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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19 학제적 연구: 건축과 IT (4)

학제적 연구: 건축과 IT

BizTalk 2007/06/19 12:19 posted by

심심찮게 들르던 블로그에 윤송이 박사가 국내에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MIT MediaLab 출신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포스팅이 있어서 나도 한꼭지. 뭐 원글 밑에 달린 답글들에 이런 저런 내용이 올라와 있어서 여기에 대해서는 뭐 딱히 할 말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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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에 보스턴에서 건축사로 일하고 있는 K랑 통화를 하다가 이런 저런 얘기 중에 니그로폰테 교수 얘기가 나왔는데, 하버드에서 공부할 때 옆 학교인 MIT에서 하는 니그로폰테 교수의 특강도 가끔 들으러 다녔다는 그가 내가 잘못 알고 있는 두가지를 지적하기를

1. 니그로폰테 교수는 더 이상 MIT 교수가 아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몇차례 소개된 바 있는 One Laptop Per Children (OLPC) 운동에 전념하느라 MIT에서의 직함은 모두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2. 니그로폰테는 전산과 교수가 아니라 건축과 교수다. 학위도 건축으로 받은 거지 전산학으로 받은 것이 아니다.

...라고 하더군.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는 가장 친하다는 친구랑 기껏 일년에 서너번 통화하면서 나누는 얘기가 뭐 그러냐고 핀잔을 줬었다) 1번은 사실 K가 잘못 알고 있던 건데, 지금 확인해 보니 니그로폰테 교수는 MediaLab에서 완전히 손을 뗀거지 MIT 교수직을 사임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하긴 교수직이야 tenure를 받았을 테니 강의야 뭐 이렇게 저렇게 해서 안 맡으면 되고 굳이 사임할 필요야 전혀 없는 거지. 약간 놀랐던 건 2번인데, IT 계의 최고의 스타 중 한 사람이 사실은 건축과 교수라니... 수학과 출신 중에는 그런 사람이 많고 이건 뭐 IT 계에서도 당연시 하는 거지만 건축과는 좀 다르지 않나...? 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런 사람이 제법 많다.

가장 대표적인 사람은 현대 소프트웨어 개발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패턴 프로그래밍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Christopher Alexander. 이 양반은 켐브리지 대학에서 화학으로 학사, 수학으로 석사, 하버드에서 건축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MIT에서 computer science, transportation theory를 공부하고 다시 하버드에서 인지론(Cognition)을 공부했다고 하네. 저 유명한(물론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만) 고전인 "A pattern language"는 그가 버클리대 건축과 교수일때 쓴 책(1977)이다. 이 정도면 정말 르네상스적인 인물 아닌가.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저 정도로 어떤 기존의 이론이나 상식 등을 송두리째 뒤엎는 파괴력을 지닌 연구를 해내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한가지 학문만 공부해서는 부족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한가지 학문만 계속해서야 그 학문에 매몰되어 새로운 생각을 못할 수도 있으니까.

요새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Don't think of an elephant"라는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2004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의 충격적인 패배 이후 진보 정치 세력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는 이 책을 쓴 조지 레이코프는, 저명한 언어학자(촘스키의 제자였는데 그의 이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론을 펴서 큰 논쟁을 벌였다고 하네)면서 버클리에서 인지과학을 가르치고 있고, 같은 학교의 국제컴퓨터과학연구소(International Computer Science Institute) 소장이라고 한다. (...라고 책에 써 있는데 ICSI 홈페이지에 가보면 그런 말은 없다. 책이 잘못 적은 것이거나 전에 소장직을 맡았다가 지금은 물러난 것일 수도) 언어학자가 컴퓨터과학연구소 소장이면서 매우 파괴력/영향력을 발휘한 정치 가이드북을 내다니, 흠흠.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문제는 말[언어]이다." 유권자들의 세계를 보는 프레임과 정치적 입장, 투표 성향에까지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언어의 문제에 주목하여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 전략을 제시한 책이다. 언어학과 정치학을 결합한 관점에서 보수 진영의 프레임을 공격하지 말고 그 프레임 자체를 재구성해버리라는 혁신적인 제안으로 한국 정치 환경에도 강력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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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ed by 유디트 at 2007/06/19 13:05

    작년늦여름에 사놓은 책을 다시 읽어보려고 꺼내 놓았더니만...거기에 가있었군요.
    어느분야의 대가가 되면 다른분야에 살짝 발가락만 얹어놓아도 놀라울만한 연구를 내놓더군요. 생각해보면 그 분야의 대가가 되기위해 내내 추구해온 이상 혹은 철학이 있을테고 그러다보니 새로운 도구로서의 학문을 얼마든지 먹어치울 수 있게 되지 않을까..생각이 되네요.

    우리에게도 철학과 역사관이 있는 지도자가 있다면 니그로폰테나 레이코프를 놀라워하지 않았을텐데..하는 아쉬움도 들구요.

  2. Commented by BlogIcon Fearfree at 2007/07/16 01:45

    Channy님의 블로그에서 트랙백 타고 왔습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 Commented by DK at 2007/10/22 10:20

    다른 얘기지만 패턴 랭귀지라는 책, 정말 괜찮은 책인가요?
    제 느낌에는 김모씨가 (본인도 안읽은 거 같음) 국내에 소개한 이유로 아무 이유 없이 사람들이 고전이네 뭐네 하는 거 같습니다만...

    • Commented by BlogIcon 빈센트 at 2007/10/22 11:02

      솔직히 고백하자면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패턴랭귀지"는 저도 안 읽어 봐서... 쿨럭.

      누군가는 "고전"을 이렇게 정의했더군요. "모두가 읽고 싶어 하고 읽었다고 생각하고 싶어 하지만 사실은 아무도 안 읽은 책" 하루키였나...

      아 물론 소개한 조지레이코프의 책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저 책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고전은 아니거든요.