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갖는 茶시간을 위하여 - 이병우

어제 오랜만에 과음을 했다. 일찍 시작해서 급히 먹고 빨리 파한 자리였던지라 침대에 쓰러진 시각은 그리 늦지 않았던 듯하고, 그래서 잠은 충분히 잔 모양. 아침에 전철을 탔더니 잠은 안오는데 머리 아프고 속 아프고.. 평상시에는 신문이나 책을 읽지만 오늘은 그냥 음악만 들으며 왔다.

내가 평상시에 주로 듣는 음악은 다소 자극적인 음악들이다.. 주로 그루브감 쫙쫙 올려 붙는 Disco/funk나 시원~하게 후려 주시는 메탈 음악, 카랑 카랑한 기타 인스트루멘탈 넘버 등등. 조용한 음악은 맥 빠져서 잘 안듣는 편이지만, 몸 상태가 영 후진 와중에 정신 사나운 음악들 듣자니 더 괴로워지기만 하더군. iPod의 잘 안듣던 곡들을 뒤져보니 다행히 예전에 이병우의 두번째 앨범 <혼자 갖는 茶시간을 위하여>를 통째로 넣어 뒀었네. 마침 비도 오고.. 자칫 꿀꿀할 수도 있던 아침 시간이 마침맞은 음악 덕에 조금이나마 편안해졌다.




고딩 때 처음 <어떤날>의 음악을 듣고 감동했던 이후로, 이 기타리스트의 음악을 가끔씩이나마 들은 지가 이제 20년 가까이 되는 고나. 이 앨범도 90년에 발표됐으니까 16년 전의 음악이다. 최근의 그의 음악은 예전에 비해 훨씬 세련되고, 정말 기타 음악이 다다를 수 있는 여러 정점 중의 하나에 점점 근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왕의 남자>, <괴물> 등 대박 영화들의 음악작업을 통해 영화음악가로서도 확실한 입지를 다진 듯 하고.. 하지만 그러면 그럴 수록, 약간은 투박한 듯 하면서도 정감 어린 초기의 음악들에 더욱 정이 가게 된다.

  이병우 - 흡수  이병우 연주
그룹 '어떤 날'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기타리스트 이병우의 8년만의 신보. 전작들에 비해 다채롭게 구사되는 연주와 한없이 온화한 멜로디가 멋진 조화를 이룬다. 모두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Posted by vincent

2006/11/15 16:43 2006/11/1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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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입명이 2007/04/04 18:12 # M/D Reply Permalink

    안녕하세요. :D
    기타 관련 블로그 글들 모아서 한대로 묶고 있는데요. http://cafe.allblog.net/guitar 주소입니다. 확인해주시고 가입부탁드려요. 블로거 분들 모아서 많은 데이터베이스 만들고 싶네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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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노의 콘서트엘 갔(었)다



(2006.6.16자로 싸이에 올렸던 글)

지난 연휴 때 어린이 대공원 내 DOM 아트홀에서 했던 Nuno Bettencourt의 공연엘 다녀 왔다.

누노의 음악을 처음 들은 건, 아마 90년대 초 어느 비오는 저녁 대전 시내에서였을 거다. 혼자 길을 걷다가 자그마한 레코드 가게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잔잔한 노래에 꽂혀서는 곡이 끝날 때까지 듣고 서있다가, 가게에 들어가 금방 틀었던 노래 들어 있는 CD 주세요 해서 사갖고 온 거였다. (그렇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그런 낭만이 있었다...^^) 그때 내가 들었던 노래 "More Than Words"는 곧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면서 Extreme이라는 밴드와 Nuno Bettencourt(이름이 좀 특이한데 알고보니 포르투갈 출신이더군)라는 guitarist를 전세계에 알렸는데...문제는, 이 band와 guitarist의 진가는 이런 말랑말랑한 발라드와는 영 거리가 있더라는 거다. "More Than Words"가 들어 있는 앨범 "Pornografiti"는 제목부터가 좀 심상치 않은데다 자켓 디자인부터 전체를 아우르는 컨셉까지, 꽤나 과격한 메탈 사운드를 들려준다. 말하자면 Rock에 관심없는 사람이 "More Than Words" 하나만 보고 판을 샀다가는 첫 트랙부터 질겁을 하게 되는, 그런 앨범이다. 그래선지 그때 아저씨는 나에게 "Portnografiti" 앨범이 아닌 정체불명의 compilation album을 줬었고, 덕분에 나중에 다시 "Pornografiti" 앨범을 따로 사야만 했다. (Complilation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새 mp3 때문에 음반 산업이 망하고 어쩌고 하지만 사실 음반 산업이 내리막길 걷기 시작한 건 무분별하게 찍어댄 compilation album에서 부터라는게 내 지론이다. 그때 compilation 음반 때문에 음악계가 죽어간다는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비자가 원하는데 어쩌냐"를 강변하던 음반 제작자들이 이제 와서 mp3 때문에 음악계가 죽어간다고 볼멘 소리 하는게 영 가증스럽기만 하다)

얘기가 좀 딴데로 샜는데 어쨌거나, 누노가 이 앨범에서 들려준 16 beat의 funky한 riff(메탈음악의 반주에 기타가 저음으로 코드를 연주하는 것)들은 담박에 전세계 기타 키드들을 뻑가게 만들었고(그 이전에는 Judas Priest나 Ozzy Osbourne 류의 8 beat riff가 주류), 잉위 맘스틴/폴 길버트 이후 속주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한 기타 테크니션들의 시야를 다시 "메탈은 역시 맛깔나는 riff야..."로 돌리게 했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수록곡 중 "Suzie(wants her all day what?)"의 도입부 riff가, 새파란 신인이던 이정재가 크런킨가...하는 초코렛 선전에서 "여자? 그런건 모른다. 좋아하는 건 기타와 오토바이 그리고 크런키!" 뭐 이시따우 대사를 읇조리며 기타를 치는 시늉을 할 때 뒤에 깔려서 제법 인기를 끌었었다.(당시만 해도 이정재가 완전 뉴 페이스였기 때문에, 그가 진짜 기타리스트이고 실제로 기타를 치는 거라고 믿는 애들이 많았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Guitar Player/Young Guitar 등의 기타 전문지에서 2년 연속 올해의 기타리스트로 뽑히는 등(이게 쉬운게 아니다) 승승 장구하던 Nuno는 이후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결국 이 앨범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세를 걷더니 밴드도 해체하고, 이후 조용히 자기 이름의 밴드 활동을 하면서 대중들 뿐 아니라 많은 guitar fan들로부터도 잊혀져 가는 듯한 길을 걸어 왔었다. Nuno에 대해서는, 뭔가 대가가 되기 일보 직전에 멈춰선듯한, 그런 아쉬움이 항상 남는다. 조금만 더 자신의 색깔을 찾고 그걸 부각시킬 수 있었으면 Paul Gilbert나 Steve Vai 혹은 Joe Satriani에 못지 않는 rock guitar의 maestro가 될 수도 있었고, 처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당시에는 다들 그럴 거라 기대를 했는데 말이지. 이유가 뭘까? (Nuno의 골수 fan들이라면 내가 Nuno를 저들보다 한 등급 아래로 놓는데 대해 발끈할지도 모르겠군...)

어쨌거나 사실 Nuno가 최근 결성한 "Population1"은 band tour를 하기엔 지명도가 많이 떨어지지만, guitarist로서의 그의 명성은 아직 남아 있기에, 간단하게 clinic tour(유명한 기타리스트가 기타 하나 달랑 들고 다니면서, 사운드나 무대 장치 뭐 이런거 별로 신경 안쓰고 local band를 backup으로 해서 자기 테크닉 같은 거 보여주고 하는 공연 - 기타치는 사람들한테는 정식 concert보다 훨씬 재밌다)를 가끔 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이번에도 원래는 그런 계획이었는데, 한국에서만 유독 concert 형식으로 하기로 했다는군. 기획사가 아마 애를 많이 쓴 모양인데, 거기에 부응하듯 관객들의 반응이 엄청났었다. 첫곡부터 전원이 일어나서 길길이 들고 뛰는데...누노도 예상치 못한 열광적인 반응인 듯 관객들에게 고마와서 눈물이 날 지경이라는 얘기를 몇 번이나 했고, 원래 1시간 반 예정이던 콘서트는 앵콜이랑 중간 중간의 이벤트까지 해서 2시간 반이 훨씬 지나서야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 앵콜할 때는 관객들도 관객들이지만 누노 자신도 완전히 삘 받아서 연주했던 느낌.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클리닉으로 계획했던 걸 concert로 바꿔서인지, 음향도 개판이었고 진행도 매끄럽지 못하는 등 concert 자체로서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시간이 넘도록 미친 듯이 열광한 관객들이, 나를 포함해서, 이날 콘서트의 주인이었다, 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마 누노도 인정할 걸?

Posted by vincent

2006/10/27 13:16 2006/10/2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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