50

    이외수님이 제가 하고싶은 말을 다해주셨네요.
    이제는 일상으로 하지만 열정은 계속 품고 있어야 겠습니다.

    이외수님이 그당시 미인들과 많이 만나셨다더니 정말이었군요. 저도 오늘부터 안 씻고 다녀보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