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이자 전공인 미학/철학/논리학 보다는 온라인/오프라인 논객으로 더 잘 알려진 진중권 교수가, 최근 프레시안에 열심히 기고를 하면서 특유의 최강 이빨로 돌대가리 2Mb 정권을 잘근 잘근 씹어주고 계신다. 읽다 보면 정말 글전체/문단/문장의 구성이라든지, 세련되면서도 자극적인 단어 및 어구의 사용이라든지, 읽고 난 뒤의 서늘한 청량감이라든지, 사안을 빠짐없이 다루는 치밀함이라든지, 정말 나같은 일개 블로거가 욱해서 써 갈기는 포스팅과는 차원이 다른 공력 및 필담을 과시하고 있다.
물론 많이들 읽어 보셨겠지만 혹 내 블로그를 찾는 분들 중에서 놓치신 분들이 계실까봐 허락도 안 받고 전재를 한다. 이런 고수가 2Mb를 신나게 씹고 있으니 나같은 범부는 더 이상의 정치 관련 포스팅을 삼가고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생업에 매진하는 한편 틈틈이 음악이나 IT에 관한 포스팅이나 해야겠다...싶기는 한데 어떨지 모르겠군요.
악몽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
[기고] '2MB 솔루션', 이건 호러물이다
2008-02-29 오전 1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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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천박함
"군 복무를 영광으로 알고, 군복을 입고 다니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게 만들겠습니다." 어떻게? MB 정권의 솔루션 = 장관 후보자들의 병역면제율을 일반인의 여섯 배로 올려놓을 것. 이래놓고서 군 복무를 영광으로 아는 사회를 만들겠단다. 군대 안 가야 장관될 확률이 여섯 배로 높아지는 사회에서 도대체 어느 '볍진'이 군복무를 영광으로 알겠는가?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선진일류국가의 바탕"이란다. 선진일류국가의 바탕을 만들기 위한 MB 정권의 솔루션 = 장관 후보자들 평균재산 40억. 집 3.6채에 부동산 4건. 위장전입. 불법농지취득. 탈세와 탈루. 이중국적. 이런 분들 데리고 선진일류국가 만들겠단다. 대통령 자리가 앉아서 이런 실없는 농담이나 늘어놓을 자린가?
그들의 '선진'은 과연 놀라웠다. 그 다채로운 재테크의 기법을 보라. 괜히 잘 사는 게 아니다. 저들이 자랑하는 '실용'을 보라. 출범도 하기 전에 벌써 세 명이 날아갔다. 실용=부도덕, 선진=재테크. 이것이 MB 방정식이다. 그 면면을 보라. 얼마나 천박하고 교양이 없는가. 전여옥 의원님, 이번엔 대통령 제대로 뽑은 건가요? 보니까 다들 대학(고대)은 나왔던데….
내각인가, 봉숭아학당인가
강남 오렌지족의 부모가 "아륀지~"라고 혀 꼬부라진 소리를 할 때, 우리는 아직 웃을 수 있다. "남편이 선물로 오피스텔을 사줬다"는 소리에 박장대소를 하고, "자연을 사랑했노라"는 시심에 포복절도를 할 수가 있다. 거기에 "공직자에게는 거짓말하는 능력도 필요하다"는 어느 또라이의 썰렁한 논설에 우리는 아직 유쾌하게 뒤집어질 수가 있다.
도덕성 포기하고 '능력'으로만 뽑았다더니, 노동부 장관 후보는 노동 현안을 잘 모른다고 하고, 복지부 장관 후보는 복지부 현안을 잘 모른다고 한다. 나름대로 탁월한 개그 컨셉이나, 워낙 다른 후보들이 크게 웃기는 바람에 빛이 바래 버린 느낌이다. 어찌 이 따위를 "통일은 없다"는 책을 쓴 사람을 통일부 장관에 앉히려 했던 개그에 비할 수 있겠는가.
대운하 전도사라는 분이 미국에서 받아왔다는 박사논문이 목회신학에 관한 것이었다는 말을 들으니, "아하, 그래서 대운하의 '전도사'님이시구나" 고개가 끄덕여지다가, 미국에서 받았다는 그분의 논문이 한글로 되어 있다는 말을 들으니, 어쩐지 현정권의 영어정책과 안 맞는 것 같아 고개가 갸우뚱해지기도 하고. 이렇게 저절로 목 운동이 되니 건강에는 좋은 것 같다.
국밥 할매 쇼
그들이 1억 원과 2억 원짜리 골프회원권을 "싸구려"라고 말할 때, 우리의 입가에선 웃음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1, 2억 원이 '싸구려'로 보이는 분을 장관으로 올려놓은 채, 대통령은 값 100원이라도 서민에게는 부담이 된다고 호들갑을 떤다. 자신의 1, 2억도 '싸구려'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민의 100원을 '부담'이라 불러줄 때, 우리는 감동을 해야 하나? 아니면 분노를 해야 하나?
그래, 국밥 먹는 연기는 유인촌보다 나았다. 그래서 라면 값 100원을 깎아준다 하자. 무슨 수로? 농심에 가격 인상 못하게 압력을 넣을까? 그게 무슨 시장 친화적 정책인가. 사회주의 빨갱이 정책이지. 그럼 정부에서 보조해줄까? 그게 생산적 복지냐? 국민 게으르게 만드는 소모적 낭비지. 아, 국민성금 모으면 되지 않을까?
하루에 라면 10개를 먹으면 그게 벌써 1000원이란다. 그래서 한 달이면 3만 원이란다. 5인 가족이 한 달 내내 점심, 저녁으로 라면만 먹으라는 얘긴지. 그래, 서민 가구당 한 달에 3만원씩 라면 값 보조해 준다고 하자. 영어 사교육 시장, 이미 후끈 달아올랐는데, 서민들의 자식은 저 돈 많은 사람들의 자식들과 무슨 수로 그 잘난 '경쟁'이라는 것을 해 보나?
민방공 훈련
"애애애애~~~앵. 국민 여러분, 공습경보가 발령됐습니다. 모두 안전한 방공호로 대피해 주십시오." 지난 정권 내내 저들은 공습경보를 발령했었다. 이른바 노무현 정권의 폭격기가 국민들 머리 위에 세금 폭탄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종부세 해당자는 겨우 국민의 2%. 그런데 나머지 98%는 뭐 하러 방공호로 기어 들어가는가? 곧 공습경보가 해제될 거라고 한다. 이제 행복한가?
2억에 산 집이 10억이 됐다. 일 하지 않고 번 돈이 무려 8억이다. 거기서 몇 천 만 원 세금 내는 게 그렇게도 아까울까? 세금 내기 싫으면, 집을 팔고 이사를 가면 될 일이다. 그 돈이면 다른 지역에 큰 집을 사고도, 평생 일 안 하고도 먹고 살 돈이 남겠다. 이렇게 팔자 좋은 분들의 처지가 그렇게 안타까워서 몇 천 만원씩 깎아주면서, 서민에게는 라면 값 100원으로 생색내겠다? 서민이 거지냐?
이건 간단한 산수 문제다. 누군가 그저 집을 사고파는 것만으로 5억을 벌었다 하자. 그 5억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누군가 쌩 노동으로 메워야 하는 것이다. 즉 내각에 계신 저 분들이 쳐드신 그 돈은 결국 당신과, 당신 자식들이 대대로 갚아야 한다. 세금 없애 집값이 오르면, 제 집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쌩 고생을 해야 한다. 자, 라면 값 깎아주셔서 성은이 망극한가?
럭키 호러 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신문사 경력이 전부란다. 방송통신위원장 직무와 관련하여 그가 인정받은 유일한 능력은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것뿐.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대통령 직속으로 두겠다는 발상을 했던 분이니, 앞으로 대통령 최측근이 막강한 권력을 가진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 앉으면 이 나라 방송이 어떻게 될까? "뚜뚜뚜 땡, 이명박 대통령은…"
이게 결코 수사적 과장이 아니라는 것은 지금 낯 뜨거운 정권찬양으로 가득 찬 <동아일보> 지면을 보면 알 수 있을 게다. 벌써 정권의 코드에 맞추기 시작한 검찰과 경찰은 보안법 내세워 사람들 구속시키고, 대통령 정무수석이 될 분은 "5공이 민주주의가 자랄 토양을 마련했다"는 전두환의 얘기를 들으러 버젓이 5공 잔당들의 모임을 찾아다닌다. 정말로 그들이 돌아온 모양이다.
MB야 탁자를 원탁으로 교체하고 단상에 일반인을 앉히는 이벤트를 연출하기 여념 없으나, 대중은 정권 교체 후에 이미 어떤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인터넷에 들어가니 "잡혀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물론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없었던 일이다. 어느 신문에 보낸 칼럼 원고는 어떻게 된 일인지 두 주가 넘도록 아직 소식이 없다.
호러는 시장에서
한국노총에서는 정권과 밀월을 자랑하고, 그 중의 일부는 정계로 들어갈 달콤한 꿈을 꾸는 모양이다. 그 사이에 MB가 노사화합 기업이라 극찬한 GM 대우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강에서 시위를 하다가 경찰의 진압에 밀려 한 겨울에 차가운 강물로 떨어지고 있다. 그건 남의 일이라고? 조금만 기다려라. 머잖아 바로 너의 일, 네 가족의 일이 될 테니까.
나만은 무사할 거라고? 글쎄, 비정규직이 노동인구의 절반을 넘어가는 판에, 앞으로 자기만 무사할 거라고 믿는 게 얼마나 합리적 계산일까? 노무현 정권은 이렇게 만들어 놓고 미안한 척이라도 했다. 하지만 MB 정권에서는 제스처조차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그들의 철학이요, 신념이요,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최소한의 제동마저도 풀렸다. 고속질주하면 신날 것 같은가?
옛날이야기를 하나 해 보자. 로마의 갤리선에 장군이 올라탔다. 노를 젓는 노예들을 향해 장군이 외친다. "너희에게 좋은 소식 하나와 나쁜 소식 하나가 있다. 어느 것부터 듣고 싶은가?" 당연히 좋은 소식. "총독께서 오늘 점심에 너희를 배불리 먹고 마시게 해주시겠단다." 와, 환호성. "이어서 나쁜 소식. 점심 식사 후 총독께서 수상 스키를 즐기시겠단다."
마지막 방어선
영어 사교육 광풍은 이미 시작됐다. 다 같이 걷다가도 하나가 뛰기 시작하면 다 같이 뛰어야 하는 게 '경쟁'의 본질. "우리 아이들, 우리 모두 잘 키우자"가 아니라, "다른 아이들 제치고 내 아이만 잘 키우자"는 것이 개개의 부모들의 심리. (이토록 이기적인 사람들이 '애국'이라는 말 한 마디에 집단 속에 하나가 되는 습성을 가진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어차피 막을 수는 없을 게다.
비정규직 확산도 막을 길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자기는 비정규직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도, 조국의 경제 성장을 위해 남들은 모조리 비정규직이 되어도 좋다는 게 개개의 시민들의 생각이 아닌가. 이것은 논리적 불가능이다. 게다가 이를 저지해야 할 진보정당은 존재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우리가 뭘 잘못 생각한 걸까?
하나 남은 것은 의료보험이다. 앞으로 보험증 들고 갈 수 있는 병원의 수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 정권 5년 끝난 다음에, 우리는 보험증 들고 아직 몇 개의 병원에 갈 수 있을까? 아니, 그런 병원이 아직 남아 있기는 할까? 의사들의 배 둘레 햄은 점점 두꺼워지고, 서민들의 허리는 점점 얇아질 텐데, 그러다가 마침내 허리가 끊어질 사람들은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나는 지난 대선 때에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이건 호러물이다.
진중권/중앙대 교수
2MB 내각 짜기
[기고] 도덕적이지는 못하나 유능하기는 한가?
2008-02-26 오후 6: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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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한 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의 면모가 흥미롭다. 병역면제율이 무려 38.5%, 일반 국민의 여섯 배에 달한다고 한다. 자녀들의 이중국적율은 21%, 그러니까 다섯 명 중의 하나는 한국의 국적을 포기했거나, 다른 나라 국적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재산은 평균이 39억, 일반국민의 열여섯 배에 달한다. 돈이 많다고 나무랄 일은 못 되나, 그들의 재산이란 것이 자연과 건축에 대한 남다른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게 찜찜하다. 1인당 주택 3.6채와 토지 4건.
사실 종합부동산세는 국민의 2%만 내는 세금이다. 하긴, 주택을 3.6채 정도 갖고 있으면, 과연 세금이 좀 나오긴 할 게다. 하지만 그 동안 오른 집값으로 인해 발생한 차익은 그 몇 푼 안 되는 세금에 비할 바가 못 될 것이다. 그런데도 조중동이라는 싸구려 스피커를 통해 "세금 폭탄" 운운하며 그것도 못 내겠다고 요란하게 사회적 소음을 일으킨 게 바로 이런 분들이다. 이제 출범한 MB 정권은 앞으로 이런 계층의 정서와 이익을 노골적으로 대변하게 될 것이다. 새 역사의 주인공들, 어떤 분들인지 면면을 살펴보자.
전쟁과 평화
먼저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 신문에 떠드는 것을 정리하는 데에도 한참이 걸린다. 헌정파괴 국보위에 참여한 경력이 있고, 투기차익 은폐하여 공직자 윤리법 위반, 거기에 편법증여에 부인의 위장전입. 그리고 본인 및 장남의 병역특혜, 거기에 장남은 군 복무 중 해외 골프 여행. 전 세계에서 복무 중 해외 골프 여행 보내주는 '선진'적 군대는 아마 대한민국에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위장전입' 하나로 총리 후보의 목을 날리던 이들이 이 분을 어떻게 할지 지켜 볼 일이다.
이어서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 교육비 이중 공제 받은 게 4500만 원. 부인은 부동산 투기 의혹. "부부 교수로 25년 벌어서 재산이 그 정도면 양반"이란다. 아무리 양반이라도 그렇지, 글 읽는 선비의 재산이 어떻게 탐관오리 뺨치냐. 게다가 곧 한미 간에 전쟁이 벌어지며, 2007년에 남한이 무정부상태가 된다는 등의 극우망언. 아무리 생각해도 정신상태가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극우반공주의자가 통일부 장관이란다. 차라리 반달곰 이근안을 국가인권위원장 삼아라.
이상희 국방부 장관 후보. 이 분은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하여 평택에서 시위가 벌어졌을 때, "xx 분자" 진압해야 한다며 거기에 무장병력을 투입할 계획을 내놨다고 한다. 듣자 하니 옆에 있던 사람들이 듣기에도 끔찍해서 말렸다고 한다. 도대체 먹여줬지, 입혀줬지, 별 달아줬지, 도대체 뭐가 불만이기에 자기 먹여주고 입혀주는 국민의 가슴에 감히 총부리를 들이댈 생각을 하는가? 이런 발상이 가능한 인물의 손에 국가의 무력을 지휘할 권한을 쥐어준다? 간도 크다.
생태주의 내각?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 전국 곳곳에 부동산 투기를 한 사실을 지적하자, "남편이 기쁜 마음에 오피스텔을 선물했다"고 해명했다는 바로 그 분이다. 이 해프닝은 한국 남자들이 얼마나 센스가 없는지 보여준다. 도대체 반지나 목걸이도 아니고 아내에게 줄 선물로 오피스텔을 고르는 취향은 또 뭔가? 그냥 꽃이나 한 송이 선물했으면 얼마나 아름다웠겠는가? 하긴, 선물로 부동산을 받아야 감동하는 게 강남의 낭만이 아니던가. 꽃 한 송이보다는 길목 좋은 곳의 화훼단지를 통째로….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 김포의 농지를 불법취득 했다가 적발 당하자, 나는 그저 자연을 사랑했노라고 뿐이라고 읊었던 문학소녀. 그녀의 시심은 대지(大地)와 대지(垈地)를 구별하지 않는다. ("건축법에 의하면 '대지란 지적법에 의하여 각 필지로 구획된 토지'를 말한다고 되어 있으나, 하나의 건축물을 그 필지 이상에 걸쳐 건축할 때는 그 건축물이 건축되는 모든 필지의 최외곽선으로 구획된 토지를 대지라 하며, 대지 면적도 그 대지 경계선 내의 면적으로 한다." 출처: 네이버 사전) 이 분이 환경부 장관이 되면 전 국토를 사랑하게 될까 봐 걱정이다.
김성이 복지부 장관 후보. 전두환 정권이 '3청교육'이나, '정화운동'이니 하면서, 국민들을 빨아야 할 걸레 취급할 때, 그 섬섬옥수로 걸레를 깨끗이 빠는 방법에 관한 논문을 써서 전두환 대통령 각하로부터 표창까지 받으셨단다. 그 영광을 재현하고 싶었던 걸까? 다른 이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단다. 박미석 청와대 수석도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단다. 수박 겉핥듯이 잠깐 서핑해서 정리한 것이 이 정도. 도대체 이것도 내각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실용과 선진
그 동안 보수언론은 '도덕이냐, 능력이냐'라는 이분법을 내세워 잔머리를 굴려왔다. 쉽게 말해 '노무현 정권은 도덕성만 강조하느라 일을 못한 무능한 정권'이었다는 식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의 무능에서 자동적으로 자기들이 유능하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이다. '도덕적이지 못한 저 집단이 과연 유능이라도 한가?' 저들이 그토록 자랑하는 능력이라는 것은 혀 꼬인 '아륀지' 발음만큼 술 취한 듯한 인수위의 다채로운 닭짓을 통해 충분히 드러났다.
어떤 면에서 저들은 실제로 유능하다. 일반인들이 모르는 제 나름의 노하우가 있기에 땅도 사놓고, 위장전입도 하고, 세금 탈루도 하고, 병역도 면제 받는 게 아니겠는가? 바로 이것이 저들이 비록 도덕성은 없지만 능력은 있다고 자부하는 근거다. 우리는 잘 사는데, 너희들은 왜 못 사냐? 한 마디로 우리 강부자들을 따라 배우면 온 국민이 잘 살 수 있다, 이게 저들이 생각하는 '선진'이다. 그러려면 부도덕한 고소영이라도 부자라면 데려다 써야 한다, 이게 저들이 말하는 '실용'이다.
'실용'과 '선진'이라는 게 뭔지 알고 싶은가? 그럼 그 두 원칙으로 뽑은 인물들을 보라. 더 황당한 것은, 저게 그래도 나름대로 엄선해서 내놓은 멤버들이라는 사실이다. 고르고 고른 게 이 정도니, 그 성긴 체에 걸려 간택 받지 못한 들의 상태는 어떻겠는가? 기껏 고르고 골라서 5공 올드보이에 IMF 리사이클링이라면, 이건 인력 '풀'이 아니라 꿀꿀이 '죽'이라 하는 게 났겠다. 제 말이 얼마나 웃기는지도 모르는 바보들은 그 위에 데코레이션으로 얹은 도토리쯤 되고….
진중권/중앙대 교수
(글을 옮기고 있던 중에 프레시안에 들어가 보니 방금 전에 올라온 따끈따끈한 진중권의 글이 또 있어서 이 역시 옮긴다. )
삼일절, 친일절 되다
[진중권 칼럼] 김경준한테 사기 당한 것보다 더 멍청한 일
2008-03-02 오후 2: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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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루도 조용하게 넘어가는 날이 없을까? 뉴스 보고 한심해서 한 마디 해야겠다. MB가 사고를 쳤다. 대통령이 되어 처음 맞는 삼일절에 한다는 소리가 겨우 일본의 과거사를 묻지 않겠다는 얘기. '역사의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되지만'이라 단서를 달았지만, 그 단서는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말로 가볍게 부정된다. 그 메시지가 뭘 의미하는지는 용량이 2MB만 되어도 알 것이다.
반성이 발목을 잡는다?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두 나라가 함께 미래로 나아가자.' 이것은 역대 정권의 공식적 입장이었다. 따라서 이번 삼일절 담화가 이런 것을 의미했다면, 별로 특별한 게 못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담화는 분명히 과거와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고, 또 그렇게 보도가 되고 있다. 그 다른 점이란 뭘까? 그것은 결국 '역사의 진실을 묻는 것보다 미래로 나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어법을 이해할 수가 없다. 미래로 나아가려면 과거사를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겠다면, 그것은 함께 미래로 나아가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게 제대로 된 어법 아닌가? 반성은 미래를 위해서 하는 것.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퇴행이 아닌가. 그런데 MB 사전은 다르다. 그의 사전(私典)에 따르면, 외려 과거사를 반성하라는 게 과거에 얽매여 미래의 발목을 잡는 짓이란다.
작년이던가? 미국 의회에서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캐나다 의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유럽 연합 역시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발뺌하는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비판한다. 그럼 북미와 유럽은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나아가지 않으려고 저러는 걸까? 다른 나라 의회에서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하는 마당에, 한국에선 대통령이라는 이가, 그것도 삼일절에, 버젓이 저런 발언을 한다.
'과거사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자.' 어디서 많이 듣던 것 소리 아닌가? 맞다, 과거사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늘 일본총리들이 하던 얘기다. 그들은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과거를 죄악으로 반성하는 게 아니라 영광으로 기억하려 한다. 이게 MB가 말하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다. 기껏 대통령 시켜놓았더니, 자기가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대일본국 총리인지 헷갈리는 모양이다.
이게 실용인가?
일본이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으려면, 과거를 분명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상식이다. 역사교과서 왜곡을 앞세운 일본의 우경화는 주변국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세계와 공조하여 일본의 우경화를 막는 게 한국외교의 전략적 목표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MB는 지금 일본에 기대하지도 않았던 선물을 안겨버렸다. 대통령이 한 말이니 뒤집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어느 멍청한 신문에서는 벌써 한국이 일본에 선물을 주었으니 일본도 무역역조를 해결하는 데에 성의를 보이라고 썰렁한 주문을 한다. 반성의 의무를 면해줬다고 일본이 우리한테 뭘 줄까? 반성의 요구를 포기했다고 일본에서 나랏돈 풀어 김을 더 사겠는가? 굴을 더 사겠는가? 도대체 무슨 실익을 얻는단 말인지. 게다가 선조의 고통이라는 게 어디 돈 몇 푼에 팔아먹을 고물인가?
일본을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가 없다. 불행히도 일본우익은 한국우익처럼 멍청하지가 않다. 무력을 동원하지 않는 한 가져갈 수 없는데도 독도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두고두고 우리를 괴롭히는 게 그들의 외교다. 설사 독도를 못 가져가도, 그것을 카드로 다른 것을 따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저들은 부당한 요구도 집요하게 해대는데, 대한민국은 정당한 요구도 그냥 포기해 버린다.
오사카에서 자기 탄생비 세워준다니 화답이라도 하자는 건가? 아무리 대통령이다 하더라도, 국민들이 그런 발언까지 할 권한까지 준 것은 아니다. 누가 그에게 선조에게 고통을 모욕할 권리를 줬을까. 자기 임기야 5년으로 끝나지만, 한일관계는 그 후로도 계속될 문제.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그것에 대한 요구는 한일 두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실용'이라는 말의 용법
일단 과거사는 돈 몇 푼 걸고 흥정할 그런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 두자. 설사 실용적 관점에서 본다 해도, 우리는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어느 나라 외교가 그토록 중요한 협상카드를 스스로 버린단 말인가? 일본의 외교를 보라. 36년 간 동안 저지른 거대한 만행에 비하면 그저 에피소드에 불과한 북한의 자국민 납치 문제를, 얼마나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던가.
그가 좋아하는 '실용'이라는 말의 어법은 이미 장관 인선과정을 통해 드러났다. 그것은 '공직에 도덕성은 필요 없다.'는 뜻이다. 그 말은 땅 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온갖 부덕한 방법으로 살아온 인생들을 변명하는 낱말이었다. 그 앞에 붙인 '일만 잘하면'이라는 표현은 그저 조건문, 한 마디로 입증되지 않은 사실의 가정법일 뿐이다. 일 잘 한다는 사람들이 제 집 하나 못 짓는 것을 보라.
'실용'이라는 말로써 그는 일본의 부도덕까지 변명해준다. 경제적 실익만 준다면, 일본의 도덕성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얘기. 여기서도 '경제적 실익만 준다면'이라는 표현은 그저 조건문, 한 마디로 기약 없는 약속의 가정법일 뿐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게 이명박 정권의 외교식성인 모양이다. 상대가 누군가? 외교 스타일 더럽기로 소문난 일본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게 통할까?
삼일절 담화는 김경준한테 사기 당한 것보다 더 멍청한 일이다. 그저 쓸 데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국익을 해치는 발언이다. 다른 날도 아니고 하필 삼일절을 택해 그런 발언을 한 데서 어떤 조급증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국민에게 약속한 7%의 고도성장을 달성하는 데에 어떤 식으로든 일본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대한항공 747기, 일본 관제탑에 비상급유 요청. '과거는 묻지 않겠다. 연료만 넣어 달라. 로저.'
한일 우익동맹
사과를 면해주면 일본이 뭘 해줄까? 일본으로서는 이미 얻을 것을 얻었다. 그러니 따로 뭘 줄 이유도 없다. 사과를 면해준 게 고마워 박정희 시절처럼 원조라도 해준단 말인가? MB는 이런 것을 '실용'이라 부른다. 설사 그것으로 실용적 이득을 본다 해도 문제다. 일본이 바보가 아니라면, 그들이 베풀어줄 이익이란 과자 값 수준을 넘지 못할 게다. 근데 대한민국이 일본에 빌어먹는 거지냐?
이건 경제적 '실익'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정치적 '이념'의 문제다. 한 마디로, 일한 동맹으로 북한을 고립시킨다는 냉전적 사고의 화석이다. 남북문제는 민족문제만이 아니라 국제문제라고 한 발언은, 한 마디로 남북관계보다 일한관계를 앞세우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바로 그것이 또한 일본우익의 바람이고 염원이라는 것이다.
제 발로 걸어와서 제 민족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는 나라가 있다. 일본의 입장에선 얼마나 흐뭇하겠는가? 그런 것을 바로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이라 부른다. 미국과 중국이야 남북한과 특수한 관계에 있어서 그런다 치고, 도대체 남북문제를 논하는 책상에 왜 일본을 앉혀야 할까? 그 이유를 모르겠다. 이건 실용이 아니라 냉전의 '이념'이며, 과거의 '관성'이다.
국민의 지지를 못 받는 독재정권은 미일의 지지를 받아야 했다. 그 대가로 한반도에서 두 나라의 이권을 보장 해주었다. 명색이 우익이라는 자들이 제 나라 국익조차 못 챙겼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지금이라고 다른가? 집권하자마자 일본의 국익부터 챙긴다. 북한을 향해선 미국 매파보다 한 술 더 뜬다. MB정권이 북핵 해결 없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은 없다고 외칠 때, 뉴욕 필은 버젓이 평양에서 연주를 한다. 코미디가 아닌가?
뉴라이트 역사관
이번 담화의 바탕에 어떤 이념적 맥락이 느껴진다. 매우 추상적이고 애매하게 표현되어 있지만, 그 담화에는 MB의 당선에 기여한 뉴라이트 측의 역사인식이 일정하게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얼마 전 뉴라이트가 일으켰던 역사교과서 파동을 생각해 보라. 그들은 일본군 위안부가 실재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식민지배가 조선의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이 역시 한국우익의 형님이신 일본우익의 논리다.
이런 맥락에서 계속 신경에 거슬리는 게 담화 속에 든 "밝은 면"이라는 표현이다. 물론 지난 정권에서 했던 과거사 청산작업을 비판하는 구절로, 한 마디로 과거에 친일과 독재를 했던 이들에게서 밝은 면도 좀 보자는 얘기다. 그런데 이게 몇 문장 뒤에서 바로 한일관계에 관한 언급으로 이어지면서 개운치 못한 고약한 뒷맛을 남긴다. 혹시 근세 한일관계에서도 '밝은 면'이 있었단 얘길 하고 싶었던 걸까?
예년과 현저히 달라진 이번 담화. 거기에는 일정하게 일본우익과 한국 뉴라이트가 공유하는 역사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 이루어졌던 역사 바로 세우기를 보며 그 동안 쌓여갔던 우익세력의 이념적 불만. 한국역사에 대한 그들의 이념적 반격이 '실용'이라는 간판으로 위장한 채 조용히 시작된 것이다.
(뉴라이트가 왜곡으로 점철된 역사교과서를 만들었던 것은 그저 사적 취향의 발로가 아니라, 앞으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그것을 가르치겠다는 공적 제안이었다. 현 정권에서 이들이 이념적 사제의 역할을 하는 이상,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의 이념을 공적으로 관철시키려 들 것이다. 이는 물론 '실용'도 아니고 '선진'도 아니고, '후진'적 이념의 노출, 즉 정치포르노일 뿐이다.)
아무리 우익이라도 그 동안 민족 문제는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독재자 전두환, 노태우도 못 했던 일을 MB는 취임 며칠 만에 전격적으로 해치워 버렸다. '실용'이라는 마법의 주문 덕분이다. 불도저는 역시 업적도 빨리 세운다. 삼일절을 졸지에 친일절로 바꿔놓은 것. 2MB 정권의 첫 업적 되겠다.
진중권/중앙대 교수






대북정책에도 실용! 경제정책에도 실용! 복지 정책에도 실용! 역사 인식에서도 실용!
과연 얼마나 실용적일지 지켜 봅시다.
땅투기(투자?)에도 실용, 탈세에도 실용, 이유없이 군면제도 실용, 이중국적 취득도 실용... 문제는 대한민국 1%만을 위한 실용이고 나머지 99%가 그 댓가를 치른다는 사실
진중권 교수가 요즘은 예전 '니 무덤에 침을 뱉으마'시절의 필력을 회복한거 같아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글로만 쓸게 아니라 100분 토론 함 나가서 제대로 실력 발휘해야 할텐데..
뭐 필력이 그동안 딸렸던 것은 아닌 것 같고 계속 꾸준했는데, 다만 노무현 정부 시절 동안 집권개혁 세력이 지리멸렬 사분오열 하다보니 주의가 분산되어 왔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노빠/노까 황빠/황까 디워빠/디워까가 어지럽게 혼재돼서 치고박고 싸우는 형국이었으니까요. 이제는 땅박대마왕의 출현으로 전열이 정비되었으니,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는 사람들의 기를 원기옥으로 모아 제대로 공력을 발휘하지 않을까요...
안그래도 며칠 전에 "악몽은.." 글을 읽고 네 블로그에서 읽은 글 보다 훨씬 정리가 잘 되어있고 설득력이 있다고 느꼈었는데 너도 그렇게 생각했구나. :) 하지만 네 글도 꽤 포스가 있으니 계속 써주길 바란다.
난 앞으로 전공 분야 글만 쓴다니깐~
진중권씨 정말 싫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을 10배는 더 적나라하게 표현해서 글을 쓰다니
-_- ㅎㅎ
그러게나 말입니다 ㅎㅎ
정말 최강이네요. 읽어도 읽어도 생기는 이 청량감..ㅋㅋ
좀 표현이 강하긴 하지만 속은 시원해지죠 ^^;
제가 진중권 필력의 반만 가도 감사할거같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